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들도 버리려고 할 때 비극의 끝을 걷고 있는 것만 같아서 센티멘털 누구에 의해서든 버려질 나는 아름답다 아닌 건 아니고 누추하지만 살면서 어떤 바닥이 제대로 절정이 되어줄 수 있겠는가 몇 번이나 응원이 더 필요한 계절을 지나올 때도 오늘의 바닥에 닿지는 못했다 여분을 믿는 것처럼 주머니를 뒤집었다 이르고 도달해 나를 다 즈려밟고 지나가야 할 길 누구에 의해서든 압축되어 버려질 나는 아름답다 사람을 위한 과일이라기보다는 새들을 위한 열매인 듯 하늘 바로 밑에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노란 모과를 보았을 때 주인인 줄 알고 살았던 나의 생生에 객客으로 초대받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하면서 불러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또,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로부터 체온을 나눠 받는 혹한이다 다 쓰고 씌어지고 버려질 나는 아름답고..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전시 관람을 예상보다 일찍 마친 우리는 가을을 즐기며 석촌역까지 걸었다. 몇 주 전부터 먹고 싶던 수제버거를 먹기 위해서. 마침 석촌역 근처에 작은 가게가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그릴 210 버거. 패티가 210그램 짜리라 이런 상호명을 붙이지 않았나 추측해 보았다. 송리단길도 큰길 가도 아닌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지만 어쩐지 압구정쯤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외관. 생각보다 홀이 좁아서 놀랐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도록 되어 있었다. 단순한 메뉴 구성과 엄청난 가격대. 수제버거 치고도 비싼 걸 보면 확실히 고기를 많이 쓰나 보다 생각했다. 패티 추가는 무려 4700원. 매장 한편에는 케첩과 빨대, 포크와 냅킨이 준비되어 있었다. 케찹 쳐돌이인 나..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대략 15년쯤 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뒤 뷔페 전시가 있었다. 당시에 처음 만나고 꽤 마음에 들었지만 이후로 전시가 없었는데, 소마 미술관에서 단독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에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해 달려가게 되었다. 모처럼 사진 촬영이 허락된 전시회. 셔터 소리가 듣기 좋진 않지만 내 카메라라도 조용히 시킨 채 전시를 관람한다. 각종 형상을 독특하게 재해석해 그려낸 뷔페.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개성이 마음에 들었었다. 왼쪽 아래의 귀여운 강아지와.. 연극을 위해 만들었던 옷까지. 계속해서 빌레글레의 작품이 이어진다. 파리의 포스터를 납치해 작업하길 즐겼다는 빌레글레. 뷔페의 포스터를 풀로 붙인 뒤 떼어내서 만든 작품들이 신선했다. 그 와중에 내 마음에 가장 들던 그림. 제목은..
당신이 여기 있는 줄 몰랐다 세 번이나 뒤돌아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나사 같은 허공을 급히 뛰다 추락할 뻔했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당신은 목숨을 끊었다 내가 진작 잘했어야 했다 뚝뚝 흘리는 눈물을 보다 못한 경비원이 자리를 피해주었다 ⎯ 몰래 당신의 피에 손을 넣어본다 내 입에 흘려 넣어주던 당신의 피가 아직 따뜻하다 목숨한테 잘하는 법을 몰랐다 시늉뿐임을 알자 당신은 끝내 떠났다 지금이라도 액자 속으로 넘어가 뒤꿈치라도 잡아야 한다 참다 못한 경비원이 나를 떼어 거리로 집어던졌다 다음 날 또 간다 당신이 멀리 옮겨갔다고 늦게라도 잘하려는데 거짓말로 당신을 빼돌리려한다 하지만 속은 건 경비원이다 나는 당신 뒤에 숨었다 하룻밤을 보내고 반지를 사서 돌아올 생각이다 그러나 당신의 무덤을 나서자 당신은..
2022년 10월 22일 토요일 그림 작업을 해야 하는 H님과 노트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나를 위해 노트북 작업이 편안한 카페를 검색하다 노스텔지아를 만나게 되었다. 알 수 없는 감성이 물씬 풍기는 간판. 쌀쌀한 날씨인데도 야외 자리에 손님이 가득차 있었다. 요즘 카페들 답지 않게(?) 넓은 사각형 테이블이 노스텔지아의 최대 장점. 콘센트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닌 것 같지만 이정도면 선녀다. 다양하고 적당한 음료 가격 역시 종류가 제법 되는 디저트들. 진득한 단맛이 먹고 싶어서 헤이즐넛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했다. 역시 알 수 없는 감성. 양평이나 가평에 온 것만 같았다. 금방 주문된 우리의 메뉴. 서비스로 주신 에스프레소(로 추정됨). 페레로 로쉐 맛이 난다는 헤이즐넛 초콜렛 케이크(7000원). 예상 ..
