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5일, 수요일. 크로아티아의 모든 에어비앤비 숙소는 성공적이었다. 자그레브까지 와서야 확실히 느꼈다. 호스트들이 하나같이 배려도 넘치고, 묻지도 않았는데 체크아웃 시간을 조정해 준다. 아 이 착한사람들 진짜... 아직 돈 맛을 덜 본건가? 아무튼 짐을 풀고 날이 기울고 있는 자그레브 시내로 나갔다.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아 한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부터 시작. 엄밀히 따지면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인 니콜라 테슬라. 그 고향이 나중에 독립하여 크로아티아가 된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최종 국적은 미국(...) 크로아티아는 커녕 오스트리아 제국 출신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도 지나쳐 들어오면 작은 광장 위로 작은 정교회 성당이 하나. 앞의..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높의 흔들리는 멘탈이 묻어나는 이 사진은 성 천사 다리 앞이다. 결국 오늘은 들어가지 못하게 된 대성당이 저 멀리에 아련히 보이고.. 성천사 성 앞의 공원 나무 그늘에서 멘탈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 우리 아직 로마에 하루 더 있으니까 남부 여행을 포기하고 내일 다시 오면 되잖아.. 그치? 그러니까 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자. 산탄젤로(성천사)성은 로마의 5현제 중 하나인 하드리아누스의 무덤으로 계획되었던 성이다. 이후 교황의 피난처이자 요새로 개조 되었고, 바티칸 궁전과 비밀통로로 연결 되었으며 14세기에 들어선 정식으로 교황청의 소유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감옥으로 사용 되는 등 용도 변경을 겪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중 이라고. 굳이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당시 ..
2017년 6월 14일 수요일. 오후에 체크인을 한 후 강행군에 지친 우리는 바로 낮잠을 잤다. 일어나니 벌써 저녁 시간. 지난 달에 마드리드에서 결국 먹지 못했던 빠에야를 찾아 나섰다. 이번엔 깝치지 말고 도심 관광지 근처에서 먹자. 높이 알아본 음식점 중 그리 크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 빠에야와 함께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소량이라도 알코올이 들어오니 기쁘다. 아무곳에서나 술을 사먹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렌지와 얼음이 들어있던 샹그리아는 달콤하니 식전주로 좋은 선택이었다. 사람에 따라 능글거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유쾌한 에스파냐 사람들. 모로코의 친절함과는 다른 느낌의 기분좋음이다. 순수해진 간세포에 에틸 알코올 고문을 가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빠에야가 나온다. 사진에 많이들 나오는 것처럼 빠에야 ..
2017년 6월 11일 일요일부터 13일 화요일. 예고했던 대로 이 기간엔 카메라를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가끔 바깥구경을 가거나 인터넷을 충전하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말고는 거의 거실에 누워서 지냈던 것 같다. 그래도 모로코 마무리는 해야하니까 없는 사진을 그러모아서 시작! 일요일엔 마트에 다녀오다 보니 모스크 앞 광장에 시장이 열려있었다. 별게 없을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딱히 일정도 없는 우리는 걸어 들어가 본다. 쌀을 비롯한 곡식들이나 채소나 과일. 생각했던 대로 볼건 하나도 없군. 다만 안그래도 물가가 싼 모로코 마트보다도 더 저렴하게 과일들을 판매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에서 오렌지를 구입해 보는건데. 아쉬워도 어쩔수 없다. 관광객은 커녕 외국인 하나 없는 시장에서 북적거리는..
2017년 6월 10일 토요일. 안식일 다음 날 마을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새벽 5시쯤 부터 택시가 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라마단 기간이라고 모두가 나처럼 게으른 것은 아닌게 분명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늦잠. 아침엔 어제 사서 차게 식혀둔 오렌지로 주스를 만들어 먹는다. 1킬로에 우리 돈 500원 정도 하는 오렌지를 2킬로그램정도 사면, 사진에 보이는 양 만큼 네 번정도 마실 수 있다. 굳이 계산하자면 한잔에 125원.. 프놈펜에서 자주 마시던 사탕수수가 생각났다. 매우 느린 동작으로 주스와 빵 달걀등으로 아침을 때우고 오늘은 한 번 시내로 나가볼까. 먼저 어제 스치고 지나간 터미널 근처의 해변. 메디나, 그리고 많은 숙소에서 가까워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모로코 사람들을 혹시라도 자극하지 ..
