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3일, 목요일. 이 날은 아침부터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전 날 외부 건물들을 보러 다니고 이 날 박물관들을 구경하기로 한 게 좋은 선택. 오늘과 내일의 일정은, 뮤지엄 패스로 들어갈 수 있는 박물관을 힘닿는 데까지 다니는 것이다. 이게 단순히 패스 뽕뽑기 목적은 아닌 것이, 다녀본 결과 박물관 퀄리티가 상당하다. 이스탄불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꼭! 최소한 4박 5일은 하시길. 우리는 4박 5일을 했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어제 아침 첫 사진을 찍은 곳에서 오늘도 시작한다. 블루 모스크 입구의 맞은편을 보면 이렇게 생긴 입구의 터키&이슬람 박물관이 있다. 뮤지엄 패스로 입장 가능. 전시 물품은 이름 그대로 터키와 이슬람의 역사적 유물들. 내부에선 삼각대를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
귈하네 공원 앞에서 트램을 타고 갈라타 다리를 건넜다. 목표는 탁심공원과 그 앞으로 길게 뻗은 번화가 이스티크랄 거리. 탁심광장까지는 계속해서 가파른 오르막이라 힘들다. 혹시 우리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하는 말인데, 지하철을 타고 탁심 역에서 내리는게 속편하다. 현지 주민들이 지내는 골목골목을 구경한 건 의미있었지만 오롯이 누리기엔 기온도 습도도 언덕도 높다. 그렇게 체감상 이십 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탁심광장. 선명한 붉은 색의 터키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나는 터키만큼 자신들의 국기를 사랑하는 나라를 본 적이 없다. 터키에선 어디를 가도 붉은 초승달 기를 하나 이상 볼 수 있는데, 거의 마스코트 수준으로 사랑하는 듯. 가정집 베란다에도 심심치 않게 걸려있다. 광장 중앙에는 공화국 기념비..
톱카프 궁전으로 들어가는 문은 이중으로 되어있다. 하기아 소피아 앞에 있는 은 티켓이 없어도 지나갈 수 있는 첫번째 문. 황제의 문 위쪽에는 톱카프 궁전에 대한 찬가? 가 쓰여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신의 은총과 허락으로 두 대륙의 술탄이자 두 바다의 지배자,현세와 내세에서의 신의 그림자, 동방과 서방에서 신의 총애를 받는 자, 육지와 바다의 통치자, 콘스탄티노폴리스 성의 정복자인 술탄 메흐메트 한의 아들인 술탄 무라트 한의 아들이신 술탄 메흐메트 한께서 신의 부를 영원히 간직하기를, 그리고 그 권좌가 천상의 가장 빛나는 별보다 더 위에 하기를, 정복자들의 아버지인 술탄 메흐메트 한의 명령으로 883년의 신성한 라마잔 달에 이 신성한 성의 기초를 닦고,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건축을..
2017년 7월 29일, 토요일. 오늘은 원형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문의해본 결과 인터넷에서는 티켓 예매가 불가능하고 극장 앞에 임시로 열리는 매표소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더 알아보니 여유가 있으면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방법도 없지는 않더라. 어쨌든 우린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원형극장으로. 어제 그 녀석. 앞에 앉아서 쳐다보거나 말거나 등 뒤에서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부동자세를 유지한다. 뒷발이 탐스러워 보여서 젤리를 만지작 거려 보아도 좀 귀찮아 하기는 해도 별 반응이 없음. 그리고 또 다른 녀석.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이 곳에도 길거리 군데군데 길냥이들을 위한 사료통과 물그릇이 놓여져 있고,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아무튼 오페라 티켓 종류는 15레바, 2..
분수 연못 옆에 있는 카페의 이름은 , 에스파뇰로 보라색이란 뜻이다. 위치는 굳이 지도에 찍을 것도 없는 것이, 이 곳에 카페는 이거 하나 뿐. 연못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낮술 한 잔 하며 노닥거리기엔 최적의 장소. 그리고 충격과 공포의 칵테일 가격. 모히토 한 잔이 4천원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당연히 커피는 더욱 저렴하고. 우리는 모히토 한 잔과 이 가게의 이름이 붙은 칵테일을 한 잔 시켰다. 보라색 시럽이 들어간 칵테일은 모히토 만큼이나 청량해 쉽게 먹힌다. 자리도 편하다. 할일없이 앉아 담배나 한 대 피우기 좋은 분위기이고, 실제로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가 앉은 테라스 석에서 보이는 풍경. 바로 옆이 분수연못이라 분위기 좋다. 컨셉답게 각종 채도의 보라색으..
