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9일, 일요일. 부다페스트에서의 3일차는 하루종일 숙소에서 뒹굴며 보냈다. 저녁무렵에 외식하러 나온 것이 첫 번째 외출. 높이 외식장소로 고른 헝가리 음식점은 엘리자베스 다리 근처에 있는 식당. 이름은 'Pipa étterem a Mesterek Konyhája', 뒷부분을 직역하면 'Chef's Kitchen' 정도가 되는 이름이다. 위치는 아래에: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도 물론 쉽고, 시내에서 걸어서 오기도 가깝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시골풍 인테리어. 중구난방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또 정감있다. 홀에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 둘,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들. 우리가 들어갔을때만 해도 손님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전부 예약석이었다. 잠시후에 저 자리에 사람들이 가득차 밥 먹는 내..
집에 도착해보니 저녁 먹을시간 까지는 없어서 간단히 라면이나 끓여먹고 쉬었다. 우리가 정한 야경포인트는 겔레르트 언덕. 숙소에서 트램을 두 번 갈아타면 갈 수 있는 곳이다. 해가 막 떨어진 다뉴브 강은 아직 파란기가 남아있다. 청록색 철골구조를 자랑하는 자유의 다리. 트램이 오가는 이 다리 앞은 인적이 드물다. 아마도 겔레르트 언덕 옆에 있는 겔레르트 호텔이었던 것 같음. 이후로는 짧은 등산의 시간이 이어진다. 빠르게 오르면 15분? 정도 계단을 오르는 일은 생각치도 않던 운동이라 당황스러움. 그래도 살살 오르다 보면 음악을 틀고 파티하고 있는 영어권 애들도 있고 포기하고 앉아있는 동양 애들도 있고 쏠쏠함. 아무튼 열심히 오르고 나면, 콜라 파는 트럭이 나오고 월계수 잎을 받들고 선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왕궁 방향으로 들어가도 전망을 볼 수 있는 언덕이 나온다. 거기서 보는 풍경은 이렇게 생겼다. 국회의사당이 작아보이는 이 곳에선 나도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물론 애들도. 몇 번 언급한듯 하지만 애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날이 아주 덥지는 않다는 뜻이다. 왕궁은 무료입장인데, 바로 직전 글에 언급했듯 별 볼게 없다. 일정이 빠듯한 사람은 굳이 이쪽까지는 오지 않아도 괜찮은 듯. 여기 올 시간에 시내로 내려가 성 이슈트반 성당 앞에서 커피나 한 잔 하는것이 나을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는게 시간. 굳이 가장 안쪽까지 들어와 봤다. 부다 궁이 이토록 별 볼일 없는 이유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이후 헝가리 혁명을 거치며 크게 망가졌었기 때문이다. 현재 건물은 재건된지 채 40년 안팎. 나름대로 세계문화유산..
2017년 7월 8일, 토요일. 부다페스트는 성베드로대성당 다음으로 와보고 싶던 곳이다. 별 이유는 없다. 부다페스트 여행에 대한 감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체코의 프라하 보다 낫다는 것.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왔음에도 이쪽이 훨씬 나았다. 먹다 남은 복숭아 빵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어느새 국경을 넘었다. 이번 집의 호스트는 독특한 사람인 듯, 집에 이런 마네킹이 놓여져 있다. 혼자 자는거면 무서웠을수도...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지만 이상하게 시원한 숙소라 이불이 필요했다. 도착한 첫 날은 대강 허기만 달래고 자고 다음날 아침. 조금 일찍 나선 탓인지 하늘이 흐리다. 도시 풍경은 동유럽 느낌. 프라하와 비슷하다. 우리는 24시간짜리 교통권을 구입해서 다녔다. 걸으려고 한다면야 걸을 수 있지만, 야경..
