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글을 두 개로 쪼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전 글의 사진이 30장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고, 다음 날의 일정이 꼬여버려 사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포로 로마노를 나와 버스를 잡아타고 진실의 입이 있는 코스메딘 산타 마리아 성당으로. 성당 안은 별 볼게 없다. 건물도 그리 높지 않아 더위를 식히기에도 별로. 진실의 입 옆면이다.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형상화 했다는 얘기도 있고 단지 하수도 구멍이었다는 얘기도 있는 이 조각품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절단된다는 전설이 있다. 게다가 그 유명한 영화 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라는 것이 폭발. 저렇게 손을 넣고 사진을 한 장 찍기까지의 줄이 매우 길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나름 입장료라고 2유로를 받고 있음. 그래도 도무지 줄은 짧아질..
2017년 6월 27일, 화요일. 먼저 정직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나는 로마 여행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꾸어 왔다는 사실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로마가 아니라 바티칸, 그 중에서도 성베드로 대성당. 유럽 여행에는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나지만, 바티칸에 가서 대성당을 보는 상상을 10년 넘게 해온 것 같다. 따라서 로마 여행은 내 유럽 여행의 유일한 목표이자 하이라이트... 였어야 했다. 그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아니면 날이 더워서 였을까. 여행이 끝난 후 아무리 돌아봐도 이 오래된 도시에 대한 내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차차 쓰기로 하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진동하는 지린내였다. 피사에서 출발한 버스는 꽤 큰 공용 버스 정거장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는..
로마에선 정말, 정말 죽을것 같이 더워서 관광을 최소화 했다. 대신 싸고 풍부한 식재료를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으며 놀았음. 로마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은 다른 글에서 쓰기로 하고, 오늘은 로마에서 뒹굴며 먹었던 음식 중 하나에 대해 쓰려고 한다. 피사에서 로마로 넘어가는 길에서 본 해바라기 밭. 끊기지 않고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계속계속 해바라기 밭이 나왔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말해준 광경이 생각이 남. 오늘 만들어 먹을 요리는 펜네 파스타로 만드는 리얼 까르보나라. 준비물: 펜네 파스타, 달걀 두 개, 파다노, 파마산, 페코리노 로마노 등 치즈, 판체타. 위 재료는 2인분 기준이다. 까르보나라는 보통 스파게티 면으로 만들지만, 지금 내가 가진게 펜네 뿐이라 그냥 이걸로 함. 만드는 방법은 동일. ..
2017년 6월 25일, 일요일. 피사에서 3박을 하기로 한 우리는 처음엔 남은 하루를 이용해 피렌체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제 친퀘테레가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했고 하루쯤은 더위를 피하고 싶다는 꾀가 나기도 해서, 개신교 휴일을 핑계삼아 뒹굴거리며 보내기로 했다. 숙소에 에어컨은 없었지만 건조한 날씨 덕분에 선풍기만 틀어도 매우 시원했고, 인터넷은 없지만 내가 열심히 준비해 온 미드가 있었다. 그저께 까르푸에서 장도 실컷 봐다 놨으니 나갈 일이 아예 없음. 뒹굴거리는 사진은 생략하기로 하고, 그래도 피사에 왔으니 피사의 사탑 정도는 보러 더운 시간을 피해 나선 사진으로 시작.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피사 대성당. 사실 피사의 사탑은 이 대성당의 종탑에 불과하다. 기울어진 모습과 이러저러한 에피소드가..
네 번째 마을 베르나차. 이 마을들의 예쁜 풍경은 트레킹을 하면서 더 많이 즐길 수 있다고들 한다. 우리는 그런거 없으니 마을 안으로. 하늘이 꾸물꾸물 거리긴 해도 하루종일 비 한방울 안내렸다. 항구마을이기도 한 베르나차. 가족단위로 놀러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가둬진 물에 배가 떠있어 지저분할 것 같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듯. 저쪽 어디엔가 트레킹 코스가 있고, 거기에서 본 베르나차 마을은 (사진을 보니)베네치아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생겼다. 잘 보면 앞쪽 바위 근처에 사람 머리가 하나 떠있다. 파도가 높은 편이라 명백히 위험해 보이는 저 곳에서 백인 남자 두어명이 수영을 하며 놀고 있었다. 큰 파도가 올때마다 바위에 부딪힐까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고, 계속 구경 하다보니 내가 꼭 ..
