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9일, 화요일. 와카치나는 페루의 작은 도시 이카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을이라기엔 너무 작긴 하지만, 작은 오아시스를 둘러싼 아기자기함은 게임속이나 판타지소설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풍경. 혹은 이런 평화로운 풍경. 현지인들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던 곳이라 그런지 쿠스코와는 건물 생김새나 배치부터가 다르다. 와카치나가 자랑하는 30미터 높이의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걷다 보면 이런 물웅덩이가 나온다. 와카치나의 이 오아시스를 처음부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원래 이 곳에는 물웅덩이가 있어 주변으로 마을이 들어섰고, 80년대에 이르러 자연적인 지하수 공급이 끊겼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수돗물을 끌어다 ..
2018년 1월 8일, 월요일. 우기에 접어든 쿠스코에도 아주 가끔, 눈이 부시도록 맑은 날이 오곤 한다. 문제는 이 날이 우리가 체크아웃 하고 도시를 옮겨야 하는 날이라는 것.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배려로 늦은 체크아웃을 한 우리는, 배낭을 크루즈 델 수르 터미널에 맡겨둔 후 맑은 날을 즐기기로 했다. 참고로, 쿠스코의 크루즈 델 수르 터미널은 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티켓이 있으면 짐을 무료로 보관해 준다. 인터넷 예매를 이용하면 가격이 저렴할 때가 있으니 확인해 볼 것. 눈부시게 맑은 쿠스코의 풍경은, 전날들과 퍽 달라보인다. 말 그대로 눈이 부시도록 맑아, 선그라스가 없이는 힘든 날씨. 틈을 타 일광욕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공원은 이미 만원이다. 우리는 카페를 찾으러 구시가지 골목으로. 겸사겸사..
2018년 1월 1일, 여전히 화요일. 나는 원래 비니쿤카를 다녀올 생각이 없었다. 사진을 봐도 별 감흥이 없기도 했고.. 날도 구질구질한데 힘들기 싫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높은 이미 그 예쁜 사진에 마음을 뺏긴 상황. 고산지역에 채 적응하지 못한 솔을 데리고 비니쿤카 투어 예약에 나섰다. 겸사겸사 구시가지 구경도. 큰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매연 사이로 코리칸차 박물관이 보인다. 황금으로 뒤덮인 태양의 신전이었으나,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성당으로 개조당한 곳. 얼마 하지 않는 입장료이지만 굳이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여전히 사회 주류는 침략자의 후손이며 원주민들은 대부분 극빈층으로 살고있는 페루. 기독교 신앙으로 버티는 그들을 보면 병주고 약주는 게 무슨 뜻인지 잘 와닿..
2017년 12월 28일, 목요일. 라파즈에서 코파카바나로 가는 버스는 꽤 자주 있는 편이다. 가격도 일인당 25볼 정도. 대략 4000원쯤 하는 가격이다. 아침 일찍 출발한 호수는 오전중에 티티카카 호수에 닿는다. 버스비에는 포함되지 않은 배표. 5볼인가 했던것 같은데 잠결이라 기억이 없다. 표를 끊어두고 벼락치기로 송어 한마리 잡아먹음. 이 선착장과 코파카바나에는 티티카카 호수에서 나는 송어가 나름 유명한 것 같으나 몇 군데에서 먹어봐도 별 맛이 없고 냄새만 난다. 10볼정도 되는 싼맛에 기분정도 낸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새파란 하늘. 찬바람이 꽤 불어온다. 작은 보트에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옮겨오면 블로그 글 등에서 많이 보던 아저씨 한 분..
2017년 11월 16일, 목요일. 우리는 말도 안되는 구름을 뚫고 포즈 두 이과수에 내렸다. 비행기는 엄청나게 흔들리고, 아이들과 높은 한마음으로 울고.. 착륙에 성공하고 나오면서 기장님과 악수를 했다. 해서 저녁밥은 브라질식 스테이크, 슈하스코. 한국에서도 몇 번이나 갔던 스테이크 무한리필 집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니 리뷰는 생략.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 집 앞에 이 가게가 이 가격에 문을 열면 난 돼지 각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일찍 버스를 타고 이구아수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후에 방문한 아르헨티나 쪽 공원에 비해 여러모로 정비도 잘 되어있고 쾌적한 모습. 신용카드로 계산해 정확하지 않은데 60헤알정도 했던 것 같다. 입장료에는 위 사진에 보이는 버스 왕복 티켓도 포함. ..
