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4일. 안탈리아에선 4박 5일을 머물렀다. 일부러 올드타운과 거리가 있는 콘얄트 해변 근처에 숙소를 잡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둔 채 아이스크림을 통채로 퍼먹으며 굴러다녔다. 그러다 지루하면 스타벅스도 갔다가, 다른 카페도 찾아봤다가. 특히 해변에 있는 스타벅스는 풍경부터 분위기까지 매우 좋았다. 낮이든 밤이든 수영하다가 바로 나와서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점은, 진하게 마시기 위해 콜드브루에서 물을 빼달라고 하니 그만큼을 원액으로 채워서 제공해줬다는 것. 나와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이게 원래 터키의 인심인지. 불가리아에서 2천원 정도 주고 산 옷을 매우 잘 입고 다녔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인터넷 속도가 조금 느린 편. 근처에 있는..
2017년 7월 1일, 토요일. 이탈리아를 벗어나는 교통수단은 배로 정했다. 전날 버스를 타고 앙코나로 이동 후 배에서 하룻밤을 보냄. 날이 구리던 앙코나. 선착장과 티켓 체크인 하는 곳이 멀어서 신경을 좀 써야한다. 우리와 함께 아드리아해를 건너갈 여객선. 좌석이 있는 티켓이 아닌 가장 저렴한 입석 티켓을 샀으므로, 대충 식당칸 구석에 자리잡는다. 배로 여행은 오랜만이다. 이렇게 배까지 타고나니 배, 비행기, 기차, 버스까지 모두 이용하는 알찬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항이 많이 지연되었지만 어차피 아침일찍 도착하는거라 별 상관은 없다. 출항하는 풍경. 식당칸 더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이 우리 둘밖에 없으니 굉장히 노골적으로 쳐다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침낭을 꺼내들고 꿀잠을 ..
아직도 정오다. 쓰레기 같은 파스타를 먹었지만 그래도 음식이라고 힘이 난다. 같이 마신 맥주 덕분이리라. 다시 강을 건너 반대편으로 걷기로 한다. 이 날도 분명 1일 무제한 교통권을 샀었는데 걷는게 더 익숙한 우리는 지쳐 나자빠질 때까지 탈것을 떠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이번에는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카를교를 건너기로 한다. 14세기 초에 완공된 소위 카를교는 건설 당시엔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였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한강대교 쯤 되려나. 어쨌거나 카를교는 고딕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며, 바로크 양식의 조각상 30개로 장식되어 있다는데.. 물론 현재는 전부 모조품으로 진품은 국립박물관에서 보관중이라고 한다. 다리의 초입이다. 해가 너무 쨍해서 걸어다닐 때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짜증이 좀 났는데,..
프라하 구시가지는 예상보다 넓었다. 지도를 보지 않고 걸으면 길을 잃을 정도. 우선 메인광장을 빠져나와 마네수프 다리를 통해 성 쪽으로 건너가 보기로 한다. 아직 이른시간이라 문을 막 열고있는 가게들. 압생트요...? 독일인가? 파리까지 가니 압생트가 함유된 맥주도 팔더라. 데킬라가 들어간 데스페라도스와 비슷한 컨셉인가? 날이 좋아서 그런가, 길거리 팬지들 색이 유난히 화려하다. 다리 앞에는 루돌피눔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말에 건축된 이 프라하 최초의 정식 콘서트홀 덕분에 건축 몇 년 후에는 오케스트라 악단이 독립해 교향악단까지 차리는 수준에 이른다. 정면 사진. 내부는 공연준비로 바쁜 건지 아직 문을 열지않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 공연장의 역사와 기타 알아둘만한 것..
체코는 동유럽 국가들 중 가장 서쪽에 있는 나라이다. 서쪽에서부터 온 사람들은 체코 사람들이 불친절하다 느낀다던데, 동쪽에서부터 온 우리같은 사람들은 체코 사람들이 퍽 친절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물가는 이전보다 조금 올라 슬픔. 앞으로 계속 오르겠지. 프라하는 내가 유럽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도시 중 하나이다. 각종 매체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었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카이다이빙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소문이..! 그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밤새 달린 버스는 새벽같이 우리를 프라하 버스 터미널에 내려주었다. 아직 상점들도 열리지 않았고... 우선 쓸 돈을 뽑아 기차역을 향해 걸었다. 짐을 맡기고, 익숙하게 심카드를 사고, 먼저 도시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지나가다 본 이름모를 유대..