2017년 6월 9일 금요일. 드디어 꿈꾸던 에사우이라에 도착했다. 쉐프샤우엔에 이은 게으른 모로코 여행의 완성판이 될 곳. 여행 블로그들을 보면 보통 에사우이라는 일박을 하거나 건너뛰고 카사블랑카를 가곤 하던데, 페즈와 마라케시에서 충분히 시달린 우리는 이 한적한 휴양지에서 4박 5일을 보내기로 한다. 밤새도록 달려 아침일찍 도착한 버스정류장. 나도 곧 너희들처럼 널부러져 지내게 될 거란다. 1도 안부러워. 잠시 근처 해변에 들러 사진을 찍고, 다시 탕헤르로 돌아갈 버스 티켓을 예매하고. 번화가에서 차로 10분정도 떨어진 우리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가격흥정 없이 탔는데 바가지 씌우지 않는 놀라운 택시기사 덕분에 시작부터 기분좋은 게으름. 먼저, 우리의 숙소를 소개한다. 첫 째도 게으름, 둘 째도 게으..
사진 양이 애매해서 어쩔까 하다가 글을 두 개로 쪼갰다. 공원 밖은 그냥 덥다는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바레인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느껴지던 당황스러운 더위. 동남아의 더위와는 결을 달리하는, 더위 그 자체가 말 그대로 나를 태워버릴 듯 머리위에서 빛나고 있는 기분. 웬만해서는 한 시간 정도 거리는 걸어다니는 우리로서도 이건 무리다. 바로 택시를 잡는다. 다음 목적지는 마조렐 정원보다 마라케시에서 더 보고 싶었던 곳, 바로 바히아 궁전이다. 이름의 뜻 부터가 '아름다운 궁전'이라는 바히아 궁. 19세기 초에 지어져 과연 당대 가장 아름다운 궁전이었다는 바히아 궁!!! 그딴거 없고 영업시간이 끝나있었다(...)(사진은 상관없음) 하..................... 마조렐 ..
2017년 6월 8일 목요일. 어제 하실라비드에서 새벽같이 출발한 버스는 저녁무렵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어쩌다 보니 길이 잘 보이는 맨 앞자리에 앉아서 왔는데, 중간에 이런 길을 한 시간 넘게 지나가야 했다. 말도 안되는 산길을 위태위태하게 달리다가 사고의 위기를 한 차례 겪은 후, 나는 더이상 어린시절 오르던 대관령길에 대해 추억하지 않았다. 금식시간이 끝나는 시간 언저리에 체크인 한 첫날은 그냥 밥먹고 잠. 마라케시에서는 2박만 하고 지나가기로 했다. 에어컨이 나오는 숙소에서 푹 자고 다음 날 아침, 택시를 잡아타고 마조렐 정원으로 먼저 향했다. 해가 쨍하지 않아 풍경이 아쉽지만 너무 덥지 않아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마조렐 정원은 나에겐 생소한 이름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꾸민 정원이라고 한다. 더..
2017년 6월 3일 토요일. 사실 페즈는 별로 오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래저래 워낙 악명이 높기 때문이기도 했고 관광객도 많다는 소문에. 거기에 무엇보다도 내가 에사우이라에 완전히 꽂혀서 나머지를 빨리 클리어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죽 염색공장은 보자는 합의가 이루어져서 1박 2일만 머무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 평가한다. 페즈 숙소에선 모처럼 한국 분들을 만났다. 우리의 모로코 이후 행선지인 바르셀로나에서 교환학생 중이라는 두 여성분에게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보와 페즈 맛집 추천도 받았다. 무려 낙타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판다고. 낙타버거라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녁을 먹으러 온 카페 클락. 요건 높이 시킨 뭐 다른거였는데, 그냥저냥 괜찮았다. ..
2017년 5월 31일 수요일. 역시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다. 이틀동안 뒹굴어 체력이 회복된 김에, 오늘은 산 중턱에 보이는 스패니쉬 모스크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처음 도착했던 날에 비해 날이 갈수록 하늘이 흐려지고 있지만, 뭐 별로 상관은 없다. 어김없이 늘어져 있는 고양이. 하도 멋있게 앉아있어서 흑백으로 바꿔봤다.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있고 매일같이 봐도 질리지 않고 행복한 것을 보니 우리같은 애묘인들은 여기서 한 달은 머물러도 될 것 같다. 나도 다음에 와선 조금 더...! 숙소에서 보기엔 멀어보였는데, 산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지붕은 빨래터인듯 하다. 가까이 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많아 그냥 포기. 선인장이 자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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