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8일, 토요일. 부다페스트는 성베드로대성당 다음으로 와보고 싶던 곳이다. 별 이유는 없다. 부다페스트 여행에 대한 감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체코의 프라하 보다 낫다는 것.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왔음에도 이쪽이 훨씬 나았다. 먹다 남은 복숭아 빵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어느새 국경을 넘었다. 이번 집의 호스트는 독특한 사람인 듯, 집에 이런 마네킹이 놓여져 있다. 혼자 자는거면 무서웠을수도...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지만 이상하게 시원한 숙소라 이불이 필요했다. 도착한 첫 날은 대강 허기만 달래고 자고 다음날 아침. 조금 일찍 나선 탓인지 하늘이 흐리다. 도시 풍경은 동유럽 느낌. 프라하와 비슷하다. 우리는 24시간짜리 교통권을 구입해서 다녔다. 걸으려고 한다면야 걸을 수 있지만, 야경..
해가 넘어가는 시간쯤 해서 밖으로 나온 우리는 이번엔 시내가 아닌 예술박물관 앞의 광장으로 향한다. 처음 자그레브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보았던 이 홍보물 때문인데,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공원에서 무료 클래식 공연을 해준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주 정도 이어온 클래식 축제는 운좋게도 우리가 머물던 날까지 진행됐다. 공원은 시내와도 가깝고 트램 정거장 바로 옆이기도 해 접근성이 좋다. 자리를 잡고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수도 한복판에서 열리는 음악축제라 사람으로 미어터질 줄 알았는데 상당히 여유로운 분위기이다. 가족단위로 온 손님들은 풀밭에 대충 담요를 깔고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공연 시작. 조명도 꽤나 신경쓴 듯 하지만 내가 아는 곡은 연주되지 않았다. 게다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
2017년 7월 6일, 목요일. 이번 숙소는 집은 좁지만 침대가 괜찮은 편이었다. 덕분에 잘 자고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 너무 잘자는 바람에 늦잠을 자서, 문을 닫기 전에 돌락시장부터 왔다. 이미 반쯤 닫혀버린 시장. 과일부터 각종 독특한 기념품 까지.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방문한다면 훨씬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을듯 하다. 특히나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과일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서, 실컷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과일이 저렴한 것은 거의 유럽 공통이라고 봐도 좋기때문에, 굳이 과일 사먹으러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듬. 바로 이어서 어제는 들어가지 못한 자그레브 대성당으로. 평일 오후라 그런지 성수기임에도 오가는 관광객이 많지 않다. 낮에 보는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터짐. 오른편..
2017년 7월 5일, 수요일. 크로아티아의 모든 에어비앤비 숙소는 성공적이었다. 자그레브까지 와서야 확실히 느꼈다. 호스트들이 하나같이 배려도 넘치고, 묻지도 않았는데 체크아웃 시간을 조정해 준다. 아 이 착한사람들 진짜... 아직 돈 맛을 덜 본건가? 아무튼 짐을 풀고 날이 기울고 있는 자그레브 시내로 나갔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아 한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부터 시작. 엄밀히 따지면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인 니콜라 테슬라. 그 고향이 나중에 독립하여 크로아티아가 된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최종 국적은 미국(...) 크로아티아는 커녕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도 지나쳐 들어오면 작은 광장 위로 작은 정교회 성당이 하나. 앞의..
2017년 7월 3일, 월요일. 고민 끝에 자다르도 글 하나로 정리하기로 했다. 같은 풍경의 낮과 밤 사진이 대부분이고, 사실 이 곳은 딱히 갈데도 없다. 다만 이곳도 친절한 사람들과 좋은 숙소, 호스트 덕분에 먹고 마시고 굴러다니며 지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이런 나라들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빠르게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도무지 어디에도 확실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영어로 파고 파다보면 가격 정도 나옴. 나머지는 투어리스트 인포나 물어물어 해결해야 한다능. 그래도 걱정하지 말자. 일단 방향을 알고 가격을 알면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 해준다. 이게 어느정도냐면, 우리가 버스 정거장에서 헤매고 있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표정이 '제발 나한테 물어봐줘,..