해가 넘어가는 시간쯤 해서 밖으로 나온 우리는 이번엔 시내가 아닌 예술박물관 앞의 광장으로 향한다. 처음 자그레브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보았던 이 홍보물 때문인데,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공원에서 무료 클래식 공연을 해준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주 정도 이어온 클래식 축제는 운좋게도 우리가 머물던 날까지 진행됐다. 공원은 시내와도 가깝고 트램 정거장 바로 옆이기도 해 접근성이 좋다. 자리를 잡고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수도 한복판에서 열리는 음악축제라 사람으로 미어터질 줄 알았는데 상당히 여유로운 분위기이다. 가족단위로 온 손님들은 풀밭에 대충 담요를 깔고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공연 시작. 조명도 꽤나 신경쓴 듯 하지만 내가 아는 곡은 연주되지 않았다. 게다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
2017년 7월 6일, 목요일. 이번 숙소는 집은 좁지만 침대가 괜찮은 편이었다. 덕분에 잘 자고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 너무 잘자는 바람에 늦잠을 자서, 문을 닫기 전에 돌락시장부터 왔다. 이미 반쯤 닫혀버린 시장. 과일부터 각종 독특한 기념품 까지.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방문한다면 훨씬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을듯 하다. 특히나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과일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서, 실컷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과일이 저렴한 것은 거의 유럽 공통이라고 봐도 좋기때문에, 굳이 과일 사먹으러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듬. 바로 이어서 어제는 들어가지 못한 자그레브 대성당으로. 평일 오후라 그런지 성수기임에도 오가는 관광객이 많지 않다. 낮에 보는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터짐. 오른편..
2017년 7월 5일, 수요일. 크로아티아의 모든 에어비앤비 숙소는 성공적이었다. 자그레브까지 와서야 확실히 느꼈다. 호스트들이 하나같이 배려도 넘치고, 묻지도 않았는데 체크아웃 시간을 조정해 준다. 아 이 착한사람들 진짜... 아직 돈 맛을 덜 본건가? 아무튼 짐을 풀고 날이 기울고 있는 자그레브 시내로 나갔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아 한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부터 시작. 엄밀히 따지면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인 니콜라 테슬라. 그 고향이 나중에 독립하여 크로아티아가 된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최종 국적은 미국(...) 크로아티아는 커녕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도 지나쳐 들어오면 작은 광장 위로 작은 정교회 성당이 하나. 앞의..
2017년 7월 3일, 월요일. 고민 끝에 자다르도 글 하나로 정리하기로 했다. 같은 풍경의 낮과 밤 사진이 대부분이고, 사실 이 곳은 딱히 갈데도 없다. 다만 이곳도 친절한 사람들과 좋은 숙소, 호스트 덕분에 먹고 마시고 굴러다니며 지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이런 나라들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빠르게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도무지 어디에도 확실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영어로 파고 파다보면 가격 정도 나옴. 나머지는 투어리스트 인포나 물어물어 해결해야 한다능. 그래도 걱정하지 말자. 일단 방향을 알고 가격을 알면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 해준다. 이게 어느정도냐면, 우리가 버스 정거장에서 헤매고 있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표정이 '제발 나한테 물어봐줘,..
2017년 6월 29일, 목요일.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성베드로대성당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일곱시. 아침도 거르고 일어나서 눈만 비빈 채로, 여섯시 사십분에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가 성당 정면에 반사된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이 눈에 띈다. 대성당의 돔은 정작 광장에선 잘 볼 수가 없는데, 수많은 건축가가 설계를 변경하면서 생긴 참사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성당의 평면 구조가 그리스 십자가에서 라틴 십자가로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라는데, 쉽게 말하면 정사각형 모양 병원 십자가에서 교회 십자가 모양으로 바뀌느라 앞뒤가 길어졌기 때문. 덕분에 "미켈란젤로의 돔은 대성당 정면을 제외한 로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는 비아냥을 건축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높의 흔들리는 멘탈이 묻어나는 이 사진은 성 천사 다리 앞이다. 결국 오늘은 들어가지 못하게 된 대성당이 저 멀리에 아련히 보이고.. 성천사 성 앞의 공원 나무 그늘에서 멘탈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 우리 아직 로마에 하루 더 있으니까 남부 여행을 포기하고 내일 다시 오면 되잖아.. 그치? 그러니까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자. 산탄젤로(성천사)성은 로마의 5현제 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의 무덤으로 계획되었던 성이다. 이후 교황의 피난처이자 요새로 개조 되었고, 바티칸 궁전과 비밀통로로 연결 되었으며 14세기에 들어선 정식으로 교황청의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감옥으로 사용 되는 등 용도 변경을 겪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중 이라고. 굳이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당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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