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마약이다. 계속 살면 피폐해진다. 사랑은 이별한다고 잊거나 잊히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덮어두고 떠나는 것이다. 나는 그 안에 중독되어 독신의 처방을 얻었다. 누군가 우는 것을 보면 울게 된다. 세상에는 더 이상 반전(反轉)이 없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동안 모든 걸 그리워하게 되었다. 서로 죽이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반려의 몸이여. 뒤돌아서면 등지고 온 무덤들이 많았다. 진짜 생각이란 없다. 생각을 떠나면 누구나 사랑할 수 있다. 나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잔류하는 이형(異形)의 삶이어도 삶이기에 죽지는 않는다. 이 색을 간직하겠다. 서로를 닮은 황홀경들이 착종하는, 인간의 미로. 그 주저흔의 골목길에서 우리는 재회하여 서로의 피를 확인할 수 있을..
2022년 9월 3일, 토요일 점심을 살짝 부실하게 먹은 우리는 디저트로 배를 채우러 길을 나섰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데 햇살은 뾰족하기만 해서 짧은 거리가 짧지 않게 느껴지던 오후. 본격적인 베이커리 카페로 유명한 원더풀치타에 도착했다. 거의 고래만큼 사람과 친해 길들이기 쉽다는 치타. 언젠가 아프리카 종단을 하게되는 날 만나요... 원더풀치타는 거의 홀 크기와 비슷한 제빵 공간이 존재한다. 직원도 무려 세 명이나 상주하면서 열심히 빵을 만들고 있었음. 그래서 그런지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빵들. 사실은 레몬 케이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거지만 잘 안팔리는지 라인업에 올라와있지 않았다. 괜히 아늑해보이는 빵 진열 공간. 음료는 시그니처 메뉴만 무려 다섯 개. 하지만 최근 토요일엔 아아라는 규..
2022년 9월 3일, 토요일 오랜만에 수원으로 나들이를 나왔다. 점심 메뉴는 더 추워지기 전에 냉면!... 이 아닌 막국수로 정했는데, 무려 막국수 한 가지만 판매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수원역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있는 곳. 갑자기 나타난 등산로 맛집 포스를 물씬 풍기는 외관 살짝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홀에는 손님이 많이 없었다. 메뉴는 막국수 단 하나. 메밀전이나 만두 한 가지 정도는 있을 법도 한데 전혀 없다. 심지어 물/비빔 구분도 없음. 사리 추가는 5000원인데, 일인분과 동일한 양을 준다고 한다. 따뜻한 면수와 차가운 육수. 육수는 컵에 따라 마셔도 되고 막국수를 먹다가 섞어 먹어도 된다. 반찬도 딱 두 종류.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니까 홀이 제법 차기 시작했다. ..
악기만 남고 주법은 소실되어버린 공후를 본다. 휴休만 남고 용用은 사멸되어버린 악기, 썩어 없어질 몸은 남고 썩지 않는다는 마음은 썩어버린 악기. 악기는 고정된 세계의 현현이다. 주법은 이 현현을 허물어뜨리려 한다. 그러나 주법은 진동의 미세한 입자를 시간 속에 끼워 넣으며 악기의 경계와 세계의 경계를 건드릴 뿐인데 이 건드림, 이 건드림이 직조해내는 무늬, 진동의 미세한 입자들이 뿜어내는 숨과 그 숨의 웅숭그림이 천변만화해내는 세계, 나는 마음이 썩기를 원한다. 오로지 몸만 남아 채취되지 않기를, 기록되지 않기를, 문서의 바깥이기를. 이것이 마음의 역사다. 그 역사의 운명 속에 내 마음의 운명을 끼워 넣으려 하는 나는 언제나 몸이 아플 것이다. -, 문학과지성사
2022년 8월 27일, 토요일 쿨타임이 돌았다. 훠궈에 대한 갈망이 끓어오르는 늦여름 주말. 몇 달 전부터 기다렸던 전시회인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은 사진의 양과 질을 모두 잡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훠궈에 사로잡힌 우리는 전시회를 구경하고 굳이 걸어서 천지샤브샤브까지 이동했다. 익숙한 간판. 2000원 오른 가격에 속이 아프지만, 여전히 가성비는 좋다. 늘 먹던대로 백탕+홍탕+토마토탕. 이 날따라 홍탕이 많이 배워서 배가 아팠다. 아마도 홍탕의 매운맛이 조절이 되는 모양인데, 다음부터는 조금 덜 맵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려야지. H님의 픽은 흰 목이버섯과 두부, 문어 완자와 건두부 등이다. 특히 흰 목이버섯을 좋아하신다고. 그 반면 나는 비엔나와 어묵, 숙주. 초점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의..
