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31일, 화요일.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에도 해는 일찍 뜬다. 두 달을 넘게 체류하며 단 한 번도 일출을 보지 못한 우리는, 마지막 날이라도 힘을 내보기로 한다. 매일같이 걷던 바다로 가는 길도 바람막이가 없이는 힘든 새벽이 됐다.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진다. 까딱하다간 감기 걸리기 십상. 다섯시 반 쯤 알람을 맞춰 바다에 나왔으나 이미 하늘은 붉어지기 시작한 뒤였다. 타임랩스 찍기는 포기하고, 사우디 아라비아를 거쳐 떠오르는 해를 기다린다. 주위를 둘러봐도 일출을 기다리는 인간은 우리 뿐이다. 가끔 물고기가 튀고 발 밑으론 게가 지나는 흔한 다합의 새벽. 다행히도(?) 해가 떠오를 때 까지 붉은 하늘의 시간이 길었다. 그간 느끼지 못한 새벽 분위기를 ..
무슬림 국가들, 아니 더운 지방이 으레 그렇듯 다합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우리 집이 위치한 곳은 인적이 드문데 밤에는 그 밀도가 더욱 낮다. 그렇다고 위험하진 않지만, 우린 항상 둘이 다니고 너무 늦은 시간엔 외출을 삼가며 지냈다. 집 근처에 살던 고양이. 오며가며 부르면 달려와서 애교를 부리며 주변을 맴돈다. 두 달 지내면서 꽤 안면을 터서인지 우리 목소리만 들려도 어디선가 뛰어나오지만 움직임이 너무 빨라 찍을 수가 없다. 사료나 간식을 사서 먹이려 했으나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같아서 참기로. 매일 새파란 다합 하늘은 밤에도 청명하다. 동네 불빛 덕에 쏟아진다고 말할 만큼은 못되지만, 그럭저럭 하늘을 채울 정도로 별이 뜬다. 건조하고 깨끗한 하늘의 가장 좋은 점은 바닷가에서 별을 ..
다합은 항상 맑다. 비는 커녕 구름도 보기 힘든 전형적인 사막 기후다. 항상 푸른 하늘로 시작해서 빨간 노을로 끝나는 하루는 건조하고 쾌적하지만 장마의 나라에서 온 우리에겐 2%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우습게도 포즈 두 이과수 공항에 도착해 열대 기후를 만나고 반가워했다는 뒷이야기. 아무튼 별 일 없는 낮에는 사진기를 들고 산책을 나선다. 천천히 걸으면 사람이 많이 없는 바다는 전부 내 것 같다. 열대열대한 풍경. 하지만 결코 습해지는 법이 없다. 길게 이어진 해변은 낮에도 밤에도 기분 좋다. 의외로 모기나 파리 등 벌레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장점. 다합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시공간인 금요일 플리마켓. 가끔 멍청미 돋는 염소들이 나를 웃기고 카메라만 보면 달려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따봉을 날리는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다합 하면 다이빙이다. 간혹 물놀이가 취향에 맞지 않거나, 건강 상태로 인해 다이빙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으나, 다합행 버스를 탄 나의 목적은 오로지 다이빙 이었다. 다합에는 10여개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으며, 각각의 특징은 샵에 문의하면 매우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다. 날이 좋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으니, 아침에 페이스북 메시지를 이용해 문의 해보는 것도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우리는 그냥 시간이 나면 가서 가능한 곳에 들어갔다. 앞바다 다이빙. 처음 펀다이빙인데 시야가 최악인 날이었다. 같이 다이빙하는 팀도 조금만 멀어지면 안보이는 마법. 당황스러워도 그냥 하던대로 하면 가이드들이 잘 인도해 준다. 설상가상으로 높의 BCD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B..
나는 스노클링을 2012년에 처음 접했다. 그 전에도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해 수영도 배우도 제주에 살면서 열심히 바다에 나가 수영을 하긴 했지만, 휴양지를 못 가본 탓에. 태국 중부의 꼬창이라는 섬에서 보트투어와 스노클링을 배운 후, 등이 까지는 것도 모르고 하루종일 물 속에 있었던 기억. 이후에 동남아 일주를 하면서도 틈만나면 보트 투어를 했었더랬다. 추억팔이는 이쯤 하고, 다합. 나름 번화가인 라이트하우스 앞 쪽을 제외하고는 깨끗하고 얕은 바다가 2km 넘게 가로로 펼쳐져 있는 곳이다. 우리는 아예 터키에서부터 스노클링 마스크를 구입해 들고다니는 중이라 대략 이틀에 한 번 꼴로 물놀이를 나가곤 했다. 레드필터가 없던 시절의 사진. 워낙 넓게 펼쳐진 바다라 좋은 포인트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깊은 곳으..
