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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9일 월요일.


유럽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니스를 작은 시골마을이라 생각했다.


아비뇽을 먼저 경험해서 그런가?


바다가 있는 남프랑스의 여유로운 마을을 그렸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큰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큰 휴양도시였다는 사실!



거기다 도로변에 길게 펼쳐진 바다 색이 장난 아니다.


위 동영상은 버스 안에서 찍어서 탁한 인상이 있는데,


아아, 매우 훌륭한 곳이구나.



우리 숙소에서 보는 풍경.


무려 5층에 위치한 숙소라 뷰가 좋다.



우리는 일부러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숙소를 선택했는데,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샤갈박물관의 위치였다.


샤갈이 프랑스 정부에 기증한 성경 연작을 바탕으로 니스에 세워진 박물관.


앵그르 만큼이나 좋아하는 화가인 샤갈의 작품이 모여있는 곳이라니.


가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는 것.


월요일에 도착해 수요일에 떠나야 하는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지친 몸을 이끌고 바로 걸어서 박물관으로.



박물관 정문이다.


버스정거장 이름부터 샤갈 박물관이고, 내려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헤맬 일은 없다.


입장료는 높의 학생증으로 둘이 합쳐 18유로.


소장작품 수에 비해 조금 높은 가격처럼 느껴지지만..


야이~ㅎㅎㅎ 그래서 안볼거야?



박물관 입구에서 전시실로 들어가는 곳에는 작은 카페와 정원이 있다.


하지만 문닫을 시간이 가까웠으므로 일단 그림부터.



니스에 있는 샤갈 박물관엔 좀 전에 언급했던 대로 성경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17개의 연작이 전시되어 있다.


소싯적에 교회좀 다닌 분이라면 거의 대부분 알아볼 수 있는 주제들이라


무엇을 그렸는가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편했다.


입체파가 주류이던 20세기 프랑스 미술계에서 남들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려낸 샤갈. 모이셰라는 본인의 이름을 프랑스 식인 마르크로 고칠 정도로


프랑스를 사랑했던, 그러나 오랫동안 외로움에 떨어야 했던 샤갈.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면 그림이 더 잘 보인다고들 하지만, 그런거 없이도


샤갈의 그림은 적어도 내겐 굉장히 매력적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위의 그림은 모세가 처음 그들의 신을 만났을 때를


그린 것인데, 



80살 먹은것 치고는 머리가 많이 남아있는 모세의 머리 오른쪽으로,


모세가 치던 양들이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한 마리가 자빠져 있는데, 


모세의 놀란 표정보다 이 양이 놀라 자빠진 모습이 더 절절해 웃겼다.


아니, 실제로는 양이 놀란것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냥 누워있는 양이 그리고 싶었는지도.



여기도.


그림의 주제는 아마도 에덴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이다.


천사의 아래로 염소의 머리를 가진 닭이 있고,



당당하게 아담, 이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산을 돌아보는 닭이 그려져 있다.


아까전의 양도 그렇고 이곳의 닭도 그렇고.


너무 당당하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재밌다.


아마도 자기 자신을 투영해 그린 것이겠지만,


주제와 상관없이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려넣는 어린이 같은 모습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다.


이런 자유분방하면서도 논리적인 부분이 가우디나 피카소와 닮았다.


아마도 입체파의 형식은 거부했으나 그 정신에는 영향을 받았나 보다. 



여기도 그렇고.




모든 그림에 염소와 닭이 당당하게 등장한다.



스테인드 글라스에도 당당히 한자리 차지.



또한, 샤갈은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성경 연작과 다른 방에는 누가봐도 사랑을 주제로 한 핑크빛 그림들이 걸려있는데,


각각은 성경의 아가서 구절에 대응한다.


예를들어 위의 그림은 아가서 1장 13절,


"사랑하는 그이는 나에게 가슴에 품은 향주머니라오."


인 식이다.


이 아가서 그림은 샤갈의 <나의 마을>다음으로 좋아하는 그림이며,


책에서 처음 보고 샤갈을 좋아하게 해준 그림들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듯 되지 않은듯 사용하는 색채가 마음에 든다.



그 외에도 현재 샤갈박물관에선 샤갈이 작업했던 여러가지 조형물이나


판화 등이 전시되고 있다.


판화 역시 샤갈이 좋아했고 잘했던 분야이다.


사진을 다 찍기는 했지만, 직접 가서 보는것에는 역시 미치지 못해


이 정도만 올린다.



한구석엔느 샤갈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함께 그에 대한 다큐? 가 틀어져 있다.


물론 프랑스어라서 그냥 그림만 봐야한다...



샤갈이 그림을 그린 피아노가 한켠에 전시되어 있다.


나처럼 샤갈을 좋아하는 분이면 돈과 시간을 들여서 방문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추가사진은 우리의 에어비앤비 숙소의 엘리베이터.


무려 4인용 엘리베이터로서 티비에서만 봤던 식으로 작동한다.



신기해서 동영상도 찍어봄.


오랜시간 버스를 타고 와서 힘들었지만


좋아하는 그림은 피로를 꽤나 풀어준다!


이 날은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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