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대한 안목(眼目)은 내 눈의 무늬로 이야기하겠다 당신이 가진 사이와 당신을 가진 사이의 무늬라고 이야기하겠다 죽은 나무 속에 사는 방(房)과 죽은 새 속에 사는 골목 사이에 바람의 인연이 있다 내가 당신을 만나 놓친 고요라고 하겠다 거리를 저녁의 냄새로 물들이는 바람과 사람을 시간의 기면으로 물들이는 서러움 여기서 바람은 고아(孤兒)라는 말을 쓰겠다 내가 버린 자전거들과 내가 잃어버린 자전거들 사이에 우리를 태운 내부가 잘 다스려지고 있다 귀가 없는 새들이 눈처럼 떨어지고 바닷속에 내리는 흰 눈들이 물빛을 버린다 그런 날 눈을 꾹 참고 사랑을 집에 데려간 적이 있다고 하겠다 구름이 붉은 위(胃)를 산문(山門)에 걸쳐놓는다 어떤 쓸쓸한 자전 위에 누워 지구와의 인연을 생각한다고 하겠다 눈의 음정으로..
2022년 4월 28일, 목요일 구의역 근처에서 자취를 할 땐 매일같이 한강을 찾았었다. 세계일주를 다닐 때도 그립고 그립던 한강! 중랑구로 이사하면서 자주 방문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간만에 이 근처에서 놀면서 가게 되었다. 닭강정도 한참 사먹던 집으로! 주인 분들은 그대로였는데, 간판이 요상하게 바뀌어 있었다. 프랜차이즈에서 개인사업자로 전환이라도 하신 걸까? 이곳의 특징은, 닭을 소량씩 계속해서 튀기고 있다는 점. 장점은 따뜻한 닭을 언제나 먹을 수 있고, 단점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 5000원에서 8000원으로 그 사이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추억의 맛으로 사 보기로. 우린 후라이드 하나, 양념 하나, 콜라 작은 것으로 하나를 주문했다. 그리고 걸어서 도착한 뚝섬유원지. 지하철 역 바로 앞의 공원이..
2022년 4월 28일, 목요일 뚝방길홍차가게는 말 그대로 뚝방 옆에 있다. 지하철로는 뚝섬유원지 역이 가깝고, 버스로는 2221번을 타면 된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지 2년 여가 되었는데, 적어도 한 계절에 한 번씩은 오고 있는 집이다. 간판이 따로 걸려있지 않지만 누가 봐도 티하우스로 들어가는 길이다. 한동안 주말에만 오픈해서 자주 못 왔었는데, 요즘은 화, 수를 제외한 평일에도 영업을 하시는 듯했다. 우리가 첫 손님인 듯 비어있는 가게.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일이라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내부 사진을 빠르게 찍었다. 역시나 사진을 다 찍자마자 한 테이블이 들어옴. 주말에는 웨이팅까지 생겼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카운터 옆에 진열된 네 종류의 밀크티와 디저트. 밀크티는 자주 마셔봤어도 이쪽의 케이크..
영원이라는 말을 쓴다 겨울의 도끼라는 말처럼 우연히 여기라고 쓴다 공원이라고 쓴다 누군가를 지나친 기분이 들었으므로 * 모자를 벗어두고 기타를 치고 있는가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아이의 다리 위로 그대는 날아가려 하는가 발을 버둥거릴 때 옷깃을 쥐려 하는 손들이 생기고 손목을 내리찍으려고 돌아다니는 도끼 물이 어는 속도로 얼음이 갈라지는 속도로 겨울의 공원이 생기지, 해가 저물도록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던 사나이여 그대의 곁에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어린 수리공들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언제든 완료할 수 있지, 그저 꽃잎을 떨구면 그저 붉은색 페인트 통을 엎지르면 상점은 짜부라지면서 물건을 토해내지, 상점의 주인처럼 주인의 집주인처럼 이빨들이 썩어가지, 그림자에서는 머리카락이 점점 길어지고 그대의 책장이 넘어가..
