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을 나왔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늘 하던대로 까르푸에서 빵와 주스를 사서 길거리 계단에 앉아 끼니를 때웠다. 유럽엔 우리처럼 끼니 때우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물가 탓이기도 하고,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밥먹는 길 근처에선 아저씨 한분이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연주가 최악이다. 얼른 먹고 자리를 뜬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베르사유 궁전이다. 오늘은 파리 1일 교통권을 비싼 아이로 끊어두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커버가 된다. RER을 타고 30분 정도 걸렸을까, 저 멀리 루이 14세의 동상이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 집권했던 왕이자 평가에 따라 대혁명의 씨앗을 심었던 왕이기도 한 절대군주 '태양왕' 루이 14세. 내가 여기서 짧게 평가하기엔 그 인생이 너무 길고 다사..
2017년 5월 23일 화요일. 어제는 오후에 도착해 체크인을 한 후, 박물관 패스를 비롯해 이런저런 일 처리를 하고 백화점에 들렀다 일찍 잤다. 파리 시내 전망을 볼 수 있는 백화점이 두 군데가 있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 둘 중 하나는 전망대 층이 공사중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하나,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으로 올라갔다. 애매한 오후의 파리. 해가 굉장히 늦게 떨어지기 때문에 6시가 넘었는데도 이런 풍경이다. 멀리 지평선도 보이고, 고만고만한 건물들 사이에 에펠탑 홀로 서있는 모습이 티비며 잡지며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하도 보고 듣고 했던 유명한 스카이라인이라 막상 보니 시큰둥 하...ㄹ 줄 알았으나 실제로 내려다 본 파리는 꽤나 나를 끌어당겼다. 아마도 파리는 사진빨이 잘 안받는 도시인가 보다..
그랑플라스에서 벗어나, 성 미셸 대성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10분도 걷지 않아 멀찌감치 성당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당 앞의 작은 공원에는 벨기에 왕국의 5대 왕 보두앵의 흉상이 있다. 보두앵은 93년까지 제위한 왕으로, 현 국왕 필리프의 할아버지이다. 숲에서 본 성 미셸 대성당. 그랑플라스와 함께 빅토르위고가 좋아했다는 이 성당은, 나중에 파리에서 보게 될 노트르담 성당과 꽤 비슷하게 생겼다. 중세 고딕양식으로 아름답게 지어진 두 성당은 실제로도 많이 비교된다고 한다. 둘다 본 내 의견으로는.... 성 미셸 대성당이 좀 더 낫다. 파리의 경우는 주변에 건물이 많아 성당에 집중이 안되는데 비해 이쪽은 언덕 위에 딱 서있어서 한 눈에 들어온다. 성 미셸 대성당은 13세기부터 짓기 시작해 17세기에 와서야 완..
브뤼셀에 도착한 첫날은 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쉬었다. 그 전날 버스에서 밤을 보내고 당일치기 여행을 한 터라 피로를 풀어야 했음. 그리고, 2017년 5월 21일 일요일. 날씨 흐림. 어제는 한 조각도 없던 구름이 오늘은 하늘 가득하다. 덕분에 살짝 으슬으슬한 기운을 느끼며 거리로 나서야 했다. 브뤼셀의 지하철 정거장. 이 도시는 지하철과 트램의 경계가 애매해서 트램이 지하철 정거장에 들어왔다가 밖으로 나가곤 한다. 처음에는 정거장을 못찾아 헷갈릴 수 있다. 우리는 오늘도 1일 무제한 교통권을 구입했다. 2박 3일밖에 안되는 짧은 체류기간에 관광할 날짜는 오늘 뿐. 아예 야경까지 하루만에 다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럽의 여타 작은 도시들과 비슷하게, 브뤼셀의 볼거리도 한 군데에 집중적으..
쾰른에서 브뤼셀 까지는 기차로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에 신나서 올라타 보니, 굉장히 쾌적하다! 와이파이도 잘 잡히고, 테이블도 넓고 콘센트도 있고.. 좌석 공간도 굉장히 넓다!! 와.. 유럽 기차 살아있네, 기분 좋다. 하며 룰루랄라 가고있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가 1등석이었다는 걸 알 때까지. 하.. 친절한 직원이 이런말 해서 정말 미안한데 너넨 1등석 티켓이 아니라고 할 때 얼마나 웃기던지.... 얌전히 2등석으로 옮겨타서 자면서 왔다. 2등석도 쾌적하긴 했으나 이미 1등석 맛을 본 나를 만족시키기엔 역부족.. 아무튼 이번 글은 브뤼셀 에어비앤비 숙소 추천 글이다. 먼저 링크부터: https://www.airbnb.co.kr/rooms/15304578?s=51 우리는 2박 3일에 청..
