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인가 언급했지만, 태국은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르지 않은 것 처럼 보인다. 아침부터 야식까지 전부 사먹는 문화를 가진 태국은 주방이 딸린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우린 굳이 주방이 딸린 곳을 찾아냈지만, 그래도 아침은 족발덮밥. 요 정도 양이 대략 20에서 30바트 수준의 가격이다. 꽤 푸짐해 보이지만 옆의 숟가락과 크기를 비교하면 양이 적음. 이전과 비교하면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어든 것 같다. 가격 상승에 대한 저항이 심하니 이런식으로 물가가 올라가는 듯. 아무튼 어지간해선 한 그릇에 배가 부르지 않는 게 이 동네 밥이었다. 저녁엔 고기+샤부 무한리필 집으로. 서문인 수안 독 게이트 근처엔 이런 식의 무한리필 집이 몇 있다. 최근엔 식습관에 건강과 질을..
2018년 2월 25일, 일요일 - 3월 11일, 일요일. 태국 북부와 남부는, 체감상 세 배의 물가차이가 존재한다. 방콕은 그 중간에서 살짝 비싼 편이고.. 그토록 저렴했던 치앙마이의 물가는 5년만에 와도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숙소 체크인을 기다리며 비엔나커피 한 잔. 일본과 친하고, 일본을 좋아하며, 명백하게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태국은 커피 문화도 우리나 일본과 비슷하다. 게다가 근처에 도이창이라는 아라비카커피 산지도 있는 덕분에, 저렴하고 신선한 커피를 매일같이 마실 수 있음. 카페 얘기는 다음 글로 넘기기로 하고.. 체크인 후 잠시 쉬다가 주말 야시장을 구경하러 성 안으로 들어왔다. 숙소는 님만해민 쪽의 살짝 비싼 에어비앤비로. 치앙마이에서 잠시 머물고 치앙라이와 빠이를 둘러볼 셈이었지만..
2018년 1월 16일, 화요일. 생각해 보면 처음 여행을 떠날때와 비교해서, 우리 여행루트는 많이 달라졌다. 첫째로 이스터섬을 포기했고, 둘째로 에콰도르 전체를 포기하는 대신 갈라파고스의 15일을 택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정당화하기 나름이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다음 여행을 위해 남겨둬야지. 어쨌건, 첫날인데다 방금 도착했지만, 쉬는 대신 동네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숙소는 푸에르토 아요라의 번화가(?) 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그래서 밤낮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조용한 대신, 번화가까지 걸어가려면 15분은 족히 걸렸다. 15분이면 뭐, 1킬로미터 남짓이지만.. 한여름에 접어든 갈라파고스에서 걸어서 이동하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과일 및 채소가게..
2018년 1월 9일, 화요일. 와카치나는 페루의 작은 도시 이카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을이라기엔 너무 작긴 하지만, 작은 오아시스를 둘러싼 아기자기함은 게임속이나 판타지소설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풍경. 혹은 이런 평화로운 풍경. 현지인들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던 곳이라 그런지 쿠스코와는 건물 생김새나 배치부터가 다르다. 와카치나가 자랑하는 30미터 높이의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걷다 보면 이런 물웅덩이가 나온다. 와카치나의 이 오아시스를 처음부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원래 이 곳에는 물웅덩이가 있어 주변으로 마을이 들어섰고, 80년대에 이르러 자연적인 지하수 공급이 끊겼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수돗물을 끌어다 ..
요르단에서 페트라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은 다름아닌 까르푸였다. 사막과 페트라의 나라에서 프랑스의 할인마트가 왜 나오느냐. 그 이유는 몇 줄 아래에 쓰여있다. 요르단은 가난한 나라다. 석유도 없고 제조업도 없는데다 국토의 80%이상이 사막. 연 강수량은 90mm에 불과해 물도 수입하는 실정이다. 제조업이 없다시피 하다고 했으니 공산품도 전부 수입에 의존한다. GDP의 10%를 관광에서, 나머지 70%를 서비스업에서 뽑아낼 정도로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데, 거기에 더해 이집트 등에서 유입된 값싼 노동력에 의해 청년실업률은 30%, 여성 실업률은 50%를 훌쩍 뛰어넘는다. 일부 농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건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형성된 높은 물가에 높은 실업률이 더해지면 빈곤층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순서. ..
