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일, 월요일. 고민 끝에 자다르도 글 하나로 정리하기로 했다. 같은 풍경의 낮과 밤 사진이 대부분이고, 사실 이 곳은 딱히 갈데도 없다. 다만 이곳도 친절한 사람들과 좋은 숙소, 호스트 덕분에 먹고 마시고 굴러다니며 지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이런 나라들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빠르게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도무지 어디에도 확실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영어로 파고 파다보면 가격 정도 나옴. 나머지는 투어리스트 인포나 물어물어 해결해야 한다능. 그래도 걱정하지 말자. 일단 방향을 알고 가격을 알면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 해준다. 이게 어느정도냐면, 우리가 버스 정거장에서 헤매고 있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표정이 '제발 나한테 물어봐줘,..
2017년 7월 1일, 토요일. 이탈리아를 벗어나는 교통수단은 배로 정했다. 전날 버스를 타고 앙코나로 이동 후 배에서 하룻밤을 보냄. 날이 구리던 앙코나. 선착장과 티켓 체크인 하는 곳이 멀어서 신경을 좀 써야한다. 우리와 함께 아드리아해를 건너갈 여객선. 좌석이 있는 티켓이 아닌 가장 저렴한 입석 티켓을 샀으므로, 대충 식당칸 구석에 자리잡는다. 배로 여행은 오랜만이다. 이렇게 배까지 타고나니 배, 비행기, 기차, 버스까지 모두 이용하는 알찬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항이 많이 지연되었지만 어차피 아침일찍 도착하는거라 별 상관은 없다. 출항하는 풍경. 식당칸 더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이 우리 둘밖에 없으니 굉장히 노골적으로 쳐다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침낭을 꺼내들고 꿀잠을 ..
2017년 6월 29일, 목요일.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성베드로대성당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일곱시. 아침도 거르고 일어나서 눈만 비빈 채로, 여섯시 사십분에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가 성당 정면에 반사된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이 눈에 띈다. 대성당의 돔은 정작 광장에선 잘 볼 수가 없는데, 수많은 건축가가 설계를 변경하면서 생긴 참사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성당의 평면 구조가 그리스 십자가에서 라틴 십자가로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라는데, 쉽게 말하면 정사각형 모양 병원 십자가에서 교회 십자가 모양으로 바뀌느라 앞뒤가 길어졌기 때문. 덕분에 "미켈란젤로의 돔은 대성당 정면을 제외한 로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는 비아냥을 건축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높의 흔들리는 멘탈이 묻어나는 이 사진은 성 천사 다리 앞이다. 결국 오늘은 들어가지 못하게 된 대성당이 저 멀리에 아련히 보이고.. 성천사 성 앞의 공원 나무 그늘에서 멘탈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 우리 아직 로마에 하루 더 있으니까 남부 여행을 포기하고 내일 다시 오면 되잖아.. 그치? 그러니까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자. 산탄젤로(성천사)성은 로마의 5현제 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의 무덤으로 계획되었던 성이다. 이후 교황의 피난처이자 요새로 개조 되었고, 바티칸 궁전과 비밀통로로 연결 되었으며 14세기에 들어선 정식으로 교황청의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감옥으로 사용 되는 등 용도 변경을 겪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중 이라고. 굳이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당시 ..
굳이 글을 두 개로 쪼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전 글의 사진이 30장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고, 다음 날의 일정이 꼬여버려 사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포로 로마노를 나와 버스를 잡아타고 진실의 입이 있는 코스메딘 산타 마리아 성당으로. 성당 안은 별 볼게 없다. 건물도 그리 높지 않아 더위를 식히기에도 별로. 진실의 입 옆면이다.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형상화 했다는 얘기도 있고 단지 하수도 구멍이었다는 얘기도 있는 이 조각품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절단된다는 전설이 있다. 게다가 그 유명한 영화 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라는 것이 폭발. 저렇게 손을 넣고 사진을 한 장 찍기까지의 줄이 매우 길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나름 입장료라고 2유로를 받고 있음. 그래도 도무지 줄은 짧아질..
