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1일 일요일부터 13일 화요일. 예고했던 대로 이 기간엔 카메라를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가끔 바깥구경을 가거나 인터넷을 충전하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말고는 거의 거실에 누워서 지냈던 것 같다. 그래도 모로코 마무리는 해야하니까 없는 사진을 그러모아서 시작! 일요일엔 마트에 다녀오다 보니 모스크 앞 광장에 시장이 열려있었다. 별게 없을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딱히 일정도 없는 우리는 걸어 들어가 본다. 쌀을 비롯한 곡식들이나 채소나 과일. 생각했던 대로 볼건 하나도 없군. 다만 안그래도 물가가 싼 모로코 마트보다도 더 저렴하게 과일들을 판매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에서 오렌지를 구입해 보는건데. 아쉬워도 어쩔수 없다. 관광객은 커녕 외국인 하나 없는 시장에서 북적거리는..
2017년 6월 10일 토요일. 안식일 다음 날 마을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새벽 5시쯤 부터 택시가 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라마단 기간이라고 모두가 나처럼 게으른 것은 아닌게 분명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늦잠. 아침엔 어제 사서 차게 식혀둔 오렌지로 주스를 만들어 먹는다. 1킬로에 우리 돈 500원 정도 하는 오렌지를 2킬로그램정도 사면, 사진에 보이는 양 만큼 네 번정도 마실 수 있다. 굳이 계산하자면 한잔에 125원.. 프놈펜에서 자주 마시던 사탕수수가 생각났다. 매우 느린 동작으로 주스와 빵 달걀등으로 아침을 때우고 오늘은 한 번 시내로 나가볼까. 먼저 어제 스치고 지나간 터미널 근처의 해변. 메디나, 그리고 많은 숙소에서 가까워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모로코 사람들을 혹시라도 자극하지 ..
2017년 6월 9일 금요일. 드디어 꿈꾸던 에사우이라에 도착했다. 쉐프샤우엔에 이은 게으른 모로코 여행의 완성판이 될 곳. 여행 블로그들을 보면 보통 에사우이라는 일박을 하거나 건너뛰고 카사블랑카를 가곤 하던데, 페즈와 마라케시에서 충분히 시달린 우리는 이 한적한 휴양지에서 4박 5일을 보내기로 한다. 밤새도록 달려 아침일찍 도착한 버스정류장. 나도 곧 너희들처럼 널부러져 지내게 될 거란다. 1도 안부러워. 잠시 근처 해변에 들러 사진을 찍고, 다시 탕헤르로 돌아갈 버스 티켓을 예매하고. 번화가에서 차로 10분정도 떨어진 우리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가격흥정 없이 탔는데 바가지 씌우지 않는 놀라운 택시기사 덕분에 시작부터 기분좋은 게으름. 먼저, 우리의 숙소를 소개한다. 첫 째도 게으름, 둘 째도 게으..
사진 양이 애매해서 어쩔까 하다가 글을 두 개로 쪼갰다. 공원 밖은 그냥 덥다는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바레인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느껴지던 당황스러운 더위. 동남아의 더위와는 결을 달리하는, 더위 그 자체가 말 그대로 나를 태워버릴 듯 머리위에서 빛나고 있는 기분. 웬만해서는 한 시간 정도 거리는 걸어다니는 우리로서도 이건 무리다. 바로 택시를 잡는다. 다음 목적지는 마조렐 정원보다 마라케시에서 더 보고 싶었던 곳, 바로 바히아 궁전이다. 이름의 뜻 부터가 '아름다운 궁전'이라는 바히아 궁. 19세기 초에 지어져 과연 당대 가장 아름다운 궁전이었다는 바히아 궁!!! 그딴거 없고 영업시간이 끝나있었다(...)(사진은 상관없음) 하..................... 마조렐 ..
2017년 6월 8일 목요일. 어제 하실라비드에서 새벽같이 출발한 버스는 저녁무렵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어쩌다 보니 길이 잘 보이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왔는데, 중간에 이런 길을 한 시간 넘게 지나가야 했다. 말도 안되는 산길을 위태위태하게 달리다가 사고의 위기를 한 차례 겪은 후, 나는 더이상 어린시절 오르던 대관령길에 대해 추억하지 않았다. 금식시간이 끝나는 시간 언저리에 체크인 한 첫날은 그냥 밥먹고 잠. 마라케시에서는 2박만 하고 지나가기로 했다. 에어컨이 나오는 숙소에서 푹 자고 다음 날 아침, 택시를 잡아타고 마조렐 정원으로 먼저 향했다. 해가 쨍하지 않아 풍경이 아쉽지만 너무 덥지 않아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마조렐 정원은 나에겐 생소한 이름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꾸민 정원이라고 한다. 더..
