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3일 토요일. 사실 페즈는 별로 오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래저래 워낙 악명이 높기 때문이기도 했고 관광객도 많다는 소문에. 거기에 무엇보다도 내가 에사우이라에 완전히 꽂혀서 나머지를 빨리 클리어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죽 염색공장은 보자는 합의가 이루어져서 1박 2일만 머무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 평가한다. 페즈 숙소에선 모처럼 한국 분들을 만났다. 우리의 모로코 이후 행선지인 바르셀로나에서 교환학생 중이라는 두 여성분에게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보와 페즈 맛집 추천도 받았다. 무려 낙타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판다고. 낙타버거라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녁을 먹으러 온 카페 클락. 요건 높이 시킨 뭐 다른거였는데, 그냥저냥 괜찮았다. ..
2017년 5월 31일 수요일. 역시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다. 이틀동안 뒹굴어 체력이 회복된 김에, 오늘은 산 중턱에 보이는 스패니쉬 모스크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처음 도착했던 날에 비해 날이 갈수록 하늘이 흐려지고 있지만, 뭐 별로 상관은 없다. 어김없이 늘어져 있는 고양이. 하도 멋있게 앉아있어서 흑백으로 바꿔봤다.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있고 매일같이 봐도 질리지 않고 행복한 것을 보니 우리같은 애묘인들은 여기서 한 달은 머물러도 될 것 같다. 나도 다음에 와선 조금 더...! 숙소에서 보기엔 멀어보였는데, 산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지붕은 빨래터인듯 하다. 가까이 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많아 그냥 포기. 선인장이 자라는 ..
2017년 5월 30일 화요일. 파란 마을의 날씨는 아침부터 좋다. 모로코에 있는 동안엔 최대한 게으르게 지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사진도 찍는둥 마는둥 느릿느릿 움직인다. 잠도 자고싶은 만큼, 매우 늦잠을 자고 일어난 후 나름 브런치를 먹으러 나와 가게를 탐색한다. 해서 들어가 본 가게. 식사시간을 비껴 찾아온 덕에 손님은 우리와 고양이 모자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가게 주인도 고양이를 내쫓을 생각은 없다. 우선 생과일 오렌지주스부터 한 잔씩 시키고. 가장 먼저 나온 요거트. 너무 시어서 꿀을 타 먹어야 한다. 지중해식 샐러드라고 해서 시켜본 참치샐러드. 그늘진 사진 덕분에 별로인 듯 나왔지만 이게 또 취향 저격이라 이후 하루에 한 그릇씩 찾게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당하게 메뉴판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라마단 기간의 밤은 물론 낮보다 화려하다. 일몰시간의 기도소리로 시작하는 무슬림들의 식사와 노랫소리. 집 근처 구멍가게에선 수제 푸딩을 내놓고,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던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혹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저녁무렵의 라마단.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쉐프샤우엔의 밤을 즐기기로 한다. 이 것은 지난 글에 적었던 구멍가게에서 사온 에스파냐 산 진이다. 혹시 술인게 티가날까 주인아저씨가 종이봉투로 꽁꽁 감아준 것을 가져간 백팩 안에 숨겨 여기까지 들고왔다. 가격은 적혀있는 대로 198디르함. 무려 20유로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그러나 이 이후엔 술을 세 병 정도 더 사지 못한 것을 후회했으니... 아무튼 1리터에 달하는 술을 4일 밤에 걸쳐 250미..
쉐프샤우엔에 도착한 첫 날이니 만큼 카메라를 챙겨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메디나(구시가지)가 그리 큰 편이 아니라 천천히 걸어서 돌아도 두 시간이면 넉넉. 해가 높이 떠있어 상당히 더운 대낮에도 좁은 골목 덕분에 그다지 뜨겁지 않은 것이 이 마을의 장점이다 이번 글에는 사진이 좀 많은데, 딱히 설명할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예쁜 풍경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작! 쉐프샤우엔 메디나의 모든 골목은 위 사진처럼 파랗게 칠해져 있다. 계단도, 문들도. 마을을 온통 물들이고 있는 파란 염료는 국가에서 공급한다고 한다. 이 부분은 확실하진 않지만, 관광상품으로서의 파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거란 생각은 든다. 모로코 사람들은 사진에 찍히는 것을 극단적..
