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9일 월요일. 유럽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니스를 작은 시골마을이라 생각했다. 아비뇽을 먼저 경험해서 그런가? 바다가 있는 남프랑스의 여유로운 마을을 그렸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큰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큰 휴양도시였다는 사실! 거기다 도로변에 길게 펼쳐진 바다 색이 장난 아니다. 위 동영상은 버스 안에서 찍어서 탁한 인상이 있는데, 아아, 매우 훌륭한 곳이구나. 우리 숙소에서 보는 풍경. 무려 5층에 위치한 숙소라 뷰가 좋다. 우리는 일부러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숙소를 선택했는데,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샤갈박물관의 위치였다. 샤갈이 프랑스 정부에 기증한 성경 연작을 바탕으로 니스에 세워진 박물관. 앵그르 만큼이나 좋아하는 화가인..
아비뇽에서 아를은 기차 기준 4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온통 낙서가 되어있는 유럽 기차들과 달리, 이 곳의 기차들은 상태가 좋다. 티켓 가격은 학생할인을 받아 둘이 왕복 28.5유로. 대중교통 치고는 비싼 감이 있으나 입장료다 생각하고 지불하면 마음이 편하다. 이제 막 비수기가 끝나가는 참이라 아직 손님은 우리 둘 뿐. 기차의 장점은 교통체증이 없고 흐르는 풍경을 잔뜩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아, 물론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기차는 연착이 보너스. 기차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오후 네 시 이지만 아직 한창 타오르고 있는 태양. 고흐의 흔적을 따라 마을을 산책하기 시작한다. 먼저 기차역 근처의 스팟. 아를 곳곳엔 위의 사진처럼 고흐의 그림이 그려진 장소를 가리키는 팻말이 있다...
2017년 6월 18일 일요일. 어제는 놀라운 헛발질로 개고생을 했다. 요약하면 버스시간을 12시간 착각해 하루종일 터미널에서 멍때림. 와이파이도 제대로 안되고, 에어컨도 잘 안틀어주는 터미널에서 멍때리는 것은 공항 노숙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도 덕분에 터미널 근처 개선문 구경함. 끔찍했던 공간. 그와중에 미드 보며 잔인한 장면에서 얼굴을 가리는 높. 여러모로 잊지 못할 하루였다. 그렇게 버스표+숙소 하루를 날리고 아침 일찍 도착한 아비뇽. 피곤한 몸을 쉬게할 새도 없이 잠깐 눈을 붙이고 밖으로 나왔다. 졸지에 1박 2일이 되어버린 아비뇽, 지금부터 시작. 아비뇽은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총인구 30만의 작은 도시이다. 14세기에 교황청이 위치했던 곳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별거 없다. 우리의 계획은 ..
2017년 6월 16일 금요일. 우리가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던 숙소는 구엘공원 가까이에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료로 개방하던 이 곳은, 현재 8유로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개장시간인 8시 이전에 가면 티켓 부스가 아예 설치조차 되어있지 않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마침 집 근처이기도 하고 뜨거운 낮에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도 없어 아침 일찍 방문했다. 이제 막 밝아지는 중인 구엘공원. 아침인데도 엄청나게 덥다. 거기다 습해! 바닷가의 여름이란! 예상보다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지쳐버려서 사진을 대충대충 찍게 되었다. 가우디의 평생 후견인 구엘의 이름을 딴 이 공원은 처음부터 공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시민 공원과는 정 반대인 부자들을 위한 주택단지..
2017년 6월 15일 목요일. 바닷가에서 벗어나 그늘에서 잠시 몸을 식혔다. 커피라도 사먹을까 했으나 야속하게도 근처에 카페 하나 안보임. 2주만에 돌아온 에스파냐 남부의 날씨는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덥다. 말 그대로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모공으로 싼다고 해야할 정도. 이런 날씨에 돌아다니거나 일을 하는 건 인권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다. 시에스타는 게으름이 아니라 지혜라는 것을 이렇게 몸으로 배운다. 성당 안은 시원하겠지. 어제 들렀던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먼저 들른다. 유럽에 있는 이런 고딕양식 성당들은 건물이 높아 안에 들어가면 매우 시원하다. 챠펠중 하나. 왼쪽 아래 작은 것은 사자인가? 그럼 마르코...? 확실하진 않음. 이거 보고 나도 모르게 처음엔 웃음이 나왔다. 21세기 성당 촛불은 당..
