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일, 토요일. 시나이반도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홍해를 놓고 마주보고 있다. 특히 다합은 샴 엘 셰이크와 함께 바다가 깨끗하기로 유명한데, 물 속에서 시야가 좋은 날은 20m 가까운 거리가 내다보이기도 한다. 거기다 비도 내리지 않으니 다이빙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 이후에 피라미드 앞에서 만난 캐나다 아저씨 얘기로는 건너편 사우디 아라비아쪽의 바다는 시야가 굉장히 좋지 않다고 한다. 다합도 차가운 물이 올라오는 계절이 되면 플랑크톤이 늘어나 탁한 날이 많다. 겨울에는 오전에 다이빙을 할 것, 이게 다이빙 샵 마스터들이 경험으로 하는 말이다. 아무튼 다이빙 최적지 다합에는 샵이 굉장히 많이 있다. 굳이 세어보지 않아도 스무 개 가까이는 되는 듯. 최근의 줄어든 손님을 생각하면 많아도 너무 많..
2017년 8월 27일, 일요일. 다합은 여행을 출발하기 한참 전부터 기대하던 곳 중의 하나다. 깨끗한 물과 낮은 물가와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까지.. 나름대로 바쁘게 다니던 여행의 휴식지로는 다합만한 곳이 없어 보였으니. 따라서 당연하게도 다합으로 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즐거워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 우리는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채 난파선처럼 다합에 닿았다. 아직 낮이고 밤이고 울다 잠들기를 반복해도 파헤쳐진 마음은 채워지지 않아, 여행을 끝내야 하는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날들이었다. 그런 마음 상태를 가지고 만난 다합과 다합의 이집션들은 충분히 따뜻했고, 우리는 여행을 계속하되 아프리카 종주를 포기하고 다합에서 두 달을 머물기로 했다. 결정한 이상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짐을 풀..
2017년 8월 24일, 목요일. 페트라 캔들 나이트는 매주 월, 수, 목 저녁에 열린다. 인솔하는 가이드를 따라 촛불이 밝혀진 시크(협곡)를 따라 알 카즈네까지 걷는 길은, 요르단 패스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 입장료 17JD를 아주 싸게 느끼게 한다. 페트라의 보존을 위해 전기를 아주 제한된 곳에만 공급하기 때문에, 촛불로 밝혀진 길은 별을 한가득 이고 있다. 우리 호텔을 포함한 대부분의 호텔에선 수수료 없이 입장권을 예매 해준다. 티켓창구에서 별도로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못느낌. 정확하게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호텔에서 일러준 투어 시각 15분 전에 광장에서 대기했다. 밤에 진행하는 투어인데다 가이드까지 붙으니 제한인원이 있을거라 생각 했지만, 있더라도 무의미한 정도로 큰 인원이니 예..
2017년 8월 24일, 목요일. 우여곡절 끝에 전날 밤늦게 페트라 근처 호텔에 도착했다. 이즈미르 공항에서 출발해 앙카라 공항에서 노숙, 아침 비행기를 타고 암만에 내린 뒤 시내로 나와서 바로 와디무사 행 승합차 버스에 탑승해 4시간 반. 일부러 페트라 근처에 잡아둔 호텔까지 걸어와 짐을 풀고 나니 시간은 10시가 훌쩍 넘었다. 이렇게까지 급하게 움직인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페트라 캔들 나이트가 월, 수, 목 밖에는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 목요일을 놓치면 꼼짝없이 주말을 요르단에서 보내는 수밖에는 없었으니. 아무튼 지친 몸을 위해 일부러 살짝 좋은 호텔을 잡고, 따뜻한 샤워 후 바로 기절했다.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요르단 물가가 워낙 비싼데다가 페트라 주변은 바가지까지 추가되니 ..