2017년 6월 5일 월요일.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은 성대하게 차려진다. 과연 하실라비드의 인심.. 오른쪽에 잘려서 안보이지만 빵이 있다. 배불러서 겨우 다 먹을 정도의 양. 사막에 다녀와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어보기로 미리 다짐한다. 밥을 먹고나선 방에 돌아가 다시 뒹굴거렸다. 투어는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네시? 다섯시? 쯤 시작한다. 시간이 돼서 옷을 입고 나와 낙타를 기다린다. 젤라바는 뒤에 모자가 달렸다. 이정도면 여기 주인 각. 잠시 대기시간 후에 투어 인솔자가 우리를 마중 나와서 한명씩 낙타에 싣는다.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들어가는 풍경. 달을 보아하니 오늘 별보긴 틀렸다. 우리는 여섯명이 한 팀. 흔들림이 심해서 사진을 잘 찍을수가 없었다. 거기에 모래바람이 계속 불어서 이미지센..
2017년 6월 4일 일요일. 밤을 새워 달리던 버스, 불 빛 하나 없는 위험한 도로에서 바라본 하늘엔 별이 가득 박혀있었다. 은하수가 맨눈으로 보이는 풍경. 어두운 이차선 도로에서 마구 추월을 하는 기사에게 목숨을 내맡긴 것도, 새벽 세시가 넘어 잠이 오고 있는 것도 잊은 채,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하실라비드. 마을 어디에서나 사하라의 모래언덕이 보이는 사막마을 하실라비드는 매우 작은 마을로, 사막투어를 하기 위해 들리는 곳이다. 검색을 해 보면 블로그에 많이 나오는 게스트 하우스가 두 곳인가 있고, 투어도 그쪽을 이용해서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듯 하다. 하지만 우리는 북적이는 게 지금은 싫다. 유럽에서 충분히 겪었으니. 해서, 길가에 있는 아무 게스트하우스에서 3..
2017년 6월 3일 토요일. 사실 페즈는 별로 오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래저래 워낙 악명이 높기 때문이기도 했고 관광객도 많다는 소문에. 거기에 무엇보다도 내가 에사우이라에 완전히 꽂혀서 나머지를 빨리 클리어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죽 염색공장은 보자는 합의가 이루어져서 1박 2일만 머무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 평가한다. 페즈 숙소에선 모처럼 한국 분들을 만났다. 우리의 모로코 이후 행선지인 바르셀로나에서 교환학생 중이라는 두 여성분에게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보와 페즈 맛집 추천도 받았다. 무려 낙타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판다고. 낙타버거라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녁을 먹으러 온 카페 클락. 요건 높이 시킨 뭐 다른거였는데, 그냥저냥 괜찮았다. ..
2017년 5월 31일 수요일. 역시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다. 이틀동안 뒹굴어 체력이 회복된 김에, 오늘은 산 중턱에 보이는 스패니쉬 모스크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처음 도착했던 날에 비해 날이 갈수록 하늘이 흐려지고 있지만, 뭐 별로 상관은 없다. 어김없이 늘어져 있는 고양이. 하도 멋있게 앉아있어서 흑백으로 바꿔봤다.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있고 매일같이 봐도 질리지 않고 행복한 것을 보니 우리같은 애묘인들은 여기서 한 달은 머물러도 될 것 같다. 나도 다음에 와선 조금 더...! 숙소에서 보기엔 멀어보였는데, 산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지붕은 빨래터인듯 하다. 가까이 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많아 그냥 포기. 선인장이 자라는 ..
2017년 5월 30일 화요일. 파란 마을의 날씨는 아침부터 좋다. 모로코에 있는 동안엔 최대한 게으르게 지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사진도 찍는둥 마는둥 느릿느릿 움직인다. 잠도 자고싶은 만큼, 매우 늦잠을 자고 일어난 후 나름 브런치를 먹으러 나와 가게를 탐색한다. 해서 들어가 본 가게. 식사시간을 비껴 찾아온 덕에 손님은 우리와 고양이 모자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가게 주인도 고양이를 내쫓을 생각은 없다. 우선 생과일 오렌지주스부터 한 잔씩 시키고. 가장 먼저 나온 요거트. 너무 시어서 꿀을 타 먹어야 한다. 지중해식 샐러드라고 해서 시켜본 참치샐러드. 그늘진 사진 덕분에 별로인 듯 나왔지만 이게 또 취향 저격이라 이후 하루에 한 그릇씩 찾게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당하게 메뉴판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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