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우리는 팁까지 정확히 챙겨주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피라 마을.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쫓아와도 고양이는 침착하다. 어차피 자신한테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우 잘 아는듯. 피라마을은 그다지 볼 게 없다. 아니, 볼 게 없다기 보단 같은 풍경의 반복. 여전히 아름다운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파티를 열고 있다. 결혼식 쯤 되는건가...? 걸어다닐 땐 몰랐는데 사진을 찍어와서 보니 해가 기울기 시작한 것이 느껴진다. 해변으로 가서 일몰을 보는 게 목적이라 조금 빠르게 움직여본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피라마을엔 그만큼 사람도 많지 않다. 여기엔 산토리니의 불편한 대중교통도 한 몫 하는데, 유일하게 있는 교통버스가 비싼데다 자주 있지도 않다. 한 ..
집에 도착해보니 저녁 먹을시간 까지는 없어서 간단히 라면이나 끓여먹고 쉬었다. 우리가 정한 야경포인트는 겔레르트 언덕. 숙소에서 트램을 두 번 갈아타면 갈 수 있는 곳이다. 해가 막 떨어진 다뉴브 강은 아직 파란기가 남아있다. 청록색 철골구조를 자랑하는 자유의 다리. 트램이 오가는 이 다리 앞은 인적이 드물다. 아마도 겔레르트 언덕 옆에 있는 겔레르트 호텔이었던 것 같음. 이후로는 짧은 등산의 시간이 이어진다. 빠르게 오르면 15분? 정도 계단을 오르는 일은 생각치도 않던 운동이라 당황스러움. 그래도 살살 오르다 보면 음악을 틀고 파티하고 있는 영어권 애들도 있고 포기하고 앉아있는 동양 애들도 있고 쏠쏠함. 아무튼 열심히 오르고 나면, 콜라 파는 트럭이 나오고 월계수 잎을 받들고 선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쯤 해서 밖으로 나온 우리는 이번엔 시내가 아닌 예술박물관 앞의 광장으로 향한다. 처음 자그레브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보았던 이 홍보물 때문인데,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공원에서 무료 클래식 공연을 해준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주 정도 이어온 클래식 축제는 운좋게도 우리가 머물던 날까지 진행됐다. 공원은 시내와도 가깝고 트램 정거장 바로 옆이기도 해 접근성이 좋다. 자리를 잡고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수도 한복판에서 열리는 음악축제라 사람으로 미어터질 줄 알았는데 상당히 여유로운 분위기이다. 가족단위로 온 손님들은 풀밭에 대충 담요를 깔고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공연 시작. 조명도 꽤나 신경쓴 듯 하지만 내가 아는 곡은 연주되지 않았다. 게다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
2017년 7월 5일, 수요일. 크로아티아의 모든 에어비앤비 숙소는 성공적이었다. 자그레브까지 와서야 확실히 느꼈다. 호스트들이 하나같이 배려도 넘치고, 묻지도 않았는데 체크아웃 시간을 조정해 준다. 아 이 착한사람들 진짜... 아직 돈 맛을 덜 본건가? 아무튼 짐을 풀고 날이 기울고 있는 자그레브 시내로 나갔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아 한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부터 시작. 엄밀히 따지면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인 니콜라 테슬라. 그 고향이 나중에 독립하여 크로아티아가 된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최종 국적은 미국(...) 크로아티아는 커녕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도 지나쳐 들어오면 작은 광장 위로 작은 정교회 성당이 하나. 앞의..
2017년 7월 3일, 월요일. 고민 끝에 자다르도 글 하나로 정리하기로 했다. 같은 풍경의 낮과 밤 사진이 대부분이고, 사실 이 곳은 딱히 갈데도 없다. 다만 이곳도 친절한 사람들과 좋은 숙소, 호스트 덕분에 먹고 마시고 굴러다니며 지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이런 나라들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빠르게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도무지 어디에도 확실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영어로 파고 파다보면 가격 정도 나옴. 나머지는 투어리스트 인포나 물어물어 해결해야 한다능. 그래도 걱정하지 말자. 일단 방향을 알고 가격을 알면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 해준다. 이게 어느정도냐면, 우리가 버스 정거장에서 헤매고 있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표정이 '제발 나한테 물어봐줘,..