2022년 4월 22일 금요일 라미상점은 최근에 자리를 바꿨다. 카카오지도에 아직 반영이 되어 있지 않으니 조심할 것! 실제 위치는 위의 지도와 같다. 지도에 반영이 되어있지 않아 헛걸음을 1회 했다는 어필을 직원분께 드렸으니, 곧 정상화가 되지 않을까. 2년 전부터 국내 여행을 조금씩 다니게 되면서, 냉장고에 붙일 마그넷을 구입하는 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다. 세계일주 하면서는 짐을 늘릴까 두려워 구입하지 못했던 마그넷을 꼭 하나씩 구입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 2층에 위치한 라미상점 내부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 차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천천히 구경할 수 있었는데, 아직 바뀐 자리를 손님들이 모르는 거 아닐까 생각했음. 드디어 목표인 마그넷을 찾았다. 디자인이 다양하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
처음 만났던 날에 대해 너는 매일매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어떤 용기를 내어 서로 손을 잡았는지 손을 꼭 잡고 혹한의 공원에 앉아 밤을 지샜는지. 나는 다소곳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우리가 우리를 우리를 되뇌고 되뇌며 그때의 표정이 되어서. 나는 언제고 듣고 또 들었다. 곰을 무서워하면서도 곰인형을 안고 좋아했듯이. 그 얘기가 좋았다. 그 얘기를 하는 그 표정이 좋았다. 그 얘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좋았다. 그날의 이야기에 그날이 감금되는 게 좋았다. 그날을 여기에 데려다 놓느라 오늘이 한없이 보류되고 내일이 한없이 도래하지 않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처음 만났던 날이 그리하여 우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게 좋았다. 처음 만났던 날이 처음 만났던 날로부터 그렇게나 멀리 떠나가는 게 좋았..
2022년 4월 22일, 금요일 바닷가가 잘 보이는 카페 뤼미에르는 안목해변 카페거리 초입에 위치한다. 주차는 선착순이니 눈치게임 on! 우리는 마침 자리가 있어서 손쉽게 차를 댈 수 있었다. 3층짜리 건물 카페 뤼미에르. 다양한 음료가 있는 메뉴판과 딸기 메뉴가 많이 보이는 디저트 칸. 우리는 주문 후 바다가 잘 보이는 3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카페들에 비해 자리가 좀 있는 편이었는데, 운이 좋았던 건지 카페가 별로인 건진 잘 모르겠다. 조금 기다린 끝에 받아든 메뉴. 동생은 따뜻한 오늘의 커피(5500원). 사진이 남아있지 않지만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였던 것 같다. 진한 커피 매니아 아빠의 에스프레소(4500원). 특이하게 찻잔에 담아서 서빙이 된다. 나는 매의 눈으로 골라낸 얼그레이 밀크티(..
우산을 접어버리듯 잊기로 한다 밤새 내린 비가 마을의 모든 나무들을 깨우고 간 뒤 과수밭 찔레울 언덕을 넘어오는 우편배달부 자전거 바퀴에 부서져 내리던 햇살처럼 비로소 환하게 잊기로 한다 사랑이라 불러 아름다웠던 날들도 있었다 봄날을 어루만지며 피는 작은 꽃나무처럼 그런 날들은 내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한 깊이만큼 사랑의 날들이 오래 머물러주지는 않는 거다 다만 사랑 아닌 것으로 사랑을 견디고자 했던 날들이 아프고 그런 상처들로 모든 추억이 무거워진다 그러므로 이제 잊기로 한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는 사람처럼 눈을 뜨고 먼 길을 바라보는 가을 새처럼 한꺼번에 한꺼번에 잊기로 한다 -, 문학과지성사
2022년 4월 22일, 금요일 늦잠을 자고 체크아웃을 한 우리는 숙소 근처 맛집을 찾았다. 그렇게 발견한 송정 해변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의 영동막국수. 우리가 처음 손님인지 비어있는 가게가 분주했다. 실내에 앉아서도 어렴풋이 보이는 동해바다. 실내엔 제법 많은 자리가 있었다. 막국수와 만둣국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메뉴판. 한 장에 4000원씩 하는 메밀전이 눈에 띈다. 주문을 마치자 직접 뽑기 시작하시는 메밀면. 메뉴판만큼 간단한 밑반찬이 먼저 놓인다. 동치미와 열무김치. 새콤하니 맛있었다. 막국수보다 조리과정이 짧은지 먼저 나온 메밀전(4000원). 별 기대 안 하고 시켰는데, 굉장히 맛있다! 메밀과 부추가 어우러진 부침개는 잠자던 미각을 깨워주는 맛이라, 한 장을 더 시킬 수밖에 없었다...
어제는 꽃잎이 지고 오늘은 비가 온다고 쓴다 현관에 쌓인 꽃잎들의 오랜 가뭄처럼 바싹 마른 나의 안부에서도 이제는 빗방울 냄새가 나느냐고 추신한다 좁고 긴 대롱을 따라 서둘러 우산을 펴는 일이 우체국 찾아가는 길만큼 낯설 것인데 오래 구겨진 우산은 쉽게 젖지 못하고 마른 날들을 쉽게 접히지 않을 터인데 빗소리처럼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났다고 쓴다 여러 날들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많은 것들이 말라 버렸다고 비 맞는 마음에는 아직 가뭄에서 환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쓴다 우습게도 이미 마음은 오래전부터 진창이었다고 쓰지 않는다 우산을 쓴다 -, 최측의농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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