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토요일. 야구가 결승을 하건 축구가 결승을 하건 상관없는 우리는 맥주 마실 곳을 찾아 지도 위를 헤맸다. 하다 결국 정해진 곳, 더 테이블. 이곳은 공간도 넓고 자리도 많아, 주변에서 애매하면 자리 및 성공을 보장하는 곳이다. 제목 그대로 갈 곳이 애매하면 무조건, 더 테이블. 못 보던 사이에 새로 단 듯한 간판, 그리고 여전한 네온사인. 더 테이블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자리를 대충 잡고 실내 사진 한 장. 축구 결승전이 아직 시작하지 않아 여유가 있었다. 나중에 들어온 손님들은 티비 잘 보이는 자리로 눈치게임을 하게 되었지만..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메뉴판이었지만 이번엔 그대로인 듯했다. 이제 자리를 잡는 것인지 아님 잠시의 안정기인지. 일단 오, 마이 고제! 와 러..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처음 갔던 수원 서코는 별 거 없었어.. 가 아니라 매우 성공적이었다. 내가 파는 애니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야나미를 만났으니 내 인생 성공..ㅠㅠㅠㅠㅠ 하고 인파를 벗어나, 오랜만의 수원행이라 토브훈으로 향했다. 조금도 변하지 않은 다문화 푸드랜드 지하 1층. 1년 정도가 지나 가게가 바뀌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듯.. 하지만 점심시간임에도 음식점엔 손님이 없었다. 왜 번호가 붙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토브훈으로 입장. 내부에는 돈을 세고 있는 몽골사람 몇 명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전혀 없었다. 지난번이랑 같은 상황이니 우선 침착하게 앉아본다. 여전히 저렴한 음식 가격. 나오는 고기의 양을 생각하면 더욱 저렴해 보인다. 동행과 나..
2023년 10월 2일 월요일, 근 2년 만에 수도원을 다시 찾게 되었다. 동행 덕분에 바로 앞자리에서 연극을 보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주택가 한구석에 갑자기 나타나는 간판. 간판 자체도 너무 작고 외진 곳이라 술집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에, 수도원은 존재하고 있다. 꾸준히 손님이 있어 걱정은 안 되지만 그래도 이런 곳이 망하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나도 2년 만의 방문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 카메라로 조절해서 찍은 덕분에 실내가 보이지만, 실제 수도원은 굉장히 어둡다. 바로 앞의 사람 표정 정도만 간신히 보이고, 메뉴판을 보려면 전화기를 켜야 할 정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 테이블의 절반정도는 예약석으로 잡혀 있었고, 그 예약석에는 실제 양초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
2023년 10월 1일, 일요일 드디어 전부터 점찍어두었던 굿데이 호프에 가는 날이다. 3년간 면목동에 살면서 동네 바이브를 느껴본 적이 없는데, 동행이 이곳은 반드시 가야 한다며 몇 주 전부터 말하던 바로 그곳. 핑크색 간판부터 모두의 뒷짐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이곳. 바깥 자리가 무려 네 테이블이나 있어서 요즘 같은 날씨에 앉기 좋다. 늘 그렇듯이 메뉴판을 보기 전에 생맥주 두 잔이요! 를 외치고 짠, 하고 메뉴 공부를 시작한다. 그 사이에 나온 기본안주. 땅콩을 싫어하는 나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뇸뇸 먹어주어야 한다. 메뉴판 공부 시작. 사실 첫 방문의 메뉴는 후라이드 치킨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다음을 위해 공부만 하기로 했다. 이상하게 탕/찌개류에 눈이 가던 일요일. 옆 테이블 아재들이..
