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8일, 일요일. 여행 중 우리의 시그니처 메뉴는 알리올리오, 달걀샌드위치, 그리고 수제비이다. 숙취와 피로회복에는 라면스프로 간을 맞춘 수제비 만한 게 없지. 퉁퉁 부은 얼굴로 반죽을 숙성시켜 적당할 때 띄워 먹으면, 여기가 바로 한국. 이 날은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안했다. 늦게 일어나서 아점을 먹고, 고양이가 지키는 골목을 지나 빵집에 들러서 디저트를 사고 떨어진 꽃잎과, 그 위의 오후 햇볕과 다른 고양이를 만지고 집에 돌아와 사온 빵을 먹고, 영화나 보며 하루를 보냈다. 2018년 1월 29일, 월요일. 떠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근처 해변을 하나 더 방문해 보기로 했다. 우선 달달한 걸 먹으러 카페로. 산타크루즈 섬에 비해 산크리스토발 섬이 아기자기한 분위기도 나도 조용한 카..
2018년 1월 25일, 목요일.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밤 늦게 들어오는 일정을 포기한 높솔은 딱 봐도 행복지수가 상승했다.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에어컨을 틀어놓고 뒹굴거리는 건 이젠 일상. 오늘의 목적지는 스노클링 포인트 중 하나, 티헤레타스. 그 길 중간에 있는 인터프레테이션 센터를 먼저 들렀다. 입장료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갈라파고스 내의 다른 관광지들 처럼 방명록 비스무리 한 것을 기입. 센터 내의 주 전시물은 갈라파고스의 역사와 인종분포 등에 관한 것이다. 그냥 그렇구나 수준의 전시물이라, 늦은 오전에도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도 무려 에어컨이 틀어져 있음! 센터 뒷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해변과 전망대가 금방 나온다. 어딘가 익숙한 풍경에 익숙한 하늘이지만, 토르투..
2018년 1월 24일, 수요일. 산크리스토발에선 조금 게으르게 지내기로 했다. 어제 허무하게 하루를 보내며 스트레스를 받아보니 뭘 위해 그렇게 열심히 다니나 생각도 들고.. 거기에 더해 산크리스토발의 숙소도 아주 좋았다. 오후 늦게 숙소를 나서 빵가게로. 반가운 고양이. 항상 정신없이 우리를 반기는 강아지를 지나 빵집에서 빵을 하나 집어든다. 투어사 몇 군데를 돌며 키커락 다이빙 투어 가격을 알아보고 다녔음. 다시 먹어도 드물게 맛있는 산크리스토발의 초콜렛 빵! 내용은 모르겠는 바다사자 금지 표지를 지나 걷는다. 산크리스토발은 산타크루즈에 비하면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마저 난다. 바다사자가 낮잠을 자는 이 곳은 플라야 만(Playa Mann). 직역하면 만 해변 정도 되려나. 이 ..
2018년 1월 20일, 토요일. 드디어 다이빙 투어를 하는 날이 밝았다. 스쿠버 다이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솔과 경험은 있지만 쫄보인 우리를 위해 여행사 및 날씨 어플들을 참고한 후 바람과 조류가 가장 약한 날을 잡느라 오래 걸렸다. 비용은 일인당 150불. 더 저렴하게 해주는 곳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는 찾을 수가 없어서 이곳으로 정했다. 샵 이름은 나우티. 표정만 보면 원양어선에 팔려가는 표정의 솔. 워낙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서울에서 수영장에 데리고 갈라 치면 눈물까지 흘리던 솔에게 다이빙은 심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투어를 같이 참여한 한국 분들은 갓 스무살의 첫 다이빙을 갈라파고스에서 한다니 부러움 일색이지만, 솔에겐 알 바 아니다. 큰 배로 옮겨타 오늘 투어에 대한 브리..
2018년 1월 18일, 목요일. 살짝 흐린 아침은 다윈센터 구경으로 시작한다. 여기가 다윈센터는 아니고 가는길에 작은 도크가 있길래 찍어봄. 비엔베니도스 다윈센터. 마추픽추와 마찬가지로 다윈센터 가는 길의 안내센터에서는 요런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잊지 말고 여권을 챙겨가자. 나는 잊어버려서 나중에 한 번 더 옴. 다윈센터에 있는 박물관은 예상보다 볼 게 많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 더위를 피해 갈라파고스의 생태에 대해 배우니 재밌지. 나를 만져라. 거북이 등껍데기들. 높과 솔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건 벌레 종류들인데, 특히 높은 나비 박제 액자를 사 모을 정도로 흥미가 있는 편이다. 나는 내부에서 틀어주는 영상이 도움이 됐는데, 별로 길지도 않으니 한 번씩은 보기를 권장한다. 박물관 외의 ..
2018년 1월 16일, 화요일. 생각해 보면 처음 여행을 떠날때와 비교해서, 우리 여행루트는 많이 달라졌다. 첫째로 이스터섬을 포기했고, 둘째로 에콰도르 전체를 포기하는 대신 갈라파고스의 15일을 택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정당화하기 나름이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다음 여행을 위해 남겨둬야지. 어쨌건, 첫날인데다 방금 도착했지만, 쉬는 대신 동네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숙소는 푸에르토 아요라의 번화가(?) 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그래서 밤낮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조용한 대신, 번화가까지 걸어가려면 15분은 족히 걸렸다. 15분이면 뭐, 1킬로미터 남짓이지만.. 한여름에 접어든 갈라파고스에서 걸어서 이동하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과일 및 채소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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