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을 나왔을 땐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늘 하던대로 까르푸에서 빵와 주스를 사서 길거리 계단에 앉아 끼니를 때웠다. 유럽엔 우리처럼 끼니 때우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물가 탓이기도 하고,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밥먹는 길 근처에선 아저씨 한분이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연주가 최악이다. 얼른 먹고 자리를 뜬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베르사유 궁전이다. 오늘은 파리 1일 교통권을 비싼 아이로 끊어두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커버가 된다. RER을 타고 30분 정도 걸렸을까, 저 멀리 루이 14세의 동상이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 집권했던 왕이자 평가에 따라 대혁명의 씨앗을 심었던 왕이기도 한 절대군주 '태양왕' 루이 14세. 내가 여기서 짧게 평가하기엔 그 인생이 너무 길고 다사..
2017년 5월 19일 금요일. 뮌헨에서의 마지막 날은 그림을 보고 음식을 사먹으며 보냈다. 시간에 맞춰 체크아웃 하기 위해 늦잠을 좀 자고 일어나, 짐은 터미널 코인락커에 밀어넣었다. 늦장을 부리며 체크아웃을 한 터라 짐을 맡기고 나니 점심시간. 오늘도 역시 빵과 주스로 점심을 때우고, 곧바로 노이에 피나코텍으로. 뮌헨에는 세 종류의 피나코텍이 존재하는데, 그 중 노이에 피나코텍은 19세기 이후 근대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내부 사진. 비수기에 평일이라 사람은 많지 않다. 일반인 7유로, 국제학생증 5유로의 혜자스러운 입장료. 지난번 쇼팽 박물관도 그랬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심심하면 한 번씩 올 것 같다. 서울에서 지낼 때는 빡빡한 살림살이에 미술관 한번 가려면 마음을 다잡고 갔어야 했는데. ..
아직도 정오다. 쓰레기 같은 파스타를 먹었지만 그래도 음식이라고 힘이 난다. 같이 마신 맥주 덕분이리라. 다시 강을 건너 반대편으로 걷기로 한다. 이 날도 분명 1일 무제한 교통권을 샀었는데 걷는게 더 익숙한 우리는 지쳐 나자빠질 때까지 탈것을 떠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이번에는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카를교를 건너기로 한다. 14세기 초에 완공된 소위 카를교는 건설 당시엔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였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한강대교 쯤 되려나. 어쨌거나 카를교는 고딕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며, 바로크 양식의 조각상 30개로 장식되어 있다는데.. 물론 현재는 전부 모조품으로 진품은 국립박물관에서 보관중이라고 한다. 다리의 초입이다. 해가 너무 쨍해서 걸어다닐 때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짜증이 좀 났는데,..
프라하 구시가지는 예상보다 넓었다. 지도를 보지 않고 걸으면 길을 잃을 정도. 우선 메인광장을 빠져나와 마네수프 다리를 통해 성 쪽으로 건너가 보기로 한다. 아직 이른시간이라 문을 막 열고있는 가게들. 압생트요...? 독일인가? 파리까지 가니 압생트가 함유된 맥주도 팔더라. 데킬라가 들어간 데스페라도스와 비슷한 컨셉인가? 날이 좋아서 그런가, 길거리 팬지들 색이 유난히 화려하다. 다리 앞에는 루돌피눔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말에 건축된 이 프라하 최초의 정식 콘서트홀 덕분에 건축 몇 년 후에는 오케스트라 악단이 독립해 교향악단까지 차리는 수준에 이른다. 정면 사진. 내부는 공연준비로 바쁜 건지 아직 문을 열지않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 공연장의 역사와 기타 알아둘만한 것..