2017년 6월 27일, 화요일. 먼저 정직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나는 로마 여행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꾸어 왔다는 사실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로마가 아니라 바티칸, 그 중에서도 성베드로 대성당. 유럽 여행에는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나지만, 바티칸에 가서 대성당을 보는 상상을 10년 넘게 해온 것 같다. 따라서 로마 여행은 내 유럽 여행의 유일한 목표이자 하이라이트... 였어야 했다. 그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아니면 날이 더워서 였을까. 여행이 끝난 후 아무리 돌아봐도 이 오래된 도시에 대한 내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차차 쓰기로 하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진동하는 지린내였다. 피사에서 출발한 버스는 꽤 큰 공용 버스 정거장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는..
로마에선 정말, 정말 죽을것 같이 더워서 관광을 최소화 했다. 대신 싸고 풍부한 식재료를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으며 놀았음. 로마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은 다른 글에서 쓰기로 하고, 오늘은 로마에서 뒹굴며 먹었던 음식 중 하나에 대해 쓰려고 한다. 피사에서 로마로 넘어가는 길에서 본 해바라기 밭. 끊기지 않고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계속계속 해바라기 밭이 나왔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말해준 광경이 생각이 남. 오늘 만들어 먹을 요리는 펜네 파스타로 만드는 리얼 까르보나라. 준비물: 펜네 파스타, 달걀 두 개, 파다노, 파마산, 페코리노 로마노 등 치즈, 판체타. 위 재료는 2인분 기준이다. 까르보나라는 보통 스파게티 면으로 만들지만, 지금 내가 가진게 펜네 뿐이라 그냥 이걸로 함. 만드는 방법은 동일. ..
2017년 6월 25일, 일요일. 피사에서 3박을 하기로 한 우리는 처음엔 남은 하루를 이용해 피렌체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제 친퀘테레가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했고 하루쯤은 더위를 피하고 싶다는 꾀가 나기도 해서, 개신교 휴일을 핑계삼아 뒹굴거리며 보내기로 했다. 숙소에 에어컨은 없었지만 건조한 날씨 덕분에 선풍기만 틀어도 매우 시원했고, 인터넷은 없지만 내가 열심히 준비해 온 미드가 있었다. 그저께 까르푸에서 장도 실컷 봐다 놨으니 나갈 일이 아예 없음. 뒹굴거리는 사진은 생략하기로 하고, 그래도 피사에 왔으니 피사의 사탑 정도는 보러 더운 시간을 피해 나선 사진으로 시작.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피사 대성당. 사실 피사의 사탑은 이 대성당의 종탑에 불과하다. 기울어진 모습과 이러저러한 에피소드가..
네 번째 마을 베르나차. 이 마을들의 예쁜 풍경은 트레킹을 하면서 더 많이 즐길 수 있다고들 한다. 우리는 그런거 없으니 마을 안으로. 하늘이 꾸물꾸물 거리긴 해도 하루종일 비 한방울 안내렸다. 항구마을이기도 한 베르나차. 가족단위로 놀러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가둬진 물에 배가 떠있어 지저분할 것 같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듯. 저쪽 어디엔가 트레킹 코스가 있고, 거기에서 본 베르나차 마을은 (사진을 보니)베네치아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생겼다. 잘 보면 앞쪽 바위 근처에 사람 머리가 하나 떠있다. 파도가 높은 편이라 명백히 위험해 보이는 저 곳에서 백인 남자 두어명이 수영을 하며 놀고 있었다. 큰 파도가 올때마다 바위에 부딪힐까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고, 계속 구경 하다보니 내가 꼭 ..
2017년 6월 24일 토요일. 피사의 숙소는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느린 것이 아니라 아예 인터넷 자체가 없었음. 지난 번 베네치아 숙소에 이어 이번 피사 숙소, 그리고 이 후에 간 로마 숙소까지 로마에서 이 주 좀 안되게 있으면서 세 개의 숙소를 이용했으나 인터넷 상태가 좋은 곳은 없었다. 유난히 이탈리아는 인터넷, 와이파이에 인색하다. 인색한데다, 느려. 알고보니 유럽에서 인터넷이 최악인 국가란다. 이 말은 로마에 갔을 때 하려고 했으나, 나온 김에 이야기 하자면 직접 와본 이탈리아는 꽤나 못사는 나라처럼 보인다. 아주 심하게 표현하면 물려받은 유산으로 관광객이 먹여살리는 나라. 편협한 표현이라는 건 알지만, 관광객으로서 솔직히 그렇다. 이탈리아는, 아니 특히 베네치아나 로마는 굳이 또 방문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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