벨리코 투르노보의 요새 차르베츠는 그야말로 천혜의 요충지이다. 13세기에 지어진 불가리아 제국의 요새는 앞으로는 흐르는 강과 절벽이, 성 자체는 높은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딱 봐도 방어가 수월해 보인다.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성벽과 그 위의 성모승천 성당. 가는길에 있는 정교회 성당. 여기 이름도 성모 성당이었나? 그랬음. 궁금했지만 더워 죽겠으니 그냥 목적지를 향해 고고. 산 중턱에 걸려있는 듯한 옛 수도의 흔적은 어쩐지 서글퍼 보이기까지 한다. 뜬금없이 나타난 거대한 강아지. 터키만 해도 이런 애들이 많은데 불가리아엔 드물어 깜짝 놀랐다. 결국 입구까지 따라옴.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입장료는 6레바 정도밖에 안한다. 입장권을 구입할 때 국가별로 방명록? 을 적어야 하는데 오늘은 우리 포함 한국인이..
여행을 준비하던 겨울, 높은 나에게 유럽에서 가고싶은 곳을 뽑으라고 했었다. 거의 고민하지 않고 내가 고른 세 곳은 성베드로대성당, 부다페스트, 그리고 불가리아. 딱히 이유는 없었다. 아마도 티비나 웹에서 지나가는 사진이라도 봤나보지. 그 정도로 나는 불가리아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었다. 요구르트가 유명하다는 것 정도? 그렇게 유럽 마지막 국가로 도착한 불가리아. 나는 단 이틀만에 감화되었다. 이 글은, 불가리아의 마트 물가에 대한 글이다. 시작하기 전에, 불가리아의 화폐 정보부터. 불가리아의 화폐는 레프, 혹은 레바라고 불린다. 레바가 복수라던데, 그 외에도 돈을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어떻게 생긴 돈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고, 이 통화의 특징은 유로화와의 환율이 고정되어있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
2017년 7월 21일, 금요일. 결국 우리는 온천도, 근처의 일곱 호수도, 수도원도 가지 않았다. 늦잠을 자고, 굴러다니고, 블로그 쓰고, 집에 있는게 지루하면 카페에 갔다가, 백화점에 갔다 하는게 일정. 따지고 보면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구입하지 않았으나, 기분만은 사치스러운 중국 부자가 된 듯한 며칠이었다. 집 앞을 흐르던 작은 하천. 지도에는 강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그러기엔 초라한 수량과 썩는 냄새. 건조한 기후 덕에 코를 찌르는 정도는 아니다. 백화점 가는 길의 풍경.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인구가 적고, 유출이 심하며, 빈부격차가 어마어마한 불가리아에선 심심치 않게 비싼 차들이 보인다. 우리가 선택한 백화점은 중심가에서 가장 큰 쇼핑몰, 몰 오브 소피아.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빌니우스는 리투아니아의 수도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를 거쳐 도착한 이 나라, 정확하게 이 도시는 결론부터 말하면 발트3국 여행 중 가장 좋았다. 그 좋음의 많은 부분을 담당한 것이 3박4일동안 우리가 머문 숙소 였는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숙소에 대해 적고 넘어가고 싶을 정도다. 물론 나는 에어비앤비와 아무 관련 없는 인간이고 이 숙소를 많이 찾는다고 해서 내게 이득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 우선, 숙소의 에어비앤비 링크 먼저 달고 시작한다. https://www.airbnb.co.kr/rooms/17299163 2017년 5월 5일 현재 확인 결과 1박에 29유로로 조회가 되는데, 실제 봉사료 등을 포함해서 우리는 1박에 31유로 정도에 묵었다. 31유로는 이 동네 에어비앤비 가격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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