2022년 10월 22일, 토요일 한 번도 몽골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던 H님의 선택으로 몇 주 만에 수원역 다문화 푸드랜드를 찾았다. 대부분이 캄보디아 음식점인 다문화 푸드랜드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는 몽골 음식점 토브훈. 리뷰가 없어서 걱정했으나 다행히 영업중인 상태였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몽골 특유의 냄새는 반가웠고 점심시간이 살짝 지나긴 했지만 손님은 우리 둘 뿐이라는 사실은 두려웠다. 또한 내게도 거의 16년 만의 몽골 음식이라 기대도 됐다. 각종 보드카와 고기 메뉴들. 기억을 더듬어 몽골 음식은 특색이 없는 것이 특색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진짜 추억의 음식 호쇼르가 보여서 바로 주문! H님이 주문한 양고기 볶음(12000원)이 먼저 나왔다. 고기의 나라 답게 양 기름에 지진 감자튀김 위..
아득한 곳으로 가려는 사람처럼 산길 초입부터 신발을 바투 묶었다 한 행(行)마다 나무 한 그루씩 들여놓고 행간에는 산국 향기가 채워진다 산벚과 단풍을 거느리는 갈참나무가 연(聯)을 이룬다 숲이라는 시집 시인이라는 숲 10월 끝물의 스산함을 단풍 불꽃으로 데워주고 만추의 양광(陽光)이나마 양껏 부어주는 산의 정령은 추운 사람을 안다 허수경 시인을 비다듬는 다정 부처보다 그리움이 힘세서 법당은 제쳐두고 고인 먼저 찾았다 갈잎이 구석에 몰려 부둥켜안고 있다 제가 약하다는 것을 알기에 강인한 것들 생전의 미소 같은 산국(山菊)은 보러 오라 나부대지도 않는데 사람이 스스로 찾게 한다 시인이라는 꽃의 자존심이겠지 숲이라는 만 권 시집이 절집을 둘러서 있다 바람 되어 행간을 거닐겠지 제목처럼 오도카니 앉아 있겠지 더..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만두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특히 나는 얇은 만두피보다 중국식 교자의 두꺼운 피를 좋아하는데, 이수역에 참치 만두를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가게 이름도 직관적인 . 한자로는 그냥 홍콩 만두집이라고만 쓰여있지만 일단 들어가 본다. 들어가자마자 메뉴판을 보고 충격. 참치 만두와 삼치 만두를 함께 판다기에 온 것인데 삼치 만두가 계란탕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당신의 삼치 계란탕으로 대체되었다. 일단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메뉴판을 다시 정독. 요리들은 사진이 함께 붙어 있어서 참고하기 좋았다. 우리는 만두 두 접시와 요리 하나를 주문. 식당 입구 쪽에서 여자 사장님이 끊임없이 만두를 빚으시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
너무나 아름다운 빛을 내는 저 별에는 독가스가 가득하고 황산 비가 내리지. 그 말을 듣고 영화의 주인공은 말한다. 바로 저거야! 저걸 들여다봐야겠어! 때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복 재생되는 장면이 있다. 새장에서 태어나는 새도 날개가 있다. 새장 문은 열리지 않는다. 친구는 자신의 바다에 썰물이 없다고 썼다. 빠져나가고 싶어 하던 그 친구는 노르웨이로 갔다고 한다. 그때, 나는 그 책을 왜 껴안고 있었을까. 그런 방식으로 시간이 쪼개졌다. 아름다운 괴물도 그렇게 지나갔다. -, 문학과지성사
2022년 10월 8일, 토요일 아무래도 태국 음식이 성에 차지 않았던 우리는 매의 눈으로 햄버거집을 발견했다. 다문화 푸드랜드를 나와 왼쪽 대각선을 바라보면 눈에 띄는 미스심 햄버거는 척 보기에도 세월이 느껴지는 간판으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게다가 햄버거가 하나에 3500원! 어느 정도의 맛일지 상상이 되면서도 먹고 싶어지는 가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치즈를 한 장 더해 4000원짜리 치즈버거로 주문. 차를 끌고 와서 포장을 해가는 분들이 계실 정도로 단골이 많은 것 같아 보였다. 대화를 엿들으니 원 사장님은 이호점 개업으로 그쪽에 가 계시고 남자 사장님만 계시다는 듯. 사장님인지 알바생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둘이 나눠먹기 위해 반 잘라달라고 요구한 치즈버거. 빵 사이에 양배추+오이와 체더치즈, 냉..
- Total
- Today
- Yesterday
- Python
- 유럽
- 칼이사
- RX100M5
- BOJ
- 여행
- 세계일주
- java
- 세계여행
- a6000
- 백준
- 스프링
- 남미
- spring
- 중남미
- 기술면접
- Backjoon
- 알고리즘
- 유럽여행
- 면접 준비
- 지지
- 스트림
- 자바
- 파이썬
- 세모
- 동적계획법
- Algorithm
- 맛집
- 야경
- 리스트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