이쯤 걸으니 술이 슬슬 깨는 것 같다. 먹은 음식들도 소화가 되고.. 그러나 곧바로 숙취가 올라와 뒤통수가 땡기기 시작한다. 수분 부족인가.. 튀어오르는 혈관을 부여잡고 계속 걷는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주황색 불 들이 켜진다. 이탈리아는 전기세 때문에 전부 LED등으로 교체한다고 하던데, 이 곳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은은한 불빛들. 불그스름한 계열의 색이라 어두워지는 하늘과도 잘 어울리고 그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의 혈색도 좋아보이게 만든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는 않았고 파란시간 정도인데, 보기만 해도 두통이 가신다. 다시 도착한 메인광장에선 여전히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다. 같은 자세로 앉아서 손도 안시려운지.. 또 잠깐 서서 음악을 들었다. 밤에도 열려있는 꽃집들. 물가에 비해서 ..
성당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향하면 금방 구시가지가 나온다. 돌바닥으로 복원 및 유지되고 있는 것은 좋으나 오래 걸으면 발목이 아픈 구시가지. 가끔가다 하이힐 신고 오는 누님들이 고생하는 걸 보면 운동화 신은 나는 행복한 편이다. 사진을 잘 보면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는데 등이 한 두개씩 켜지고 있다. 야경이 기대된다. 본격 구시가지로 진입하는 건널목 왼쪽엔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오른쪽엔 성 삼위일체 교회가 있다. 하나하나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한바퀴 도는게 목표니까 생략! 잘 보존된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초입부터 관광지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일단 물가부터 두 배 정도 뛰는 듯. 찍을때는 몰랐는데 직원 누님과 눈이 맞았다. 이쪽 누님들도 잘 웃어주는데 저언니는 표정이 좀 무섭게 나왔네. 물가가..
2017년 5월 7일 바르샤바의 일기예보를 확인한 우리는, 좋은 날씨에 대한 기대는 접고 고이 넣어두었던 바람막이를 다시 펼쳤다. 거기에 더해 머물렀던 숙소가 추워서인지 잠도 만족스럽게 못 잠. 러시아에 비해 남쪽으로 꽤 많이 내려왔고 이제 5월이기도 해서 방심했던 내 탓이 크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얇고 길구나- 생각하며 꾸물거리는 하늘 아래로 나섰다. 오늘은 우선 올드타운의 남쪽 절반을 보기로 했다. 어제 갑자기 만난 소나기 때문에 근처도 못가보았으니 억울해서. 흐리고, 바람이 차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보니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밥먹기는 시작부터 틀렸다. 사진은 성모의 어머니 안나상과 그 앞에 놓여진 꽃들. 매일매일 자발적으로 새로운 꽃을 놓는 것인지 까지는 모르지만 안개비에 젖..
2017년 5월 6일. 야간버스는 생각보다 편했지만 다리를 쭉 뻗지 못해 무릎이 아팠다. 오전 7시,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바르샤바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바뀐 화폐 단위에 적응해야 했다. 남은 유로를 고이 모셔두고, ATM을 찾아 돈을 인출하고 나서 기차역 대합실에서 백화점이 열리길 기다려 심카드를 개통했다. 우리가 사용한 통신사는 폴란드의 큰 통신사 중 하나인 . 도착 전 다른 블로그에서 읽었던 대로 데이터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1기가를 사용할 수 있는 심카드가 단돈 5즈워티. 우리 돈으로 1500원이라니. 아, 그런데 심카드를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심카드 구입은 편의점이나 작은 마트에서도 할 수 있지만, 번호 등록이나 이런 업무는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해야 한다. 물론 영어 홈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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