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9일, 토요일. 오늘은 원형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문의해본 결과 인터넷에서는 티켓 예매가 불가능하고 극장 앞에 임시로 열리는 매표소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더 알아보니 여유가 있으면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방법도 없지는 않더라. 어쨌든 우린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원형극장으로. 어제 그 녀석. 앞에 앉아서 쳐다보거나 말거나 등 뒤에서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부동자세를 유지한다. 뒷발이 탐스러워 보여서 젤리를 만지작 거려 보아도 좀 귀찮아 하기는 해도 별 반응이 없음. 그리고 또 다른 녀석.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이 곳에도 길거리 군데군데 길냥이들을 위한 사료통과 물그릇이 놓여져 있고,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아무튼 오페라 티켓 종류는 15레바, 2..
분수 연못 옆에 있는 카페의 이름은 , 에스파뇰로 보라색이란 뜻이다. 위치는 굳이 지도에 찍을 것도 없는 것이, 이 곳에 카페는 이거 하나 뿐. 연못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낮술 한 잔 하며 노닥거리기엔 최적의 장소. 그리고 충격과 공포의 칵테일 가격. 모히토 한 잔이 4천원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당연히 커피는 더욱 저렴하고. 우리는 모히토 한 잔과 이 가게의 이름이 붙은 칵테일을 한 잔 시켰다. 보라색 시럽이 들어간 칵테일은 모히토 만큼이나 청량해 쉽게 먹힌다. 자리도 편하다. 할일없이 앉아 담배나 한 대 피우기 좋은 분위기이고, 실제로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가 앉은 테라스 석에서 보이는 풍경. 바로 옆이 분수연못이라 분위기 좋다. 컨셉답게 각종 채도의 보라색으..
벨리코 투르노보의 요새 차르베츠는 그야말로 천혜의 요충지이다. 13세기에 지어진 불가리아 제국의 요새는 앞으로는 흐르는 강과 절벽이, 성 자체는 높은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딱 봐도 방어가 수월해 보인다.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성벽과 그 위의 성모승천 성당. 가는길에 있는 정교회 성당. 여기 이름도 성모 성당이었나? 그랬음. 궁금했지만 더워 죽겠으니 그냥 목적지를 향해 고고. 산 중턱에 걸려있는 듯한 옛 수도의 흔적은 어쩐지 서글퍼 보이기까지 한다. 뜬금없이 나타난 거대한 강아지. 터키만 해도 이런 애들이 많은데 불가리아엔 드물어 깜짝 놀랐다. 결국 입구까지 따라옴.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입장료는 6레바 정도밖에 안한다. 입장권을 구입할 때 국가별로 방명록? 을 적어야 하는데 오늘은 우리 포함 한국인이..
우리의 여행이 으레 그렇듯, 새로 만난 도시에선 마트 순회를 먼저 했다. 불가리아 여행을 저렴하게 책임져줄 친구를 찾던 도중 눈에 들어온 자태! 그런 것을 처음 본 높을 쇼핑 이후 잘 설득해, 요리를 해먹기로 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식재료라 거부감이 전혀 없지만, 사람에 따라 보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준비물: 닭고기(다리살?)네 덩이, 돼지 혀 두 덩이, 호박, 마늘, 간장, 설탕, 후추 등. 오늘의 메인은 이 돼지 혀가 되시겠다. 사실 나도 돼지 혀는 처음 먹어보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소 혀. 급식때 이천 근처에서 소머리국밥을 먹는데 할아버지가 시켜주셔서 처음 먹어본 후 그 식감에 반해버렸다. 돼지 혀도 같은 혀니까 비슷한 맛이 나겠지. 이 부위를 요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검색 해보..
2017년 7월 20일, 목요일. 이전 글에 적은대로 갑자기 날짜가 점프한다. 그리스의 마지막 도시 트리칼라에 머무는 내내 비가 내렸기 때문인데, 꼭 가보고 싶었던 메테오라 수도원은 기약없는 미래로 미뤄야만 했다. 대신 장을 잔뜩 봐다가 밥을 맛있는거 해먹으며 지냈다. 숙소가 인터넷도 빠르고 에어컨도 빵빵한데다 주방이 잘 갖춰져 있어서 3박 4일 숙소에 콕 박혀서 사진 정리하고 드라마 보고 밥먹으며 지낸 듯.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리스 국산 맥주들이 그다지 맛있지 않다는 점 정도. 트리칼라에서 불가리아로 넘어갈 때는 테살로니키를 거쳐야 한다. 먼저 기차를 타고 테살로니키로 가서, 새벽 버스를 타고 불가리아로. 터키와 국경을 대고 있는 나라라 그런지, 불가리아로 가는 버스에서는 간식과 물을 제공해 ..