2017년 7월 28일, 금요일. 유럽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플로브디프에서는 5박 6일을 머물렀다. 터키로 넘어갈 계획도 마무리지어야 하고, 떠나기엔 아쉬워서. 플로브디프는 불가리아 제 2의 도시로, 무려 로마보다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다. 주변엔 유황온천도 있고, 로마시대 유물도 남아있고. 하지만 우리는 숙소+시내에서 뒹굴거리기를 선택했다. 여행이 100일이 넘어간데다 한여름에 접어드니 에어컨 나오는 숙소 안이 최고임. 해서, 장을 봐서 미트볼 스파게티나 돼지 목살 스테이크? 를 만들어 먹으며 굴러다녔다. 소고기는 등심 부위를 따로 팔지 않아서 못먹음. 고기들이 저렴한데도 부드럽고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그리고 플로브디프에 와서야 발견한 트러플 초콜릿. 한 통에 4, 5 레바 쯤 했던것 같은데, 깜짝..
벨리코 투르노보의 요새 차르베츠는 그야말로 천혜의 요충지이다. 13세기에 지어진 불가리아 제국의 요새는 앞으로는 흐르는 강과 절벽이, 성 자체는 높은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딱 봐도 방어가 수월해 보인다.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성벽과 그 위의 성모승천 성당. 가는길에 있는 정교회 성당. 여기 이름도 성모 성당이었나? 그랬음. 궁금했지만 더워 죽겠으니 그냥 목적지를 향해 고고. 산 중턱에 걸려있는 듯한 옛 수도의 흔적은 어쩐지 서글퍼 보이기까지 한다. 뜬금없이 나타난 거대한 강아지. 터키만 해도 이런 애들이 많은데 불가리아엔 드물어 깜짝 놀랐다. 결국 입구까지 따라옴.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입장료는 6레바 정도밖에 안한다. 입장권을 구입할 때 국가별로 방명록? 을 적어야 하는데 오늘은 우리 포함 한국인이..
2017년 7월 24일, 월요일. 불가리아에선 머무는 내내 숙소가 좋았다. 벨리코 투르노보에서도 마찬가지. 버스 터미널 바로 옆 숙소를 잡은 우리는 첫 날엔 닭을 사다가 중복맞이 닭곰탕을 끓여먹었다. 오랜시간 삶아서 그럴듯하게 국물을 내서 이제는 높의 전매특허가 된 냄비밥과 함께 먹으면 여기가 한국이다. 김치 대신 매운 고추 절임으로. 물론 지나치게 매워서 나는 몇 개 안먹었다. 후식 안주는 에멘탈 치즈. 저 정도 양이 1유로 정도 하는 거다. 차갑게 먹는 것보단 살짝 녹여먹으면 훨씬 맛이 살아나는 에멘탈 치즈. 치즈가 하도 저렴하고 풍부하니 치즈별로 맛을 구분하는 법을 배워간다. 숙소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 도로가 잔뜩이라 시끄러울 것 같지만 전혀. 오히려 이렇게 차가 안다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낮에..
이 가게는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아무리 봐도 맛있어 보이는 가게였는데, 우연이 겹쳐 호스트도 이 곳을 추천하더라. 그렇다면,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소피아에 있는 불가리아 음식점. 소피아 맛집! 우선, 늘 하던 것처럼 위치부터: 이름이 어렵다.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곳. 식당의 간판. 누가 봐도 전통 음식을 팔 것처럼 생겼다. 식당의 정면. 입구 왼 쪽에 그야말로 대문짝처럼 붙어있는 트립어드바이저 표시만 빼면 완벽해 보인다. 식당 내부. 공간이 총 세 개로 나뉘어 있어 실내는 넓은 편이다. 메뉴판. 정보를 위해 찍어서 올리려고 했으나, 메뉴판 공부하느라 바빠 찍지 못했다. 불가리아 전통 스프와 각종 꼬치, 치즈, 채식주의자 메뉴를 판다. 거기에 더해 온갖 종류의 라키아까지. 처..
우리의 여행이 으레 그렇듯, 새로 만난 도시에선 마트 순회를 먼저 했다. 불가리아 여행을 저렴하게 책임져줄 친구를 찾던 도중 눈에 들어온 자태! 그런 것을 처음 본 높을 쇼핑 이후 잘 설득해, 요리를 해먹기로 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식재료라 거부감이 전혀 없지만, 사람에 따라 보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준비물: 닭고기(다리살?)네 덩이, 돼지 혀 두 덩이, 호박, 마늘, 간장, 설탕, 후추 등. 오늘의 메인은 이 돼지 혀가 되시겠다. 사실 나도 돼지 혀는 처음 먹어보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소 혀. 급식때 이천 근처에서 소머리국밥을 먹는데 할아버지가 시켜주셔서 처음 먹어본 후 그 식감에 반해버렸다. 돼지 혀도 같은 혀니까 비슷한 맛이 나겠지. 이 부위를 요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검색 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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