요르단에서 페트라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은 다름아닌 까르푸였다. 사막과 페트라의 나라에서 프랑스의 할인마트가 왜 나오느냐. 그 이유는 몇 줄 아래에 쓰여있다. 요르단은 가난한 나라다. 석유도 없고 제조업도 없는데다 국토의 80%이상이 사막. 연 강수량은 90mm에 불과해 물도 수입하는 실정이다. 제조업이 없다시피 하다고 했으니 공산품도 전부 수입에 의존한다. GDP의 10%를 관광에서, 나머지 70%를 서비스업에서 뽑아낼 정도로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데, 거기에 더해 이집트 등에서 유입된 값싼 노동력에 의해 청년실업률은 30%, 여성 실업률은 50%를 훌쩍 뛰어넘는다. 일부 농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건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형성된 높은 물가에 높은 실업률이 더해지면 빈곤층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순서. ..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데니즐리에서 파묵칼레로 가는 돌무쉬는 버스 터미널에서 자주 있다. 요금은 편도 4리라에서 3.5리라 사이로, 차마다 조금씩 다른듯 하다. 우리는 갈 때 4리라, 올 땐 3.5리라를 각각 내고 왔다. 괴레메의 버섯바위와 함께 터키 하면 떠오르는 풍경, 파묵칼레. 더워지기 전에 구경을 마치려고 아침일찍 다녀왔다. 시원하고 줄도 짧아 금방 입장할 수 있었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인원이 이 정도로 늘어난다. 거기에 티켓 창구는 두 개 뿐이라 줄도 겁나 길게 서야함. 파묵칼레 언덕 아래에는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가 있었다. 하지만 숙소나 식당에는 점심시간 까지도 파리만 날리는 현실. 한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 많이 방문하는지, 곳곳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적혀있다. 사진은 생략하고, 우..
쉴레이만 모스크에서 갈라타 다리로 가는 중간엔 이집션 바자르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므스르 차르슈. 바자르라고 해서 그랜드 바자르 처럼 넓은 실내 공간이 있는 것은 아니라 단어 그대로 재래시장처럼 일정 구역에 상점이 몰려있는 곳이다. 파는 물건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부르는 가격이 평균적으로 조금 낮은 듯. 향신료 시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만큼 향신료를 파는 가게도 많이 있다. 하지만 굳이 다시 강조하자면 그랜드 바자르와 크게 다를게 없음. 터키식 아침식사를 주문하면 꼭 같이 나오는 치즈들. 대충 봐도 대여섯 종의 치즈가 올라올 만큼 터키사람들은 치즈를 좋아한다. 돼지고기와 술이 부족한 자리에 치즈와 차, 커피, 담배가 있다. 므스르 차르슈의 입구. 이 입구까지 오는 길에도 상점은 많다. 비슷하게 생긴 내부..
2017년 7월 6일, 목요일. 이번 숙소는 집은 좁지만 침대가 괜찮은 편이었다. 덕분에 잘 자고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 너무 잘자는 바람에 늦잠을 자서, 문을 닫기 전에 돌락시장부터 왔다. 이미 반쯤 닫혀버린 시장. 과일부터 각종 독특한 기념품 까지.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방문한다면 훨씬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을듯 하다. 특히나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과일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서, 실컷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과일이 저렴한 것은 거의 유럽 공통이라고 봐도 좋기때문에, 굳이 과일 사먹으러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듬. 바로 이어서 어제는 들어가지 못한 자그레브 대성당으로. 평일 오후라 그런지 성수기임에도 오가는 관광객이 많지 않다. 낮에 보는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터짐. 오른편..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온 아이들 사진으로 시작. 현 시점, 나는 이미 이르쿠츠크에 도착해 있다. 열차 안에서 블로그 작성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서 조금 지난 일을 몰아서 적어본다. 하바롭스크 역 앞에서 지지와 세모. 다시 봐도 하늘이 예쁘다. 하바롭스크를 떠나기 전날, 호텔 근처에 있던 대형마트에 들러서 기차에서 3박4일 버틸 식량을 샀다. 러시아의 마트는 여러가지 독특한 면이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느끼기에 가장 좋은 점은 생맥주를 즉석에서 담아서 판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마트 한곳에 위 사진과 같은 코너가 설치되어 있고, 원하는 맥주와 용량을 선택하면 이와 같이 크고 아름다운 페트병에 생맥주를 담아서 준다. 전체적으로 러시아의 맥주들이 맛있지는 않지만, 모르고 그냥 먹는 재미가 있다.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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