2017년 6월 25일, 일요일. 피사에서 3박을 하기로 한 우리는 처음엔 남은 하루를 이용해 피렌체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제 친퀘테레가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했고 하루쯤은 더위를 피하고 싶다는 꾀가 나기도 해서, 개신교 휴일을 핑계삼아 뒹굴거리며 보내기로 했다. 숙소에 에어컨은 없었지만 건조한 날씨 덕분에 선풍기만 틀어도 매우 시원했고, 인터넷은 없지만 내가 열심히 준비해 온 미드가 있었다. 그저께 까르푸에서 장도 실컷 봐다 놨으니 나갈 일이 아예 없음. 뒹굴거리는 사진은 생략하기로 하고, 그래도 피사에 왔으니 피사의 사탑 정도는 보러 더운 시간을 피해 나선 사진으로 시작.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피사 대성당. 사실 피사의 사탑은 이 대성당의 종탑에 불과하다. 기울어진 모습과 이러저러한 에피소드가..
2017년 5월 31일 수요일. 역시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다. 이틀동안 뒹굴어 체력이 회복된 김에, 오늘은 산 중턱에 보이는 스패니쉬 모스크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처음 도착했던 날에 비해 날이 갈수록 하늘이 흐려지고 있지만, 뭐 별로 상관은 없다. 어김없이 늘어져 있는 고양이. 하도 멋있게 앉아있어서 흑백으로 바꿔봤다.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있고 매일같이 봐도 질리지 않고 행복한 것을 보니 우리같은 애묘인들은 여기서 한 달은 머물러도 될 것 같다. 나도 다음에 와선 조금 더...! 숙소에서 보기엔 멀어보였는데, 산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지붕은 빨래터인듯 하다. 가까이 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많아 그냥 포기. 선인장이 자라는 ..
라마단 기간의 밤은 물론 낮보다 화려하다. 일몰시간의 기도소리로 시작하는 무슬림들의 식사와 노랫소리. 집 근처 구멍가게에선 수제 푸딩을 내놓고,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던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혹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저녁무렵의 라마단.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쉐프샤우엔의 밤을 즐기기로 한다. 이 것은 지난 글에 적었던 구멍가게에서 사온 에스파냐 산 진이다. 혹시 술인게 티가날까 주인아저씨가 종이봉투로 꽁꽁 감아준 것을 가져간 백팩 안에 숨겨 여기까지 들고왔다. 가격은 적혀있는 대로 198디르함. 무려 20유로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그러나 이 이후엔 술을 세 병 정도 더 사지 못한 것을 후회했으니... 아무튼 1리터에 달하는 술을 4일 밤에 걸쳐 250미..
아쉽게 돌아가는 와중에 해가 다 떨어졌다. 다시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하는, 마드리드의 골목으로. 유럽의 야경은 딱히 보정이 필요없을 정도로 일단 찍고나면 아름답다. 도시의 불빛이 자동차에 닿는 것 까지도 아름다울 정도니 뭐. 아직 파란시간 파란하늘에 주황색 불빛은 달걀같은 기분도 들고. 돌아온 솔 광장. 마드리드의 상징이라는 곰 동상이다. 갑자기 웬 곰...? 하고 알아보니 마드리드라는 도시 이름자체가 얽힌 곰에 관련된 전설(?)이 있었다. 별건 없으므로 생략. 하늘이 식어가는 광장엔 사람들이 모여들어 열기를 가두고 있다. 별 행동 없이 앉아서 대화만 하는데도 아니 그래서인지 뿜어져 나오는 여유. 거리의 밴드 앞에선 흥이 난 할아버지 한분이 춤을 추고 계셨다. 에스파냐 뽕에서 아직도..
식사를 마치고 야경을 보기까지 남는 시간엔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보기로 했다. 저녁을 풍족하게 먹은 덕에 마음과 체력까지 회복된 듯 해 열심히 걸었다. 생 미셸 역 앞에 놓여진 생 미셸 분수. 이 분수가 놓여진 생 미셸 광장(...)은 나치 독일과 프랑스 학생군이 치열하게 싸우던 장소 중 하나라고 한다. 프랑스의 값비싼 자유의 중심지 중 하나. 덩치 좋은 흑인 형님 한 분이 디제이를 맡아 주변 사람들을 흥겹게 해주고 있었다. 계속해서 생 미셸 다리...를 건넌다. 나만 느끼는지 모르겠는데 센강에선 특유의 악취가 난다. 건대 일감호에서 가끔 나는 그 냄새. 아무래도 불결한 느낌이 들어 강 근처에는 가지 않고 흐르거나 해가 기우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 정도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계단에는 학생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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