체코는 동유럽 국가들 중 가장 서쪽에 있는 나라이다. 서쪽에서부터 온 사람들은 체코 사람들이 불친절하다 느낀다던데, 동쪽에서부터 온 우리같은 사람들은 체코 사람들이 퍽 친절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물가는 이전보다 조금 올라 슬픔. 앞으로 계속 오르겠지. 프라하는 내가 유럽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도시 중 하나이다. 각종 매체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었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카이다이빙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소문이..! 그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밤새 달린 버스는 새벽같이 우리를 프라하 버스 터미널에 내려주었다. 아직 상점들도 열리지 않았고... 우선 쓸 돈을 뽑아 기차역을 향해 걸었다. 짐을 맡기고, 익숙하게 심카드를 사고, 먼저 도시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지나가다 본 이름모를 유대..
2017년 4월 30일 리가에 도착했을 땐 이미 11시가 지난 늦은 밤이었다. 설상가상 예약해 둔 호텔이 쓰여있는 주소지와 실제 위치가 달라 30여분을 헤맸다. 하지만 중간에 마주친 내 또래 쯤 되어보이는 백인 누님은 우리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도와준다고 다가왔고, 고생 끝에 도착한 호텔 프론트 직원 역시 늦은 우리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었다. 이정도로 따뜻하고 친절한 나라 였다니.. 늦은 밤 추위에 떨면서 30여분을 헤맸음에도 라트비아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까지도 매우 좋은 이유이다. 다음 날, 2017년 5월 1일 노동절 리가의 하늘은 역시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아침부터 맑았다. 이 이후로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우리가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노동절이라 시내에 열려있는 가게가 드물다. 그..
전날은 아쉬운대로 시내 구경을 마치고 숙소에서 영화를 하나 보고 잠들었다. 저녁을 먹을 때 쯤 부터 시작한 눈이 그 다음 날 하루종일 내릴거라곤 생각 못했지. 아침에 일어나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우리가 머문 아파트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아, 오늘 밖에 나가기는 글렀구나. 누구도 말은 안했지만 그렇게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해서 그렇게 피곤한 상태는 아니었음에도 하루를 휴일로 잡고 뒹굴거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음식이었다. 당연히 시내를 나갈거라 생각해서 어제 저녁거리 정도만 사왔으니까. 시내구경 못하는 건 괜찮아도 굶는 건 참을 수 없어, 눈발이 약해진 틈을 타 호스트의 추천 맛집 베이커리를 향해 출발했다. 빵 사러 가는 길.. 여전히 눈은 내리고 쌓이고 발에 밟..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온 아이들 사진으로 시작. 현 시점, 나는 이미 이르쿠츠크에 도착해 있다. 열차 안에서 블로그 작성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서 조금 지난 일을 몰아서 적어본다. 하바롭스크 역 앞에서 지지와 세모. 다시 봐도 하늘이 예쁘다. 하바롭스크를 떠나기 전날, 호텔 근처에 있던 대형마트에 들러서 기차에서 3박4일 버틸 식량을 샀다. 러시아의 마트는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느끼기에 가장 좋은 점은 생맥주를 즉석에서 담아서 판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마트 한곳에 위 사진과 같은 코너가 설치되어 있고, 원하는 맥주와 용량을 선택하면 이와 같이 크고 아름다운 페트병에 생맥주를 담아서 준다. 전체적으로 러시아의 맥주들이 맛있지는 않지만, 모르고 그냥 먹는 재미가 있다. 뭘..
나는 지금 하바롭스크 행 기차 안에 있다. 현재 시각은 오후 10시 35분. 오후 5시에 출발한 기차는 이쯤 가고있다. 길 위의 인터넷 사정으로 이 글을 언제 올릴지는 모르지만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적어본다. 오늘은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새벽부터 시작된 덕분에 기분좋게 잘 수 있었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가까워 오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양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한데 모아서 묶어두고 블라디보스톡과 이별할 채비를 마쳤다. 좀처럼 그치지 않는 빗속을 뚫고 숙소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나름대로 유명한 커피집이라고 했다.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시켰다. 둘이 합쳐서 130루블. 시럽을 넣으려면 28루블을 추가해야 한다는 말에 그냥 마셨다. 비가 그치고 기차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샀다. 빵과, 산딸기 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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