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9일, 월요일 여주시 맛집 보배네집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어린 시절 단골이었던 곳이라 오랜만에 찾아가는 길이 기대감으로 가득했음.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한 듯. 맛있는 녀석들 사진이 괜히 반가웠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입구. 초점이 나가버린 내부 사진1 내부 사진2 어릴 때 기억으론 상당히 넓었던 것 같은데.. 원래 이 정도 넓이였나? 의자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적당한 가격대의 음식들. 소고기 만두가 궁금해서 시켜보았다. 바로 나오는 밑반찬과 숭늉? 정확하지 않음. (김치)만두(8000원) 두 접시와 소고기만두(9000원)한 접시. 각각 10개씩 만두가 올라가 있었다. 먼저 소고기 만두. 고기만두 하면 생각나는 달큰한 맛이 아닌 담백함이 주..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악수하는 두 마리의 코끼리를 본다거나 검은 승용차가 집 앞에 도착한다거나 손을 귀처럼 떨군다 물방울마다 창문이 비친다 투명은 어디에든 차 있는가 창문은 아귀가 맞지 않는 종種인가 이런 창밖을 기억한다 볕이 지글거리는, 남자가 걷어찬 푸른 의자 같고 주인인 노인의 다리 같고, 그녀가 내다 놓은 마른 선인장 같은, 골목을 돌아 나가는 고양이의 얼룩 같은 그런 뺨을 기억한다 그가 지났던 곳에 생긴 그을음을 깨진 접시 위에서 파닥거리는 날생선을 그녀가 문지른 뺨에서 떨어지는 소금을 의자가 다시 접착되는 순서에 상관없이 해약하는 계약들의 종류에 상관없이 하루 중 한 순간은 기대어 손을 편다 벽과 손 사이에 화흔火痕인 두 개의 눈이 있다 갈라지는 손바닥, 두 마리의 코끼리와 그 사이..
2022년 5월 2일, 월요일 대낮의 전주 한옥마을 구경을 한 바퀴 마치고, 우리는 처음에 봐 두었던 카페로 이동했다. 3층부터 7층까지 카페라고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3층 한 층만 제대로 관리되는 듯 싶었다. 콘크리트 액자 너머로 보이는 한옥마을. 전망대카페는 실내공간과 테라스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테라스의 한옥마을 뷰. 몇몇 현대식 건물을 제외하고는 나지막한 한옥 건물들이 차분하다. 실내 공간도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날이 좋았던 탓에 사람들이 다 테라스에 앉아있어서 우리는 실내 창가에 앉음. 전망대카페의 메뉴. 디저트도 나름대로 팔고 있었지만 배불러서 눈에 띄지는 않았다. 커피를 잘 드시지 않는 엄마는 청포도 에이드(7500원). 상큼 달달하고 맛있지만 아무래도 비싼 감이 없지 않다..
거리가 젖어 있다. 어저께 비가 온 것은 아니다. 오늘 소나기가 지나간 적도 없다. 예보에서 이번 해는 장마 없이 폭염이 시작될 거라고 한다.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일생 동안 내내 얼어붙은 계절을 지나 첫번째 겨울잠에서 깬 당신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다. 당신의 화법은 침묵과 나의 추측으로 구성되었다. 담벼락에 낙서된 두 개의 이름이 갈라지고 있다. 라디오에서 나오던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 음악이 잡음으로 일그러지고 있다. 상관없이 젖은 거리가 이유 없이 마르지 않는다. 그해 한쪽에서 연인이 되는 것으로 짝사랑이 끝났고 반대편에서 짝사랑인 채 연인이 끝났다. 처음 신은 신발이 축축해진다. 어젯밤 쌓였던 음식물쓰레기가 반으로 줄어 있다. 집집마다 불이 꺼지고 누군가가 미워지는 시간 고양..