2022년 8월 28일, 일요일 드라마 와 다큐멘터리 영화 에 출연하신 정은혜 작가님의 개인전을 다녀왔다. 전시 기간이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아 눈 뜨자마자 부랴부랴 다녀옴. 장소는 인사동에 위치한 토포하우스 아트센터. 수수한 포스터가 이른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걸려 있어 기분 좋은 오후였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 굿즈는 다양하진 않았지만 엽서와 도록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다큐와 드라마에서만 보던 정은혜 작가의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니 새로웠다. 영화에서 정은혜 작가는 명암을 선으로 파악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서 눈여겨보기도 했다. 장애인이 그렸기 때문이 아니라 독특한 스타일이 살아있어서 눈이 가는 작품들. 밑그림 없이 머리 꼭대기부터 바로 그려나가는 호쾌한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드라마 에서 쌍둥이 언..
새들의 눈과 내 눈이 만나는 자리를 내 종이로 옮겨 온 저녁이라 부르면 나는 ‘이누이트 극지 모임’의 동인 같기도 하고 내가 가장 아픈 저녁에 내밀던 혀의 색깔 같기도 하다 바람이 가장 늦게 하늘로 옮긴 그늘에 가장 좋은 붓을 말린다 철새 중에서 사람의 눈을 닮은 놈이 가장 먼저 손발을 씻고 잠든다 종이 위로 흘러가던 그림이 갑자기 숨을 멈춘다 곧 자신의 그림자와 합류한다 그림자여 어서 오시라 여생을 마치기로 한 새들이 입을 벌려 목젖에 걸린 인간의 새하얀 뼈 한 조각을 보여 준다 자주, 마른 다리에 눈물이 나는 밤을 새들의 꿈에 등장하는 내 눈이라 부르지만 그게 모두 우리들 자신의 눈이라는 걸 알아보면 나무는 소름이 돋으며 모든 ‘곁’에서 순해진다 지난밤 꿈은 내가 한 번도 눈으로 보지 못한 하늘이라 ..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어김없이 토요일이 왔고, 맥주에 굶주린 나는 치킨집으로 향했다. 목표 치킨집은 H님의 픽, 맛닭꼬 건대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집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 넓지 않은 실내엔 토요일임에도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조금 더 차기는 했음. 맛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맛닭꼬는 포장손님이 정말 많았다. 아무래도 포장하면 2000원씩 할인을 해주어서 그런가 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올라와 있는 메뉴판. 알탕이나 어묵탕, 피자 종류도 판매하는 점과 치킨이 반반이 안 된다는 점이 특이했다. 그리고 치킨 메뉴에 5000원을 추가하면 오븐에 구운 감자가 세트로. 주문을 마치고 맥주(한 잔에 4000원)를 먼저 받았다.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2022년 8월 6일, 토요일 무려 카메라에 김이 서릴 정도로 습한 날이었다. 5년쯤 전에 안탈리아에서 경험한 이후로 처음.. 어쩐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덥고 습하더라니. 익선동까지 갔지만 생활맥주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서 이곳으로 정했다. 사실 익선동 안쪽엔 마음에 드는 맥주집이 없기도 하고.. 예약석까지 있는 생활맥주는 테이블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가 앉고 나서 잠시 후엔 만석이 되어버림. 조금 이른 시간(7시 남짓)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많은 것들이 그대로인 생활맥주 메뉴판.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은 올 정도로 좋아했던 곳인데, 어째 발걸음이 뜸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레드락 생맥주가 테라로 대체되었다는 것!!! 익선동 지점만 그런지 다른 곳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적잖이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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