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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노 섬 다음에는 지나쳤던 본섬 구경을 하기로 했다.
더울 땐 성당에 들어가는 것이 최고.
높게 지어진 성당은 들어가자마자 찬바람이 불어 으슬으슬 하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해 공기 함량이 적고, 원재료의 맛을 강조한다는
이탈리아의 젤라또는 뜨거운 날씨 덕에 금세 녹아내린다.
공기 함량이 적어 더 진득한 맛이 난다는 것은 솔직히 잘 모르겠고,
재료 맛을 잘 살린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후로도 젤라또는 몇번 더 사먹었는데, 후회한 적 없음.
오리지날 곤돌라의 상징, 검은 칠.
좁은 수로를 지나는 데 유리한 좁고 긴 모양으로 아주 예전에는
보편적 이동수단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완전한 관광상품. 배 한 척에 80유로정도 가격,
팁을 포함하면 90~100유로는 내야 한다고.
거기에 곤돌리에는 베네치아 출신에 베네치아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만이
될 수 있어,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패스.
돈도 돈이지만 똥물 가까이 가기가 싫다. 이렇게 떨어져서도 냄새가 나는데...
베네치아에 처음 놓인 다리, 리알토 다리.
12세기에 나무로 놓았다가 자주 무너지자, 16세기에 들어 돌다리로 건설.
가장 유명한 다리 답게 위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이 풍경이 보이는 자리의 식당엔 빈 곳이 없다.
굳이 올라가진 않았음.
사람길도, 뱃길도, 다리도 굉장히 좁다.
사진으로 보면 아기자기하고 옹닥옹닥하니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고 가보면 어깨빵 엄청 당한다..
거기다 덥고 습한 공기가 더해지면....
그래도 다 찍어놓고 시원한 곳에서 사진만 보니 예쁘네.
좁은 골목길 위로 걸린 시계만 지나면 광장이 나온다.
소매치기에 주의, 또 주의.
그렇게 도착한 베네치아의 중심 산마르코 광장.
베네치아 사람들을 이 곳을 그냥 '광장'이라고 부른단다.
그 만큼 베네치아 공국 시절부터 정치, 경제적 중심지였다는 뜻이겠지.
중앙에 크고 아름답게 놓여진 성당은
성 마르코의 유해가 보관되어 있다는 성 마르코 성당.
그리고 그 옆으로는 더더욱 크고 아름다운 종탑이 있다.
바르셀로나 스페인 광장에 세워진 베네치아 탑이 이 종탑을 모델로 만든 것이다.
사진에도 나오지만 사람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데,
좁은 길에 갇혀있다 광장으로 나온 탓인지 또 그렇게 많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 크기만 봐도 광장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나오기도 하고.
주변 식당에서는 이렇게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총 세 군데에서 이렇게 라이브 연주가 진행중이었는데,
광장이 워낙 넓으니 서로 겹치거나 하진 않았다.
이 사진은 안찍으려고 했는데 앉아있는 아저씨가 우리를 찍길래 나도 바로
카메라 들이댐.
저 멀리 우리의 최종 목적지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이 보인다.
이 부근은 곤돌리에 호객의 장.
굳이 보러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지나가다 보인 탄식의 다리.
석회암으로 만든 다리이자 두칼레 궁과 감옥 사이의 연결고리.
그리고 그 카사노바가 건넜다는 전설이 있는 다리이다.
그리고 우리는 2번 배를 (반대방향으로) 탔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은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것을
반대방향으로 타서 졸지에 시티투어 크루즈 여행 시작.
이탈리아 조각가 로렌조 퀸이 설치한 조형물 <Support>.
기후 변화로 인해 물에 잠겨가는 베네치아를 상징한다고 한다.
2100년 쯤에는 완전히 수몰되어 버릴 것이라는 얘기도 있으니.
배는 가다 가다 급기야 본섬을 벗어나(?) 큰 바다로 나왔다.
아, 그리고 버스를 잘못 타고선 느낀 건데,
일부러 이렇게 반대방향 노선을 잡아타고 도시를 구경하는것도
운치가 있다!
어느정도 지나고 나면 사람들도 거의 다 내려서 여유있게 앉아서
바다와 도시를 구경할 수 있음.
야경을 보러 온다면 일부러라도 이렇게 타도 될 것 같다. 2번 버스!
한참을 배를 타고 도시를 구경하다 도착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이름이 어려워서 지금도 쓸 때마다 다시 보고 쓴다.
사제님도 지나고.
저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시원한 성당 안으로!
성당 내부에는 평화와 화합? 을 주제로 한 거울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형으로 늘어진 거울 한 가운데에서 사진을 찍으면,
이런 사진이 나온다.
현 교황이 개방적인 성향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카톨릭이 이렇게
많은 것을 껴안으려 노력하는 종교인지는 잘 모르겠다.
괜찮은가보다 싶으면 바티칸에서 찌찌난교파티가 적발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보면,
틴토레토가 그린 최후의 만찬이 걸려있다.
다 빈치의 작품과는 구도나 색감이 완전히 다르다.
좀 더 현실같다고 해야하나(후광은 빼고..).
성당은 시원해서 요즘같을 땐 들어오면 나가기가 싫다.
이번엔 제대로 배를 잡아 타 본섬으로 돌아옴.
집으로 가기 전에 높이 화장실을 찾는다.
해서 유료 화장실을 찾아왔는데, 이거 너무 웃긴다.
공공 유료 화장실이 무려 1.5유로, 2천원이나 한다는 것도 웃기고
그 돈 내고 들어간 화장실이 더럽게 더럽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 옆의 경고문.
입구에서 누가 돈을 내라고 하면 절대 내지 말고 위로 올라오란다.
아마 이 경고장이 붙기 전에는 요금 징수하는 척 하면서 관광객들 돈을
뜯어가는 모리배들이 있었나 보다.
모로코나 이집트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도 당당히 한자리...
역시 소매치기의 도시답다.
사실 여기까지 보고 집에 가서 씻고 옷도 좀 갈아입고 야경을 보러 나오려고 했으나,
벌써 열 시간 가까이 돌아다닌 탓에 체력이 남지 않아 쉬기로 했다.
물에 비친 도시의 밤 풍경을 찍고 싶었는데.
어차피 베네치아 패스를 사면 교통비는 따로 더 들지 않으니,
체력 안배를 잘 해서 야경까지 찍는 코스가 더 좋아보인다.
우리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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