밤이 되면 다합엔 그다지 할 일이 없다. 작은 지역에 모여있는 가게들은 고만고만하고, 그 와중에 술을 파는 곳은 더욱 적어 갈만한 곳이 뻔하기 때문이다. 술을 판매하지 않는 가게에서도 돈을 주고 주문을 하면 술집에서 사다 주긴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술자리나 친목모임이 자주 열린다. 그럼에도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던 우리는 조용히 맥주를 챙겨 챙겨온 혹은 얻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봤지만. 그렇다고 다합에 어울리는 영화, 혹은 정주행한 드라마에 대한 소개를 하려는 건 아니다. 오늘은 먹은 음식 중 우리가 만들어먹지 않은 것들을 모아봤다. 도착하던 날 하루 늦은 높의 생일을 축하하러 갔던 샤크. 가격도 가장 비싼 편이고 평점이나 분위기도 좋은 편에 속한다고 해서 가봤다. 가장 비싼 식당이라고 해봐야 ..
적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다합에는 술을 파는 가게가 제법 있다. 그 중에서도 앗살라 마켓 근처의 가게가 가장 저렴한 편인데, 맥주 말고는 먹을만한 술이 없다고 보면 된다. 가져온 위스키를 다 먹고 독주가 마시고 싶어 고심하다 고른 이집트 브랜드는.. 좋게 말해 그 값어치를 했다. 어쨌건, 음식 사진은 계속된다. 감자 고구마 양파 당근을 모아 전분 옷을 입혀 튀긴다. 일단 튀기기 시작한 이상 많이 튀겨야 한다. 이집트 전분은 이상하게 찰기가 없다. 물전분을 만들어 쓰기도 어렵고.. 전분가루로 튀김을 하실 분은 참고하시길. 수영이 고된 날에는 닭을 잔뜩 튀긴다. 감자도 두 번 튀겨내 바삭하게 만든다. 나름대로 찜닭. 다합에서 파는 닭가슴살은 기름기가 적으면서도 부드럽다. 살아있는 닭을 갓 잡아서 주기 때문에..
다합은 식재료가 풍부한 마을이 아니다. 아니 꼭 다합이 아니라 내겐 중동권 전체가 그렇게 느껴졌다. 내가 느낀 결핍의 대부분은 돼지고기의 부재에서 온 것이라, 식재료의 부족은 한참 주관적인 평이다. 실은 오히려 그 반대인데, 있을건 다 있으면서도 과일이 특히 저렴하고 맛있다. 멜론, 망고, 자두를 비롯한 과일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저렴해 매일같이 흡입했던 것 같다. 거기에 저렴하고 맛있는 유제품들은 또 어떻고.... 그리고 이집트 식재료의 가장 멋진 부분은 바로 감자! 감자는 튀긴거 말고는 잘 먹지 않는 나에게 이집트 감자는 충격이었다. 조금 과장을 섞으면 고구마보다 달고 맛있는 이집트 감자!!!! 하루가 멀다하고 감자조림을 만들어 먹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진은 생략. 어찌됐건 두 달을 살기로 한..
2017년 9월 2일, 토요일. 시나이반도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홍해를 놓고 마주보고 있다. 특히 다합은 샴 엘 셰이크와 함께 바다가 깨끗하기로 유명한데, 물 속에서 시야가 좋은 날은 20m 가까운 거리가 내다보이기도 한다. 거기다 비도 내리지 않으니 다이빙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 이후에 피라미드 앞에서 만난 캐나다 아저씨 얘기로는 건너편 사우디 아라비아쪽의 바다는 시야가 굉장히 좋지 않다고 한다. 다합도 차가운 물이 올라오는 계절이 되면 플랑크톤이 늘어나 탁한 날이 많다. 겨울에는 오전에 다이빙을 할 것, 이게 다이빙 샵 마스터들이 경험으로 하는 말이다. 아무튼 다이빙 최적지 다합에는 샵이 굉장히 많이 있다. 굳이 세어보지 않아도 스무 개 가까이는 되는 듯. 최근의 줄어든 손님을 생각하면 많아도 너무 많..
2017년 8월 27일, 일요일. 다합은 여행을 출발하기 한참 전부터 기대하던 곳 중의 하나다. 깨끗한 물과 낮은 물가와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까지.. 나름대로 바쁘게 다니던 여행의 휴식지로는 다합만한 곳이 없어 보였으니. 따라서 당연하게도 다합으로 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즐거워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 우리는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 난파선처럼 다합에 닿았다. 아직 낮이고 밤이고 울다 잠들기를 반복해도 파헤쳐진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여행을 끝내야 하는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날들이었다. 그런 마음 상태를 가지고 만난 다합과 다합의 이집션들은 충분히 따뜻했고, 우리는 여행을 계속하되 아프리카 종주를 포기하고 다합에서 두 달을 머물기로 했다. 결정한 이상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짐을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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