2017년 6월 24일 토요일. 피사의 숙소는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느린 것이 아니라 아예 인터넷 자체가 없었음. 지난 번 베네치아 숙소에 이어 이번 피사 숙소, 그리고 이 후에 간 로마 숙소까지 로마에서 이 주 좀 안되게 있으면서 세 개의 숙소를 이용했으나 인터넷 상태가 좋은 곳은 없었다. 유난히 이탈리아는 인터넷, 와이파이에 인색하다. 인색한데다, 느려. 알고보니 유럽에서 인터넷이 최악인 국가란다. 이 말은 로마에 갔을 때 하려고 했으나, 나온 김에 이야기 하자면 직접 와본 이탈리아는 꽤나 못사는 나라처럼 보인다. 아주 심하게 표현하면 물려받은 유산으로 관광객이 먹여살리는 나라. 편협한 표현이라는 건 알지만, 관광객으로서 솔직히 그렇다. 이탈리아는, 아니 특히 베네치아나 로마는 굳이 또 방문하지 않..
부라노 섬 다음에는 지나쳤던 본섬 구경을 하기로 했다. 더울 땐 성당에 들어가는 것이 최고. 높게 지어진 성당은 들어가자마자 찬바람이 불어 으슬으슬 하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해 공기 함량이 적고, 원재료의 맛을 강조한다는 이탈리아의 젤라또는 뜨거운 날씨 덕에 금세 녹아내린다. 공기 함량이 적어 더 진득한 맛이 난다는 것은 솔직히 잘 모르겠고, 재료 맛을 잘 살린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후로도 젤라또는 몇번 더 사먹었는데, 후회한 적 없음. 오리지날 곤돌라의 상징, 검은 칠. 좁은 수로를 지나는 데 유리한 좁고 긴 모양으로 아주 예전에는 보편적 이동수단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완전한 관광상품. 배 한 척에 80유로정도 가격, 팁을 포함하면 90~100유로는 내야 한다고. 거기에..
2017년 6월 22일, 목요일. 이탈리아 기차는 한 시간 넘게 연착된 후 밤 늦게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다행히 숙소가 기차역 근처였기 때문에 짐을 풀고 쉼. 젊은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숙소였는데, 방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매일 준비해 주시는 아침이 훌륭하다. 혹시 필요한 분들을 위해 링크만: https://www.airbnb.co.kr/rooms/14723841 여행자 물가가 심각하게 비싼 이탈리아를, 그것도 성수기에 통과하려다 보니 이래저래 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아무튼 챙겨주시는 아침을 먹고 집 앞에서 베네치아 시티 패스를 구입. 베네치아의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통권이다. 유효기간 하루짜리로, 두 명이 합쳐 40유로. 배를 타고 구경을 다닐 계획이라면 이 카드를 ..
2017년 6월 20일 화요일. 에어컨이 없는 옥탑방 숙소는 아침일찍 우리를 깨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휴양지에 왔으니 오늘 하루는 그냥 놀기로 결정. 어제 밥해먹고 남은 재료들로 아침을 차려먹는다. 유럽의 마트물가는 한국보다는 무조건 저렴하다. 정말 모든것이 한국보다 싸서,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 돈을 덜들이고 생존할 수 있다. 거기에 주변 게스트하우스나 호텔보다 숙박비가 낮은 에어비앤비가 더해지면.. 풍족하게 먹고 가끔 외식을 하며 여행을 할 수 있다. 어찌됐든 빵에 달걀에 올리브에 커피까지 제대로 먹고 마신 우리는, 에어컨을 찾아 시내로 나왔다. 그렇게 나와 높이 블로그 검색을 해서 알아낸 곳. 이름은 기억이 안나고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는데, 커피 하면 에스..
2017년 6월 19일 월요일. 유럽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니스를 작은 시골마을이라 생각했다. 아비뇽을 먼저 경험해서 그런가? 바다가 있는 남프랑스의 여유로운 마을을 그렸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큰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큰 휴양도시였다는 사실! 거기다 도로변에 길게 펼쳐진 바다 색이 장난 아니다. 위 동영상은 버스 안에서 찍어서 탁한 인상이 있는데, 아아, 매우 훌륭한 곳이구나. 우리 숙소에서 보는 풍경. 무려 5층에 위치한 숙소라 뷰가 좋다. 우리는 일부러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숙소를 선택했는데,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샤갈박물관의 위치였다. 샤갈이 프랑스 정부에 기증한 성경 연작을 바탕으로 니스에 세워진 박물관. 앵그르 만큼이나 좋아하는 화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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