2017년 11월 15일, 수요일. 리우에서의 마지막 관광은 넷이서 하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그 유명한 예수상. 워낙 유명한 곳이고 하루종일 관광객이 몰려 아침일찍 다녀오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지만 하이시즌에는 입장제한에 걸려 몇 시간씩 줄만 서기도 한다고. 물론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우린 트램을 타기로 했다. 처음부터 등산으로 올라가는 건 물론 의미가 있지만 중간에 빈민촌도 지나가야 하고 아침이라고 해도 햇살이 워낙 따가우니까. 산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는 게 아니라 중간지점까지 우버를 타고 온 뒤 티켓을 구매했다. 왕복 티켓값은 일인당 60헤알. 트램+공원 입장료가 포함된 가격이므로 나름 괜찮다. 이 트램 역시 성수기에는 예매를 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우리가 방문한 날은 아예 줄 자체가..
2017년 11월 14일, 화요일. 룩소르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한 우리는 모로코를 거쳐 브라질로 들어왔다. 당시에 가장 저렴했던 로얄 에어 모로코를 이용했는데, 와인을 작은 병으로 하나씩 줘서 고마웠다. 대서양을 건너는 동안 나는 와인 세 병을 마셨고, 술김에 계속 자다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땅에 내려있었다. 장장 이박 삼일의 여정 끝에 도착한 브라질. 그 이름도 설레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 국제공항. 일단 공항 와이파이부터 이집트와는 비교도 안되는 속도를 보여주었다. 브라질. 아프리카 여행과 맞바꾼 남미여행의 시작이었다. 뜬금없지만 비행 내내 먹고싶었던 햄버거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보냈다. 숙소 근처의 이파네마 해변. 지나고 나서야 말이지만, 브라질 여행을 조금 더 길게 잡았어도 괜찮았을 것 ..
2017년 11월 8일, 수요일. 크루즈 선에서 아침일찍 체크아웃 한 우리는 미리 예약한 룩소르 서안투어를 시작했다. 일인당 45파운드(입장료 별도)에 예약을 했는데 이게 웬걸, 12인승 봉고차 안에 가이드와 운전기사, 그리고 우리 둘 밖에 없는 상황. 우리와 같은 투어를 예약한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인 노부부는 가이드에게 뭔가 화를 내며 결국 차에 오르지 않았다. 졸지에 시작된 봉고차 프라이빗 투어. 가장 먼저 멤논의 거상 앞에 우리를 내려준다. 지진 이후로 생긴 균열에서 묘한 소리가 나곤 했다는 멤논의 거상. 뜬금없지만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 석상들은 신전을 잃고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왕가의 계곡. 피라미드를 비롯한 이집트 왕가의 무덤은 극심한 도굴에 시달렸다. 그도 그럴것이 누..
2017년 11월 6일, 월요일. 아스완으로 향하는 기차는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시간에 출발 혹은 도착하는 건 기대하지도 않아서 괜찮았으나 출발 직전에 플랫폼이 바뀌는 위엄이란. 그래도 세상 친절한 이집션들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출발. 며칠 전에 먹었던 파스타 집에서 다른 메뉴를 포장해 도시락으로. 10파운드 파스타는 포장시에 양이 훨씬 많다. 결국 도저히 다 못먹고 남김. 워낙 기차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기차 도시락에 들뜨기 시작한다. 는 두 시간만에 돌이 튀어서 이중창 중 하나가 와장창 깨짐. 유리가루가 떨어져 커튼을 닫고 다녀야 했다. 연착을 거듭해 도착한 아스완. 체크인을 하고 내일 먹을 빵과(20파운드) 바나나 1키로(10파운드) 를 구입 후 근처 피자가게에서 저녁을 먹었..
오페라하우스 공연도 튕긴 김에 저녁은 외식을 하기로 했다. 높이 정한 메뉴는 수제버거. 양 손 가득 버거정도는 들고 씹어야 도시사람이다. 버거 사이즈를 정하고 30파운드를 더하면 세트메뉴가 된다. 아침에 먹은 팔라펠로 환산하면 무려 400개다. 어찌됐든 우리는 보통버거+세트에 라지 버거를 시켰다. 나름대로 패티 익힘 정도를 선택할 수 있으나, 먹어본 결과 별 의미가 없는 듯. 깨끗하게 닦여 있는 테이블과 소스통들. 포크, 나이프, 빨대와 함께 비닐장갑을 준비해 준다. 처음 받고는 당황 좀 했으나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장갑 낀 손에 버거를 들고있다. 양 손에 장착. 세트메뉴에 포함된 콜라와 감자튀김이 먼저 나온다. 콜라는 리필은 안되는 것 같고.. 보면 알겠지만 감자튀김 양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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