2022년 5월 2일, 월요일 군산을 뒤로하고 찾은 전주의 점심메뉴는 역시 비빔밥이다. 경기전 뒤쪽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주차장도 넓어서 걸어오기도 차를 끌고 오기도 편한 곳.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했으나 아슬아슬하게 웨이팅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오고 메뉴를 고르는 동안 손님이 몰려서 살짝 줄을 서야 했음. 전동떡갈비의 메뉴는 단순하다. 가장 많이 팔리는 듯한 수제떡갈비 비빔밥 세트와 몇 가지 단품 메뉴들. 어린이 메뉴, 그리고 모주를 비롯한 술과 음료메뉴. 우리는 2인 세트를 두 개, 그러니까 4인용 세트를 주문했다(총 60000원). 여유있게 준비되는 밑반찬들. 밑반찬 양이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사장님이 돌아다니시면서 부족한 반찬을 계속 채워주신다. 굉장히 친절하고 싹싹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반..
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 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 떨어지는 꽃잎과 새로 나오는 이파리가 비교적 잘 헤어지고 있다. 접이우산 접고 정오를 건너가는데 봄비 그친 세상 속으로 라일락 향기가 한 칸 더 밝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다 말았다. 미간이 순해진다. 멀리 있던 것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저녁까지 혼자 걸어도 유월의 맨 앞까지 혼자 걸어도 오른켠이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 오른켠도 연일 안녕하실 것이다. -, 문학동네
2022년 5월 1일, 일요일 군산 수제 맥주 체험관 군산비어포트는 일본식 가옥 등이 있는 관광지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버스로도 접근하기 쉽고 주차공간도 넉넉한 편. 작년 12월에 문을 연 군산비어포트는, 군산 맥아로 수제 맥주를 만드는 네 군데의 브루어리가 입주해 있어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게 앞의 바다는 썰물 때인지 뻘이 다 드러나 있어서 그런대로 분위기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눈에 띄는 스크린. 매장 한편에 위치한 공장에는 맥아를 이용해 맥주를 만드는 과정이 붙어있어 천천히 구경하며 둘러보기 좋았다. 나름대로 투어를 할 때도 있는지 이런 공간도 준비되어 있음. 가게 내부는 공장 컨셉답게 넓고 탁 트여있다. 창가에 앉으면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바다를 배..
창 밖에 전염병과 전쟁과 귀신이 창궐해 있어서 창을 닫아도 소용없고 피난 갈 곳도 없어서 그녀는 아이들을 집에서 놀리고 밥 먹이고, 불러 앉혔다 어디에도 살 길이 없단다 이제 잠깐 살기로 하자, 살기로 하자, 기도하는 꿈에서 깨어났다 창밖에 전염병과 전쟁과 귀신이 창궐해 있었는데 문을 활짝 열고 서둘러 아이들을 씻겨 학교에 보낸 뒤, 그녀는 마트에 갔다 어디에도 죽을 길이 안 보여서 커피를 마셔볼까? 중얼거렸다 낮술을 한잔할까? 오후엔 잤다 어디에도 죽을 길이 없어서 우두둑 부활하듯 기지개를 켰지만, 이상한 날이다 해가 진 지 오래인데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뉴스에, 뉴스가 나오지 않는다 -, 문학과지성사
2022년 5월 1일, 일요일 카페 군산과자조합은 뚜벅이 여행자가 접근하기 좋은 곳에 위치한다. 한일옥, 초원사진관등과 한 블록 떨어져 있음. 좋은 날씨를 누리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이층에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일층은 일종의 편집샵? 소품샵? 으로 이용되는 듯했다. 오래된 건물에 어울리는 간판을 지나 이층으로. 마침 손님이 많지가 않아서 내부 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었다. 오래된 일본식 가옥의 뼈대를 그대로 사용한 인테리어에, 음악은 올드팝. 느즈막한 햇살까지 아주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이 모으신 다기세트도 예뻤는데, 일요일 오후에 어울리는 다기세트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라인업의 과자들. 사진엔 없지만 진저레몬쿠키도 있다! 굉장히 많은 종류의 스콘. 주말에는 이 스콘들이 전부 팔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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