2017년 5월 29일 월요일. 모로코의 고속버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쾌적했다.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회사는 국영인 CTM과 SUPRA TOUR. 수프라 투어도 국영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은 로컬 버스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안전하고 깨끗하고 믿을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여행 내내 이 두 회사만 이용했다. 쉐프샤우엔으로 가는 길에 펼쳐지는 풍경. 아, 물론 유럽 버스들과 다르게 이 곳의 버스에는 와이파이가 없다. 대신 심카드와 데이터 가격이 매우 저렴(1기가=1유로=10디르함)하니 한 10유로 쓸 생각 하면 펑펑 쓰면서 다닐 수 있을듯. 물론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덕분에 여행 내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누가봐도 중동의 풍경. 5년만에 보는 이런 풍경들은 추억을 부른다. 자꾸 자꾸 찍어도..
모로코에서 가장 쉽게 술을 구하는 방법은 물론 까르푸에 가는 것이다. 탕헤르에도 까르푸가 생긴다는 광고가 있었지만, 언제 생길지 모르는 일. 그리고 까르푸가 생긴다 한들, 라마단 기간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아니 2 주 동안 술도 없이 여행을 하라니 이게 사실이오 의사선생? 해서 탕헤르에 도착한 첫 날 밤, 영어로 정보를 모아 단서를 찾았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준비해 준 아침이다. 두 종류의 빵과 버터, 잼, 그리고 민트티와 직접 짠 오렌지주스. 모로코는 오렌지가 1킬로에 우리돈 500원밖에 하지 않을정도로 저렴해서, 직접 과일을 짜낸 주스도 싸다. 모로코를 오면 좋든 싫든 자주 마주치게 되는 민트티. 차라리 민트향이 나는 뜨거운 설탕물이라는 호칭이 적당할 정도로 심각하게 달다. 어쨌건 아침을 챙..
2017년 5월 28일 일요일. 마드리드에서 탕헤르로 가는 비행기는 두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시간 비행에 시차도 두 시간이니, 열두시에 출발해 열두시에 도착했다. 이제 한국과의 시차는 더욱 벌어져 9시간. 앞으로 2주간은 유로가 아닌 디르함을 써야한다. 비행기에 아기를 데리고 탄 아주머니가 계속 승무원과 싸우는 바람에 이륙이 지연된 것을 제외하고는 무탈하게 도착했다. 나름 까다로운 입국심사와 택시를 거쳐 도착한 모로코 탕헤르. 우선 예약해 둔 호텔로 찾아가 짐을 풀었다. 숙소 안뜰에서부터 느껴지는 중동의 느낌. 하늘이 흐려 아쉽지만 오랜만에 밟아본 아프리카 대륙이 설렌다. 숙소 우리 방의 조명. 아프리카라고는 하지만 모로코, 이집트, 북수단정도 까지는 사실상 중동에 포함 시킨다고 한다. 아랍 문..
2017년 5월 27일 토요일 마드리드는 아침부터 덥다. 해가 일찍 뜨는 데다가 우리가 머문 방은 좁아서 눈이 일찍 떠졌다. 아침은 어제 장을 봐 놓은 것으로 먹는다. 먹다 남은 빵과 치즈, 에스파냐 하면 역시 하몽과 패션후르츠 주스. 과일이 충격적으로 저렴해서 먹다 먹다 다 못먹은 체리와 바나나까지. 예상보다 생각보다 상상보다 저렴한 에스파냐의 장바구니 물가는 여행 내내 우리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오늘은 프라도 미술관에 갔다가 빠에야를 사먹기로 했다. 일정이 얼마 없지만 워낙 미술관이 시간을 잡아먹는 장소이니 아주 여유롭지는 않을듯 하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 사진만 봐도 쨍한 햇살이 느껴진다. 이 뜨거운 길을 미련하게 30분가량 걸었다. 하늘도 맑은데다가 햇살이 워낙 강하니, 별다른 보정 없이도 자..
아쉽게 돌아가는 와중에 해가 다 떨어졌다. 다시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하는, 마드리드의 골목으로. 유럽의 야경은 딱히 보정이 필요없을 정도로 일단 찍고나면 아름답다. 도시의 불빛이 자동차에 닿는 것 까지도 아름다울 정도니 뭐. 아직 파란시간 파란하늘에 주황색 불빛은 달걀같은 기분도 들고. 돌아온 솔 광장. 마드리드의 상징이라는 곰 동상이다. 갑자기 웬 곰...? 하고 알아보니 마드리드라는 도시 이름자체가 얽힌 곰에 관련된 전설(?)이 있었다. 별건 없으므로 생략. 하늘이 식어가는 광장엔 사람들이 모여들어 열기를 가두고 있다. 별 행동 없이 앉아서 대화만 하는데도 아니 그래서인지 뿜어져 나오는 여유. 거리의 밴드 앞에선 흥이 난 할아버지 한분이 춤을 추고 계셨다. 에스파냐 뽕에서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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