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4일, 일요일. 동행이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해서 거의 2년 만에 모두랑을 가게 되었다. 면목동으로 이사 오고 나선 처음이니까 2년이 아니라 3년 만인 것도 같다. 애매한 시간에 방문해서 대기는 없었지만, 우리가 식사를 끝낼 때쯤엔 대기가 한 두 팀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 건지, 평일에는 덜한지 알 방법은 없다. 요즘 물가라고 믿을 수 없이 저렴한 메뉴판. 심지어 4등 쿠폰이 있으면 여기에서 500원을 할인받을 수도 있다! 우리의 메뉴 선택. 배가 고파서 좀 과하게 시킨 감이 있다. 마지막 볶음밥까지 맛있게 먹으려면 라면이나 쫄면 중 하나를 빼는 것이 좋다. 바로 준비된 떡볶이. 김말이가 가격이 오르면서 예전보다 튼실해졌다. 보통 이곳에 오면 못난이를 먹으라고 추천하는데, 나는 반대..
2023년 9월 23일 토요일 어쩌다 발산역까지 올 일이 생겨서 카페를 찾았다. 노트북으로 적당히 작업하기 좋으면서도 넓은 카페가 목적지. 해서 찾아낸 곳이 바로, 어나더사이드였다. 입구부터 초록한 사슴이 반기는 곳. 생각보다 늦게 열어서 늦게 닫는 곳이었다. 근처에 회사 같은 것이 없어서 그런가? 어쨌거나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 쪽을 보면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이 있다. 보통 이런 식의 인테리어는 먼지가 많이 붙어있고 다소 지저분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고 깨끗하고 쾌적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자리를 먼저 잡고 메뉴판 구경. 동행이 빵 종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나도 커피만 마시기로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4500원. 주문은 카운터가 아닌 키오스크에서 해야 한다. 살짝 비싸지만 한 번쯤 먹어보..
어느 저녁 정약용이 친구 이서를 불러 어두운 실내에 다른 물건들을 물리고 촛불과 국화만을 두니 놀라운 문양이 벽면에 나타나 그 기이한 모습을 밤새 즐겼다고 한다 그렇군요 그런 사랑도 있는 법이군요 찻잎이 혼자 선다거나 멀쩡한 그릇이 혼자 깨지기도 하지만 해가 길어진 여름 저녁 거실 벽에 생긴 그림자를 보고도 이제는 놀라지 않습니다 식탁 위에는 내가 먹지 않은 음식들 깨지지 않은 그릇을 부시며 생각합니다 깨지지 않은 그릇을 부수며 통곡합니다 당신의 어둠이 당신의 존재와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군요 "기이하다. 이야말로 천하의 빼어난 경치로구나" 정약용과 이서는 밤새 술을 마시고, 또 시를 읊었습니다만 이제 아무도 시를 읊지는 않겠지요 혼자 흔들리는 그림자가 있고 그걸 보며 밤새 우는 사람이 있고 그걸 사..
지난 2월에 방문했던 계인전 보타니카를 같은 사람과 다시 방문했다. 지난번에 먹었을 때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서 먹고자 열심히 걸었는데.. 지난번과는 달리 토요일은 오후 4시에 문을 열고 있었다. 2시 반에 도착한 우리는 너무나 마음이 쓰리고... 침착하게 바로 옆 가게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오픈런을 준비했다. 그리고 세시 오십 분. 문은 열었으나 아직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다는 말에 일단 맥주부터 한 잔 달라고 했다. 계인전 보타니카는 특이하게 생맥주로 맥스를 사용한다. 한때 맥스를 굉장히 좋아했던 나로서는 반가운 일. 그사이 계인전의 메뉴판은 양식이 정확히 잡힌 것 같았으나, 여전히 가독성이 좋지는 않았다. 우리는 둘이서 더블 플래터 반반 + 껍질 3조각 + 텐더 5조각 + 치킨무를 주문했다. 지난..
이번 가을 시즌 서울엔 상업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전시가 많이 열린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그라운드 시소 서촌의 전시 .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해선 비교적 최근에 관심이 생긴 터라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했다. 전시 소개. 총 4층으로 이루어진 그라운드 시소 서촌은 주말인데도 찾는 사람이 적어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건, 일러스트레이터로 전업한 뒤 매년 한 장씩 그린다고 하는 작가의 자화상. 이제 9년 차 일러스트레이터인데도 벌써 유명해져서 개인전을 연다니, 게다가 모든 그림이 아이패드만으로 그린 것이라니 무척 신기했다. 루이스 멘도가 생각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소양. 관해서 대화를 많이 나눠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계속 이어지는 멘도의 그림들. 수채화, 그리..