2017년 5월 20일 토요일. 밤새 북쪽으로 달려온 탓인지 목적지의 새벽공기는 서늘했다. 처음에는 쾰른에 멈추지 않고 지나칠 생각을 했으나, 대성당을 한 번은 보긴 봐야한다고 내가 우겨서 경로를 바꾸는 바람에 쾰른에선 한나절 더 머물고 브뤼셀로 넘어가기로 했다. 쾰른 대성당은 중앙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당일치기로 손색이 없다. 위 사진은 몇장 찍어서 파노라마로 합친거라 위쪽이 좀 날아갔는데, 워낙 규모가 커서 한 화각에 잡기가 힘들다. 그나마 사진을 찍었을 때는 아직 새벽이라 사람이 없어서 이정도지, 해가 제대로 뜨고 나면 사람으로 바글바글 해서 그 조차 힘들다. 정면 사진. 사실 쾰른에서 볼 만한 건 이 대성당밖에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쾰른을 철저하게 파..
2017년 5월 19일 금요일. 뮌헨에서의 마지막 날은 그림을 보고 음식을 사먹으며 보냈다. 시간에 맞춰 체크아웃 하기 위해 늦잠을 좀 자고 일어나, 짐은 터미널 코인락커에 밀어넣었다. 늦장을 부리며 체크아웃을 한 터라 짐을 맡기고 나니 점심시간. 오늘도 역시 빵과 주스로 점심을 때우고, 곧바로 노이에 피나코텍으로. 뮌헨에는 세 종류의 피나코텍이 존재하는데, 그 중 노이에 피나코텍은 19세기 이후 근대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내부 사진. 비수기에 평일이라 사람은 많지 않다. 일반인 7유로, 국제학생증 5유로의 혜자스러운 입장료. 지난번 쇼팽 박물관도 그랬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심심하면 한 번씩 올 것 같다. 서울에서 지낼 때는 빡빡한 살림살이에 미술관 한번 가려면 마음을 다잡고 갔어야 했는데. ..
2017년 5월 18일 목요일. 퓌센으로 가는 날은 아침부터 날이 별로 좋지 않았다.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두 시간 가량. 자리가 예상보다는 불편했지만 가져간 책을 읽는데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퓌센. 딱 봐도 피곤해 보인다. 퓌센으로 가는 기차안에는 중국인이 매우 많았다. 아무래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여행지인가 보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워낙 유명한 여행지니까. 덕분에 버스로 갈아타거나 길을 찾을 때 크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한국말이 들리는 곳으로 대충 따라가면 맞는 길이 나오니까. 기차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오는 길에 찍은 사진. 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날이 흐려서 큰일이다. 어제만큼 화창한 날씨 까진 아니어도 비슷하기를 바랐는데, 일기예..
오데온 광장은 왕궁 정원 호프가르텐 옆에 위치한다. 아까 본 마리엔 광장과 함께 뮌헨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힌다지만, 그 규모는 역시 아담하다. 광장 정면에는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을 모방해 세운 펠트헤른할레가 있다. 엄청난 이름과는 다르게 규모는 아담한 편이다. 그 안에는 바이에른 왕국의 군사적 영웅들을 기리는 동상들이 세워져있다. 펠트헤른할레라는 단어 자체가 군사령관의 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에 각종 공적을 세운 군사령관들의 동상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회랑의 중앙에는 이와같은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 동상은 군사령관이 아닌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전쟁용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입구를 지키고 서있는 사자상. 회랑과 광장의 옆을 보면 테아티너 교회가 보인다. 1..
2017년 5월 17일 수요일. 새벽 6시에 뮌헨에 도착한 덕분에, 체크인 까지 시간이 남는다. 아주 익숙하고 당연한 몸짓으로 코인락커에 짐들을 구겨넣고 시내로 나선다. 뮌헨은 독일 전체에서 가장 안정적인 도시라고들 한다. 바이에른 주의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독일 다른 지역과 구분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고. 독일하면 바로 떠오르는 옥토버 페스트도 이 도시에서 개최된다. 축제의 도시라지만, 5월 중순의 뮌헨은 차분하고 친절했다. 이 날도 마찬가지로 1일 무제한 교통권을 끊었다. 네 번 이상인가 타면 이득이었던 것 같은데 하루종일 8번은 넘게 탄 것 같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뮌헨 시내의 중심 마리엔 광장. 비수기라도 낮에는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드는 곳이라 일찌감치 방문했다. 아직 주변 식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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