2017년 6월 14일 수요일. 오후에 체크인을 한 후 강행군에 지친 우리는 바로 낮잠을 잤다. 일어나니 벌써 저녁 시간. 지난 달에 마드리드에서 결국 먹지 못했던 빠에야를 찾아 나섰다. 이번엔 깝치지 말고 도심 관광지 근처에서 먹자. 높이 알아본 음식점 중 그리 크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 빠에야와 함께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소량이라도 알코올이 들어오니 기쁘다. 아무곳에서나 술을 사먹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렌지와 얼음이 들어있던 샹그리아는 달콤하니 식전주로 좋은 선택이었다. 사람에 따라 능글거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유쾌한 에스파냐 사람들. 모로코의 친절함과는 다른 느낌의 기분좋음이다. 순수해진 간세포에 에틸 알코올 고문을 가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빠에야가 나온다. 사진에 많이들 나오는 것처럼 빠에야 ..
2017년 6월 11일 일요일부터 13일 화요일. 예고했던 대로 이 기간엔 카메라를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가끔 바깥구경을 가거나 인터넷을 충전하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말고는 거의 거실에 누워서 지냈던 것 같다. 그래도 모로코 마무리는 해야하니까 없는 사진을 그러모아서 시작! 일요일엔 마트에 다녀오다 보니 모스크 앞 광장에 시장이 열려있었다. 별게 없을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딱히 일정도 없는 우리는 걸어 들어가 본다. 쌀을 비롯한 곡식들이나 채소나 과일. 생각했던 대로 볼건 하나도 없군. 다만 안그래도 물가가 싼 모로코 마트보다도 더 저렴하게 과일들을 판매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에서 오렌지를 구입해 보는건데. 아쉬워도 어쩔수 없다. 관광객은 커녕 외국인 하나 없는 시장에서 북적거리는..
2017년 6월 10일 토요일. 안식일 다음 날 마을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새벽 5시쯤 부터 택시가 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라마단 기간이라고 모두가 나처럼 게으른 것은 아닌게 분명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늦잠. 아침엔 어제 사서 차게 식혀둔 오렌지로 주스를 만들어 먹는다. 1킬로에 우리 돈 500원 정도 하는 오렌지를 2킬로그램정도 사면, 사진에 보이는 양 만큼 네 번정도 마실 수 있다. 굳이 계산하자면 한잔에 125원.. 프놈펜에서 자주 마시던 사탕수수가 생각났다. 매우 느린 동작으로 주스와 빵 달걀등으로 아침을 때우고 오늘은 한 번 시내로 나가볼까. 먼저 어제 스치고 지나간 터미널 근처의 해변. 메디나, 그리고 많은 숙소에서 가까워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모로코 사람들을 혹시라도 자극하지 ..
2017년 6월 9일 금요일. 드디어 꿈꾸던 에사우이라에 도착했다. 쉐프샤우엔에 이은 게으른 모로코 여행의 완성판이 될 곳. 여행 블로그들을 보면 보통 에사우이라는 일박을 하거나 건너뛰고 카사블랑카를 가곤 하던데, 페즈와 마라케시에서 충분히 시달린 우리는 이 한적한 휴양지에서 4박 5일을 보내기로 한다. 밤새도록 달려 아침일찍 도착한 버스정류장. 나도 곧 너희들처럼 널부러져 지내게 될 거란다. 1도 안부러워. 잠시 근처 해변에 들러 사진을 찍고, 다시 탕헤르로 돌아갈 버스 티켓을 예매하고. 번화가에서 차로 10분정도 떨어진 우리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가격흥정 없이 탔는데 바가지 씌우지 않는 놀라운 택시기사 덕분에 시작부터 기분좋은 게으름. 먼저, 우리의 숙소를 소개한다. 첫 째도 게으름, 둘 째도 게으..
사진 양이 애매해서 어쩔까 하다가 글을 두 개로 쪼갰다. 공원 밖은 그냥 덥다는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바레인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느껴지던 당황스러운 더위. 동남아의 더위와는 결을 달리하는, 더위 그 자체가 말 그대로 나를 태워버릴 듯 머리위에서 빛나고 있는 기분. 웬만해서는 한 시간 정도 거리는 걸어다니는 우리로서도 이건 무리다. 바로 택시를 잡는다. 다음 목적지는 마조렐 정원보다 마라케시에서 더 보고 싶었던 곳, 바로 바히아 궁전이다. 이름의 뜻 부터가 '아름다운 궁전'이라는 바히아 궁. 19세기 초에 지어져 과연 당대 가장 아름다운 궁전이었다는 바히아 궁!!! 그딴거 없고 영업시간이 끝나있었다(...)(사진은 상관없음) 하..................... 마조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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