2017년 7월 14일. 산토리니의 꿀같은 휴가를 잊지 못한 내게 아테네의 고온다습은 적잖이 당황스러움을 선사했다. 거기다 무리한 일정 + 100일이 넘은 여행기간으로 컨디션도 난조. 설상가상으로 숙소엔 에어컨이 없었다. 거기다 러시아에서 청소한 이후 가방에 넣고 다니느라 지저분해진 카메라도 한계라고 판단, 3박 4일의 아테네 일정 중 하루를 그냥 쉬어버렸다. 마침 초복 근처이기도 했고. 닭도 한 마리 사다가 삶아먹었으나, 사진이 없으므로 생략. 첫 날은 카메라를 수리센터에 맡겨놓고, 시내에서 커피를 마시며 놀았다.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길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 모나스티라키Monastiraki. 마침 근처에 소니 전문 서비스센터가 있어 카메라를 맡겼다. 결과는 상상 초월. 안에서 작은 초파리까지 ..
2017년 7월 11일.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아테네 공항으로, 그 곳에서 노숙 후 산토리니까지 오는데는 꽤 많은 체력이 들었다. 게다가 산토리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항공편 두 편, 다시 나오는데 배편 하나에 아무리 저렴한 숙소를 찾아도 하룻밤에 5만원을 상회하는 체제비용 까지. 새벽 일찍부터 시작된 꽉찬 1박 2일의 산토리니를 즐기기 위해서는 체력뿐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게 사용되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산토리니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있지 못했다. 알고있는 정보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휴양지 = 토나오는 인구밀도 라는 등식, 그리고 그런 곳들이 으레 그럴거라 예상되는 불친절한 대접들까지. 거기에 돈과 시간과 체력을 써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그다지 가고싶지 않았다. 그..
왕궁 방향으로 들어가도 전망을 볼 수 있는 언덕이 나온다. 거기서 보는 풍경은 이렇게 생겼다. 국회의사당이 작아보이는 이 곳에선 나도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물론 애들도. 몇 번 언급한듯 하지만 애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날이 아주 덥지는 않다는 뜻이다. 왕궁은 무료입장인데, 바로 직전 글에 언급했듯 별 볼게 없다. 일정이 빠듯한 사람은 굳이 이쪽까지는 오지 않아도 괜찮은 듯. 여기 올 시간에 시내로 내려가 성 이슈트반 성당 앞에서 커피나 한 잔 하는것이 나을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는게 시간. 굳이 가장 안쪽까지 들어와 봤다. 부다 궁이 이토록 별 볼일 없는 이유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이후 헝가리 혁명을 거치며 크게 망가졌었기 때문이다. 현재 건물은 재건된지 채 40년 안팎. 나름대로 세계문화유산..
2017년 7월 3일, 월요일. 고민 끝에 자다르도 글 하나로 정리하기로 했다. 같은 풍경의 낮과 밤 사진이 대부분이고, 사실 이 곳은 딱히 갈데도 없다. 다만 이곳도 친절한 사람들과 좋은 숙소, 호스트 덕분에 먹고 마시고 굴러다니며 지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이런 나라들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빠르게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도무지 어디에도 확실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영어로 파고 파다보면 가격 정도 나옴. 나머지는 투어리스트 인포나 물어물어 해결해야 한다능. 그래도 걱정하지 말자. 일단 방향을 알고 가격을 알면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 해준다. 이게 어느정도냐면, 우리가 버스 정거장에서 헤매고 있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표정이 '제발 나한테 물어봐줘,..
2017년 6월 29일, 목요일.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성베드로대성당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일곱시. 아침도 거르고 일어나서 눈만 비빈 채로, 여섯시 사십분에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가 성당 정면에 반사된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이 눈에 띈다. 대성당의 돔은 정작 광장에선 잘 볼 수가 없는데, 수많은 건축가가 설계를 변경하면서 생긴 참사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성당의 평면 구조가 그리스 십자가에서 라틴 십자가로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라는데, 쉽게 말하면 정사각형 모양 병원 십자가에서 교회 십자가 모양으로 바뀌느라 앞뒤가 길어졌기 때문. 덕분에 "미켈란젤로의 돔은 대성당 정면을 제외한 로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는 비아냥을 건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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