거의 반년만의 맛집 블로깅인 것 같다.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보기 위해 경복궁 역에서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만난 누나가 추천해 준 수제 초콜릿 집 샤토 쇼콜라. 누나는 서촌에 올 때마다 들러서 먹는다고 한다. 1998년부터 영업 중이라는, 수제 초콜릿의 원조집이라고 주장하는 샤토 쇼콜라는 다소 촌스러운 외관을 가지고 있어 처음에는 그렇게 기대가 되지 않았다. 볼리비아에서 갔던 초콜릿 집이 떠오르기도 하고.. 메뉴는 특이하게도 초콜릿 함유량에 따라 구분되어 있었다. 누나는 이곳에 올 때마다 익스트림 다크 74%를 먹는다고. 처음엔 나도 같은 것을 먹으려고 하다가, 베일리스가 들어간 음료가 있다고 해서 낮술 겸 시키게 되었다. 알 수 없는 감성의, 그러나 외관과 일관성이 있어 보이는 인..
책을 펼치면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다 그게 참 재미있다 서로 사랑하기도 하고 개를 끌고 나오기도 한다 때로는 세상을 구하거나 끝낼 때도 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게 진짜는 아니라는 것 이것은 네가 쓴 책의 부분이다 하늘이 푸른데 하늘이 푸르다고 책에 쓰여 있다 마음이 무너졌는데 슬픔에 빠져 매일 술에 취해 있다고 쓰여있다 내 영혼의 불꽃, 그렇게 쓰여 있다 눈밭 위의 고독이라고도 쓰여있다 너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책에 있는 것 멀리 지나가는 새들의 이름이 책에 있다 새의 모양과 생활사도 있다 책을 덮으면 새를 무서워하는 네가 있고 흘러가는 시간이 있고 새가 지나갔으나 보이지 않는 궤적이 있다 그것들은 모두 내가 모르는 것 너는 사람들이 잠들면 아주 큰 책이 나타..
옆집 감나무에는 아기 머리통만한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누가 키웠을까 사람도 살지 않는데 산책하다 무심코 한 말에 저걸 누가 키워 알아서 자라는 거지 그가 말했습니다 담장 위로 나란히 앉은 새들은 정답게 울고 겨울을 맞아 잔뜩 털이 올랐네요 과연 그렇군요 다 알아서 자라는 것이군요 언덕길 경사를 따라 햇빛 떨어지는 오래된 동네 새들이 햇살 아래 자주 웃고 떠든다는 생각 살기 좋은 동네 같아,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 떠밀려오던 날, 이삿짐을 풀며 그가 했던 말 그런 말을 듣고 보면 왠지 정말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지요 인적 없는 집에도 감은 열리고 삶도 사랑도 그렇게 근거 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내일은 오고 때때로 눈도 비도 내리겠지요 우리는 이 동네로 떠밀려왔고, 어느새 짐..
그녀는 위대한 배우였지만 사랑에 번번이 실패하는 불행한 여자에 불과했다 흑백의 필름 속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랜 세월 버려진 한 늙은 여자의 침실 풍경이 떠오르곤 했다 굳게 닫힌 유리창과 얼어붙은 커튼 자락, 얼룩진 거울과 침대 위에 켜켜이 쌓인 이상하리만치 소중해 보이는 먼지들 그리고 난데없이 떠오르는 헨리 8세식의,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한 벽난로……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인사들이 자신의 과거를 털고 닦고 정돈한 뒤에 ‘자 지금부터 보시는 것은’으로 시작하는 전시를 하고, 이런 식의 박물관 투어를 하며 우리의 패키지는 얼마나 지루하게 반복되고 또 늙어가는 것일까 타는 향을 즐기기 위해 장작 대용으로 썼다는 고대 영국의 검은 빵처럼, 쏟아지는..
그곳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 그리고 봄에 대한 의심 그곳에 별이 빛난다는 소식 그리고 밤에 대한 의심 당신의 소식은 늘 당신보다 앞서 있다 나보다 앞서 있는 나의 의심처럼 나는 당신 소식을 봄밤에 들었다 그곳에서 귀는 뜨거울 때마다 붉어지는 장미의 한 잎이라 깨물면 저녁이 피를 토하고 쓰러지지 나는 호수로 가 당신의 귀를 만진다 당신의 입술을 잘라 붙인 물수제비들 소식들의 수평이 구멍을 열면 장미는 빛깔로만 피었다 지지 마침내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 꽃들의 형장에서 소식은 온다 당신의 귀와 당신의 입 사이에서 꽃들이 목을 잃고 쓰러질 때 꽃잎처럼 호수는 폭발하고 꽃잎처럼 입을 열고 귀를 열고 꽃잎처럼 온몸 구멍을 모두 열면 다시 온몸의 구멍마다 꽃잎처럼 의심이 피어나는 봄밤의 축제로부터 나는 밖을 잠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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