2023년 10월 1일, 일요일 전시회에 영화관람까지 마친 우리는 영화와 전시에 대해 조금 더 대화를 하러 송리단길로 향했다. 지도에는 20시까지 연다고 되어있었으나 실제로는 22시까지 여는 카페 오린지. 혹시나 해서 물어보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들어갔다. 가장 먼저 메뉴. 홍차가 한 잔 하고 싶던 나는 따듯한 윈터 드림을, 동행은 차가운 밀크티를 주문했다. 작은 공간에 제법 많은 직원이 있어서 놀랐다. 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실내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어서 따로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다. 다만 규모가 규모인 만큼 시간제한이 있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엔 적절하지 않으며, 한두 시간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로 충분한 카페였다. 외부에서 보면 이런 모습. 우리는 날도 좋으니 밖에 ..
2023년 10월 1일, 일요일 뜬금없는 건희 사진으로 시작해보자. 롯데뮤지엄이 전시 준비를 위한 휴장을 마치고 다시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지난 전시인 JR의 전시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터라 이번 전시도 기대가 됐다. 고맙게도 롯데뮤지엄은 현대미술이나 실험적인 예술가의 전시회를 열어주는 게 컨셉인 것 같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의외로 핸드폰 촬영은 되지만 카메라 촬영은 안 됨. 1983년생 오스틴 리는 미국 라스 베이거스에서 태어나 필라델피아에서 자랐다고 한다. 이어서 타일러 예술학교에서 회화 학사를, 예일 예술학교에서 회화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학위를 딴 직후 뉴욕으로 이사해 현재까지도 뉴욕을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3원색을 주로 사용해 에어브러시로 그리는 그의 회화는..
2023년 9월 24일 일요일 까치산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작업하기 좋은 대형 카페를 검색했다. 그중 평도 좋고, 건물도 무려 3층까지 있다는 곳을 찾아 직진. 까치산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사진이 좀 흔들렸지만 두 종류의 원두를 팔고 있었다. 산미 있는 커피는 언제나 환영이야. 공부하기 좋은 대형카페 치고는 메뉴가 저렴한 편. 둘 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료만 시켜보았다. 포스기 옆에 놓인 특별 메뉴와 쿠키, 그리고 스콘. 그리고 냉장고 안에는 직접 만드신 수제청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딱 봐도 깔끔해 보이고, 품질에 자신이 있는지 앞에 꺼내놓으신 부분에서 마음에 들었다. 실내는 대부분 자리가 차 있어서 이런 자리 사진뿐. 여기저기 콘센트가 많아 공부하는 분들이 많..
밤이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상의 길들은 모두 샅샅이 드러나고 세상의 말들은 모두 자명해졌습니다 자명해졌으나 점점 빛이 바래가고 그늘이란 그늘은 모두 조금씩 제 꼬리를 감추었습니다 우리의 음지식물들도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좋아했지요 드디어 꿈꾸던 세상이 왔다고 만세를 부르던 사람도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곧 사람들은 당국을 지지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둠을 잃었어요 어떤 어둠도 거느리지 않은 사람들은 점점 밝아졌지요 밝아지다 희미해졌어요 대지도 나라도 희미해졌지요 계속되는 대낮이 고통일 줄은 그때는 몰랐던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을 느끼는 일도 슬피 우는 일마저도 곧 검열의 대상이 되었답니다 그곳의 괴물들은 무사한지요 밤의 골목들을 어슬렁거리던 괴물들은 이제 이곳..
이것이 드라마나 영화라면 지금이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영대의 얼굴에 드리운 거리의 빛을 보며 형식은 생각한다 겨울밤 사람들의 입에서는 조금씩 영혼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명이 꺼진 실내로 크리스마스캐럴이 흘러들어오고 있었고, 형식과 영대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이 작은 땅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을까 형식은 사랑을 시작하려다 말고 밖을 보며 생각한다 그것은 갑자기 찾아온 침묵을 견디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때를 천사가 찾아온 것이라 한다고, 형식은 영화에서 들은 말을 떠올린다 그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밤은 고요하고 거룩한데 사람들은 아직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밖을 헤매고 말 없는 영대의 입에서 영혼의 흐린 빛이 흘러나왔다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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