2017년 7월 1일, 토요일. 이탈리아를 벗어나는 교통수단은 배로 정했다. 전날 버스를 타고 앙코나로 이동 후 배에서 하룻밤을 보냄. 날이 구리던 앙코나. 선착장과 티켓 체크인 하는 곳이 멀어서 신경을 좀 써야한다. 우리와 함께 아드리아해를 건너갈 여객선. 좌석이 있는 티켓이 아닌 가장 저렴한 입석 티켓을 샀으므로, 대충 식당칸 구석에 자리잡는다. 배로 여행은 오랜만이다. 이렇게 배까지 타고나니 배, 비행기, 기차, 버스까지 모두 이용하는 알찬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항이 많이 지연되었지만 어차피 아침일찍 도착하는거라 별 상관은 없다. 출항하는 풍경. 식당칸 더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이 우리 둘밖에 없으니 굉장히 노골적으로 쳐다봄.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침낭을 꺼내들고 꿀잠을 ..
2017년 6월 29일, 목요일.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성베드로대성당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일곱시. 아침도 거르고 일어나서 눈만 비빈 채로, 여섯시 사십분에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가 성당 정면에 반사된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이 눈에 띈다. 대성당의 돔은 정작 광장에선 잘 볼 수가 없는데, 수많은 건축가가 설계를 변경하면서 생긴 참사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성당의 평면 구조가 그리스 십자가에서 라틴 십자가로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라는데, 쉽게 말하면 정사각형 모양 병원 십자가에서 교회 십자가 모양으로 바뀌느라 앞뒤가 길어졌기 때문. 덕분에 "미켈란젤로의 돔은 대성당 정면을 제외한 로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는 비아냥을 건축 ..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높의 흔들리는 멘탈이 묻어나는 이 사진은 성 천사 다리 앞이다. 결국 오늘은 들어가지 못하게 된 대성당이 저 멀리에 아련히 보이고.. 성천사 성 앞의 공원 나무 그늘에서 멘탈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 우리 아직 로마에 하루 더 있으니까 남부 여행을 포기하고 내일 다시 오면 되잖아.. 그치? 그러니까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자. 산탄젤로(성천사)성은 로마의 5현제 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의 무덤으로 계획되었던 성이다. 이후 교황의 피난처이자 요새로 개조 되었고, 바티칸 궁전과 비밀통로로 연결 되었으며 14세기에 들어선 정식으로 교황청의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감옥으로 사용 되는 등 용도 변경을 겪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중 이라고. 굳이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당시 ..
굳이 글을 두 개로 쪼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전 글의 사진이 30장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고, 다음 날의 일정이 꼬여버려 사진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포로 로마노를 나와 버스를 잡아타고 진실의 입이 있는 코스메딘 산타 마리아 성당으로. 성당 안은 별 볼게 없다. 건물도 그리 높지 않아 더위를 식히기에도 별로. 진실의 입 옆면이다.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형상화 했다는 얘기도 있고 단지 하수도 구멍이었다는 얘기도 있는 이 조각품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절단된다는 전설이 있다. 게다가 그 유명한 영화 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라는 것이 폭발. 저렇게 손을 넣고 사진을 한 장 찍기까지의 줄이 매우 길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나름 입장료라고 2유로를 받고 있음. 그래도 도무지 줄은 짧아질..
2017년 6월 27일, 화요일. 먼저 정직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나는 로마 여행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꾸어 왔다는 사실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로마가 아니라 바티칸, 그 중에서도 성베드로 대성당. 유럽 여행에는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나지만, 바티칸에 가서 대성당을 보는 상상을 10년 넘게 해온 것 같다. 따라서 로마 여행은 내 유럽 여행의 유일한 목표이자 하이라이트... 였어야 했다. 그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아니면 날이 더워서 였을까. 여행이 끝난 후 아무리 돌아봐도 이 오래된 도시에 대한 내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차차 쓰기로 하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진동하는 지린내였다. 피사에서 출발한 버스는 꽤 큰 공용 버스 정거장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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