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0일. 크라쿠프의 마지막 날은 조용히 쉬면서 보냈다. 전날 마시고 돌아다닌 술 탓에 밤늦게 숙취가 터져서 잠을 자도 피로가 누더기처럼 붙어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멍때리는 데에는 고양이 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떠올린 고양이 카페! 구글 지도에 검색해서 구시가지와 가능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다. 3년 전에 혼자 방콕 여행을 갔을 때도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고양이 카페를 가니 사람도 많이 없고 좋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 이 카페의 위치는 아래와 같다: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고 주택가와 작은 상점 사이에 고양이 간판이 있다. 찾아가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버스 터미널에서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차 시간이 많이 남은 사람들이 터미널에 짐을 보관하고..
이쯤 걸으니 술이 슬슬 깨는 것 같다. 먹은 음식들도 소화가 되고.. 그러나 곧바로 숙취가 올라와 뒤통수가 땡기기 시작한다. 수분 부족인가.. 튀어오르는 혈관을 부여잡고 계속 걷는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주황색 불 들이 켜진다. 이탈리아는 전기세 때문에 전부 LED등으로 교체한다고 하던데, 이 곳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은은한 불빛들. 불그스름한 계열의 색이라 어두워지는 하늘과도 잘 어울리고 그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의 혈색도 좋아보이게 만든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는 않았고 파란시간 정도인데, 보기만 해도 두통이 가신다. 다시 도착한 메인광장에선 여전히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다. 같은 자세로 앉아서 손도 안시려운지.. 또 잠깐 서서 음악을 들었다. 밤에도 열려있는 꽃집들. 물가에 비해서 ..
성당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향하면 금방 구시가지가 나온다. 돌바닥으로 복원 및 유지되고 있는 것은 좋으나 오래 걸으면 발목이 아픈 구시가지. 가끔가다 하이힐 신고 오는 누님들이 고생하는 걸 보면 운동화 신은 나는 행복한 편이다. 사진을 잘 보면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는데 등이 한 두개씩 켜지고 있다. 야경이 기대된다. 본격 구시가지로 진입하는 건널목 왼쪽엔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오른쪽엔 성 삼위일체 교회가 있다. 하나하나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해 떨어지기 전에 한바퀴 도는게 목표니까 생략! 잘 보존된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초입부터 관광지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일단 물가부터 두 배 정도 뛰는 듯. 찍을때는 몰랐는데 직원 누님과 눈이 맞았다. 이쪽 누님들도 잘 웃어주는데 저언니는 표정이 좀 무섭게 나왔네. 물가가..
2017년 5월 9일 전날은 크라쿠프에 아주 늦은 밤 도착해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선 날 아침. 개표방송이 여섯시 언저리에 시작 하니까, 시차를 감안해서 우리는 열한시 부터 테이블 앞에 앉았다. 물론 맥주와 안주를 단단히 준비해서... 결과야 뭐 다들 아시는 바와 같았다. 사실 여행 계획을 짤 때 늘 그렇듯 겨울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서울에 한 번 들르는 일정으로 경로를 잡았었다. 그 이후 탄핵 및 조기대선 국면으로 접어 들면서... 아무래도 선거에는 참여하지 못할것 같아 민주당 경선에만 참여하고 나왔다. 못내 빚진마음이 있어서 미안하고 그랬는데... 이러나 저러나 총선때도 그랬고 선거방송은 맥주 한 잔 하면서 보는게 꿀이다. 그보다 더한 꿀은 역시 이기는 선거방송을 보는 ..
공원까지 갔다가 야경을 보러 구 시가지로 돌아왔다. 예상했겠지만 그 때부터 시작해서 밤새도록 비가 내려서(...) 그냥 저녁을 먹고 들어갔다. 음식점은 고민하기 싫어서 길 끝자락에 있는 스핑크스를 들어갔다. 이 곳은 크라쿠프에도 있는걸로 봤을 때 폴란드 전체에서 유명한 체인점인듯 하다. 식당 내부 분위기. 평일, 그것도 저녁 식사시간이 지난데다 비까지 내리니 손님이 적다. 덕분에 종업원 아저씨가 매우 친절했다. 칵테일 바. 주방은 아래에 있는 것 같고, 여기서는 맥주와 커피, 칵테일 등 음료를 낸다. 인도 기념품 가게가 쉼없이 보일 정도로 많은 곳이라 그런지 이름은 스핑크스인데 내부는 인도풍 짬뽕이다. 아래에 적겠지만 이 근처에서 동양음식 이라고 하면 중국+베트남+태국+일본식이 뒤섞인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코페르니쿠스 형님까지 영접한 다음 일정은 쇼팽 박물관. 마리 퀴리 박물관은 이전작업중이고 코페르니쿠스 박물관은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으니.. 우리의 마지막 희망 쇼팽박물관! 폴란드에서 아는 위인 이라고는 셋 밖에 없는데! 쇼팽 박물관은 구시가지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다. 건물도 왜소해보이고 간판도 크지 않아서 처음엔 별 기대가 들지 않는다. 어찌됐든 문이 열려있어서 티켓팅을 하러 들어갔더니 일요일은 무료 입장이란다. 대신 시간마다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으니 예약을 하고 30분 후에 오라고. 무료인 것도 좋았지만 인원수가 정해져 있다는 게 훌륭했다. 무료니까 전면 개방!!! 이런 느낌이었으면 끔찍했겠지. 사진은 예약한 후 그 근방을 돌아보다 찍은 사진. 아직 점심을 못먹은 우리는 근..
2017년 5월 7일 바르샤바의 일기예보를 확인한 우리는, 좋은 날씨에 대한 기대는 접고 고이 넣어두었던 바람막이를 다시 펼쳤다. 거기에 더해 머물렀던 숙소가 추워서인지 잠도 만족스럽게 못 잠. 러시아에 비해 남쪽으로 꽤 많이 내려왔고 이제 5월이기도 해서 방심했던 내 탓이 크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얇고 길구나- 생각하며 꾸물거리는 하늘 아래로 나섰다. 오늘은 우선 올드타운의 남쪽 절반을 보기로 했다. 어제 갑자기 만난 소나기 때문에 근처도 못가보았으니 억울해서. 흐리고, 바람이 차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보니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밥먹기는 시작부터 틀렸다. 사진은 성모의 어머니 안나상과 그 앞에 놓여진 꽃들. 매일매일 자발적으로 새로운 꽃을 놓는 것인지 까지는 모르지만 안개비에 젖..
2017년 5월 6일. 야간버스는 생각보다 편했지만 다리를 쭉 뻗지 못해 무릎이 아팠다. 오전 7시,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바르샤바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바뀐 화폐 단위에 적응해야 했다. 남은 유로를 고이 모셔두고, ATM을 찾아 돈을 인출하고 나서 기차역 대합실에서 백화점이 열리길 기다려 심카드를 개통했다. 우리가 사용한 통신사는 폴란드의 큰 통신사 중 하나인 . 도착 전 다른 블로그에서 읽었던 대로 데이터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1기가를 사용할 수 있는 심카드가 단돈 5즈워티. 우리 돈으로 1500원이라니. 아, 그런데 심카드를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심카드 구입은 편의점이나 작은 마트에서도 할 수 있지만, 번호 등록이나 이런 업무는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해야 한다. 물론 영어 홈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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